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7> 전기속의 붓다(5)

똥하 2009. 3. 30. 22:49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7>전기속의 붓다(5)

 

 

석존의 죽음은 “열반에 들었다”고 표현된다. 열반은 깨달음의 경지를 일컫는 말로서 죽음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지만, 부처님의 죽음에 한하여 이 말이 사용되고 있는 예가 많다. 훗날 경전에서는 진리와 일체가 되어 시공을 초월한 존재가 된 붓다가 생사의 본질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상(無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한계가 있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석존은 쿠쉬나가라 숲속 두그루의 사라나무 아래에서 안락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날이 새자 아난다는 부처님의 입멸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모두가 놀라고 슬퍼했지만 이윽고 향과 꽃다발을 가지고 와서 석존의 유체에게 바치고 악기를 연주하여 6일동안 성대히 장례식을 치렀다. 먼 곳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제자 마하가섭이 뒤늦게 도착해 슬피 울었다. 가섭의 울음이 끊임없는데 이변이 생겼다. 부처님이 관 밖으로 두발을 내 보이신 것이다. 그것은 부처님의 열반이 죽음도 소멸도 아님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7일째되는 날 쿠쉬나가라 동문밖 천관사(天冠寺, 마쿠타 반다나 차이타)에 시신을 안치하였다. 사람들은 향목으로 장작을 만들어 화장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장작에 불을 붙여보았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마침내 석존의 심장에서 불이 일어나 삽시간에 장작더미로 번졌다.

 

화장 뒤 유골은 수습되어 사리함에 담겨졌다. 한조각이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사리함은 꿀로 채워졌다. 유골은 다시 삼등분되었다. 하늘에서 신들이 내려와 한부분을 하늘로 모셔갔다. 또 한부분은 용왕이 모셔다가 지하세계에 보관하였다. 나머지 부분은 8명의 왕들이 나누어서 각각 자기의 왕국에 사리탑을 세웠다. 부처님의 입멸을 지켜보지 못한 많은 참배객들은 가장 가까운 사리탑으로 가서 참배하였다. 이때 건립된 불사리탑 8개 중에서 오늘날 분명히 확인된 것은 2개 뿐이다.

 

지금까지 부처님 전기에 내려오는 붓다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파울 도이센(Paul Deussen)은 1887년에 쓴 그의 책에서 말하길 “18~19세기에 서양에 알려진 인도, 티벳 등의 불교설화를 읽고서 그 내용이 너무나 환상적이면서 깊은 신비감에 휩싸였다”고 했다. 그는 서구인들의 사고방식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를 접했던 것이다. 또한 설화에 등장하는 여러 사상(事象)들의 상징체계가 서구인들의 언어세계와 다른 점에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예를 들어, 붓다가 6개의 상아가 달린 흰코끼리가 되어 어머니의 옆구리로 들어갔다는 것은 서구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서술은 인도와 인근지방의 사람들에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은 신성한 숫자로서, 6개의 상아는 브라만의 육문(六門)이라고 불리는 동, 서, 남, 북, 상, 하의 여섯 공간 즉 우주를 의미한다. 또한 코끼리는 그들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로서 순종과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이상 석존의 전설상의 생애를 살펴보기 위해 두권의 책을 참고로 했다. 한권은 윈터니쯔(Winternitz)가 ‘붓다의 생애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라고 번역한 <불전(佛傳, Lalitavistara)>인데 이 책은 뒤에 대승불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시 인용될 것이다. 이 책은 20세기 초에 서구어로 번역되었다.

 

또 다른 한권은 기원 후 2세기경 북인도의 바라문 출신인 마명(馬鳴, Asvaghosha)이 지은 <붓다차리타(佛所行讚, Buddhacarita)>이다. 이 책은 석존의 일생을 찬술(讚述)한 감동적인 서사시로서 원래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되었고 후에 중국어와 티벳어로 번역되었다. 쿠산 왕조 때의 이 불교시인은 부처님의 전기를 아름다운 음율에 실어 노래했다. 그 내용은 세속적 행복에 대한 태자 싯다르타의 무상감(無常感)과 고뇌, 대각(大覺)의 환희, 교화사업, 제자 사리불(舍利佛)과 목련과 대가섭(大迦葉) 등의 출가인연, 입적과 사리탑의 건립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서사시는 당시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자주 낭송되어 대중사이에 불교신앙이 널리 퍼지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책은 1894년 영어로 번역되었다.

 

마명의 또 다른 서사시로는 아난타(阿難陀)가 아름다운 아내 순다리(Sundari)에게서 애집(愛執)을 버리고 성자의 경계에 들어 대승불교적 사도로 승화되기 까지의 경위를 유려한 미문체로 묘사한 <순다리와 난타의 시(Sundarananda-Kavya)>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