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5> 전설상의 붓다(3)

똥하 2009. 3. 30. 22:45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5>전설상의 붓다(3)

그때 애정과, 죄악과, 죽음의 고인 ‘마라’가 싯다르타를 공격했다. 마라의 공격은 긴밤 내내 계속되었다. 공격을 시작하기 전 마라는 꿈속에서, 자신의 왕관이 떨어지고 궁궐의 꽃은 시들고 연못은 말라버리고, 악기 줄이 끊어지고 자신의 머리 위로 재가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 자기 칼이 칼집에서 뽑히지 않는 것을 보았다. 화가 난 마라는 악마들, 호랑이들, 사자들, 표범들, 거인들, 뱀들로 구성된 자신의 군대를 총동원했다그중에는 야자나무처럼 키가 큰 놈도 있었고 난장이처럼 작은 놈도 있었다. 맨앞에는 산만한 크기에 500개의 머리와 불을 뿜는 500개의 혓바닥 그리고 각각의 손에 다른 무기를 든 팔이 천개나 되는 거대한 코끼리가 싯다르타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라의 군대는 싯다르타에게 불화살을 퍼부었다. 그러나 불화살은 싯다르타의 사랑의 힘에 의해 꽃잎으로 바뀌어 떨어져 내렸다.

불화살은 화대(花臺)가 되어 싯다르타의 주변에 쌓였다. 패배당한 마라는 자신의 딸들로 하여금 그를 유혹하게 했다. 그를 둘러싼 여인들은 음악을 연주하며 교태를 부렸다. 싯다르타는 여인들에게 그들의 본질이 환영(幻影)임을 일깨웠다. 손가락으로 여인들을 가리키자, 곧 추한 노파로 변해버렸다. 혼란에 빠진 마라의 군대는 사분오열되어 각지로 흩어졌다.

 

홀로 나무아래 정좌(定坐)한 싯다르타는 번뇌의 불꽃과 생사의 매듭이 풀어지는 것을 보았다. 모든 이치가 그 앞에 밝게 드러났다. 그는 자신과 모든 중생의 수많은 전생을 낱낱이 보았다. 우주 구석구석의 수없이 많은 세계를 한눈에 전관(全觀)했다. 그뒤 모든 인과 의 사슬을 살펴보았다.

 

이윽고 새벽녘에 이르러 사성제(四聖諦)와 삼법인(三法因)을 직관하였다. 이제 그는 태자 싯다르타에서 부처님이 된 것이다. 천상의 신들과 미래불들이 그를 칭송했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진리를 찾아 수많은 생의 수레바퀴를 전전했다. 그토록 자꾸 태어나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마침내 나는 진리를 깨달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생사의 윤회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칼 프리드리히 쾨펜 Karl Friedriech Koppen에 의하면) 여기서 네팔과 티벳의 경전이 끝나면서 전설의 가장 오래된 형태가 끝이 난다.

 

부처님은 성수(聖樹)아래 7일간을 더 앉아 있었다. 신들은 그에게 음식과 옷을 바치고 향을 피웠으며 꽃을 던지면서 축하했다. 비가 오자 뱀의 왕 ‘나가’가 자신의 7개의 머리로 둥그렇게 똬리를 틀어 불타의 머리 위에 지붕을 만들었다. 비가 그치자 나가는 젊은 브라만으로 변해 무릎을 꿇고 말했다.

 

“당신을 놀라게 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비와 추위로부터 당신을 보호해 드리려고 한 것 뿐입니다.”

 

 

나가는 부처님과 몇마디 짧은 말을 주고 받은 뒤에 부처님께 귀의했다. 이어 한 신이 다가와 나가의 뒤를 따라 재가불자로 귀의했다. 동서남북의 공간을 지배하는 네명의 왕이 다가와 부처님에게 각각 석기(石器) 하나씩을 바쳤다. 부처님은 그들의 뜻을 존중하여 네개를 녹여 하나로 만들었다. 이후 40년간 부처님은 탁발할 때 그 바루를 사용하게 된다.

 

 

브라흐마신(梵天)이 수행자들을 이끌고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에게 중생들을 구제할 설법을 하시도록 간청했다. 부처님은 마침내 이 간청을 받아들였다. 대지의 정령이 공기의 정령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공기의 정령은 천상각지의 온갖 신들에게 이 기쁜소식을 전했다.

 

부처님은 베나레스시를 향해 걸어갔다. 서문으로 들어가서 탁발을 한뒤 녹야원(鹿野苑)으로 갔다. 그곳에서 지난날 고행을 포기할 때까지 함께 수행하던 다섯 수행자들과 재회하여 그들을 위해 최초의 설법(初傳法輪)을 했다. 그들에게 세속적인 쾌락의 삶과 육체를 학대하는 고행의 삶의 양 극단을 떠나 중도의 삶을 걸어야 한다는 ‘중도(中道)’의 가르침과 중도의 구체적 실천방법인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직업, 바른 노력, 바른 기억, 바른 명상’의 팔정도, 그리고 망집(妄執)의 제거를 통해 고를 극복하는 ‘사제(四諦)’의 가르침을 설했다. 그말을 듣고 깨달은 다섯 사람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어느 경전에 전하기를 그날 이후 지상에는 여섯명의 성자가 거주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