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4> 전설상의 붓다(2)

똥하 2009. 3. 30. 22:42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4>전설상의 붓다(2)

 

결혼 후 10년의 꿈같은 세월이 흘렀다. 태자는 자신의 궁궐에서 8만4천의 궁녀들에 둘러싸인 채 쾌락에 탐닉하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어느날 아침 마차를 타고 궁을 나왔다.

태자는 동쪽 성문 밖에서 지팡이를 짚고 손발을 떨며 머리카락이 마른 풀처럼 빛이 바래고, 지팡이처럼 바짝 마른 등이 굽은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듯 놀랐다. 누구인지 묻는 태자의 질문에 마부는, “저사람은 노인(老人)인데 이 땅의 모든 사람은 그와 같이 늙게 된다”고 대답했다. 남쪽 성문을 나서자 이번에는 문둥병에 걸려 몰골이 흉측한 사람을 보았다. 마부는 설명하길 “그 사람은 병자(病者)인데 이 세상 그 누구도 병고(病苦)로부터 해방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또 서쪽 성문 밖에선 관속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았다. “움직이지 않는 저 사람은 사자(死者)인데 죽음은 태어나는 모든 생명이 겪을 숙명이지요”하고 마부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북쪽 성문 밖에서 탁발을 하러 다니고 있는 수도승을 보았는데 그는 생사를 초탈한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후기의 전설에는 이 네 사람이 천사의 화신이라고 한다) 마침내 그 출가사문(出家沙門)의 얼굴에서 싯다르타는 길을 발견했다.

출가를 결심한 그날 밤에 아내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전갈이 왔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갔다. 한밤중에 잠에서 깬 그는 후궁을 둘러보다 잠들어 있는 궁녀들의 모습을 보았다. 한 궁녀는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궁녀는 머리가 어지럽게 헝클어진 채 코끼리에게 밟힌 상을 하고 있었다. 잠꼬대를 지껄이는 궁녀와, 온몸에 종기 부스러기가 난 궁녀도 있었다. 모두가 죽은 사람 같았다. 싯다르타는 혼잣말을 했다.

“유한한 세계에서 순수하고 영원한 것이 있을 수 없다. 여자들도 마찬가지야. 불결하고 흉측스럽기까지 한 존재들이다. 그것도 모르고 남자들은 곁에 장식한 노리개에 홀려서 탐심을 낸단 말이야.”

태자는 야소다라의 침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잠들어 있었다. 아기와 산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일 저 팔을 치우면 아내가 깨어날거야. 성불한 뒤 돌아와 내 자식을 안아 보리라.”

싯다르타는 왕궁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달렸다. 성문이 저절로 열리고 말은 발굽을 땅에 닿지 않고 달렸다. 강을 건넌 뒤, 수행하던 시종에게 말과 옷을 벗어주며 작별했다. 싯다르타는 칼을 집어 머리칼을 잘라 허공으로 던졌다. 천신(天神)들이 달려와 머리카락을 유물처럼 주워 모았다. 말은 슬피 울며 돌아가서 곧 죽었다. 수행승의 모습을 한 천사가 그에게 다가와 황포(黃布) 3조각, 요대, 단검, 탁발을 위한 검, 바늘 그리고 광주리 하나를 주었다.

 

싯다르타는 7일동안 홀로 앉아 있었다. 그뒤 일어나 가르침을 받을 만한 숲속에 사는 은둔자들을 찾아 보았다. 풀잎으로 엮은 옷을 입은 이도 있었고, 나뭇잎으로 중요부분만 가리고 있는 이도 있었다. 모두 과일로 연명하였는데, 하루 한끼 먹는 사람, 이틀에 한끼 먹는 사람, 사흘에 한끼 먹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물, 불, 태양 혹은 달에게 경배를 올리고 있었다. 하루종일 한발로 서 있는 사람도 있었고 가시덤불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싯다르타에게 북쪽에 살고 있는 세분의 스승에 대해 말해 주었다.

 

세 스승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지만, 싯다르타는 만족할 수 없었다.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써 수행을 삼고 있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어떤 보상을 전제로 한 고행은 아무 쓸모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 스승은 싯다르타에게 무념, 무상의 경지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생노병사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는 스승과 하직하고 보다 높은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났다. 세번째 스승으로부터 그는 사유(思惟)를 초월하고 순수한 사상만 남는 비상비비상처(非相非非相處)의 경지를 배웠다. 그러나 그것도 자기가 출가한 궁극의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6년동안 고행과 단식에 몰두했다. 사나운 비바람과 강렬한 햇살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천신들은 그가 죽은 줄 알았다. 싯다르타는 마침내 고행이 무용(無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일어나 강물에 목욕하고 죽을 조금 먹었다. 그의 몸은 잃어버린 기력과 아시타가 확인했던 상호들과, 후광을 되찾았다. 새들이 그의 머리 위를 날며 경의를 표했다. 그는 보리수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정각을 얻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결심을 한 뒤, 명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