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6> 전기속의 붓다(4)

똥하 2009. 3. 30. 22:47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6>전기속의 붓다(4)

 

 

카필라의 숫도다나왕은 아들이 붓다가 되어 존경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아들이 보고 싶어 카필라를 방문하도록 청하는 사신을 보냈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은 부처님이 회고해 보니 고향을 떠난지도 벌써 열두해가 넘어 있었다. 부처님은 2만명이 넘는 제자를 거느리고 수도 카필라바스투를 방문했다. 부처님이 출가하기 직전 태어났던 아들인 라훌라와 왕위를 계승할 아우 난다 그리고 사촌형제들인 아난다와 데바닷타도 부처님을 따라 출가했다. 특히 이 두 사촌형제 가운데 아난다는 일생을 바쳐 부처님을 공경하고 시봉하였으나, 데바닷타는 부처님 교단에 반역하여 부처님을 괴롭혔다.

어느날 어부들이 당나귀, 강아지, 망아지, 원숭이 등의 서로 다른 머리가 백개나 달린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부처님 앞으로 가지고 왔다. 부처님은 말씀하시길, “그 물고기는 전생에 수도승이었는데 어리석게도 동료들을 ‘당나귀 대가리’, ‘강아지 대가리’하며 놀려대다가 이 생에서 저런 모습으로 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데바닷타는 종단의 개혁을 주장했다. 승려들은 누더기 옷을 입고, 노천에서 자야하며 물고기 음식은 피하고 성안이나 민가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남달리 큰 야심을 품고 있던 그는 부처님의 자리를 탐내기 시작했다. 그는 마가다의 태자 아자타삿투에게 접근하여 부처님을 암살할 것을 사주했다. 부왕을 옥에 가두고 왕위를 빼앗은 아자타삿투는 열여섯명의 자객을 보내 부처님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부처님 앞에서 몸이 떨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부처님의 모습에 감화되어 모두 제자가 되었다.

 

한번은 부처님이 지나가는 길 위에 데바닷타 일행이 숨어있다가 아래로 바위를 굴렸다. 그러나 바위는 좁은 골짜기에 걸려 멎고 말았다. 또 한번은 부처님을 향해 사나운 코끼리를 풀어 놓았다. 그러나 그 코끼리는 부처님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었다. 데바닷타의 음모는 세번 다 실패로 돌아갔다. 이설(異說)에 의하면 부처님에게 달려든 코끼리의 수가 수십마리에 이른다고 했다. 그때 부처님의 손가락에서 사자들이 뛰쳐나와 코끼리를 물리쳤다고 한다. 마침내 분노한 대지(大地)는 데바닷타를 삼켜서 영원히 화염속에 휩싸이게 했다. 부처님께서 데바닷타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하셨다. “먼 옛날 큰 거북이 한마리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인의 목숨과 짐을 구해주었다. 그러나 뭍에 오른 그 상인은 배은망덕하게도 선행(善行)을 한 그 거북이를 잡아다 불에 구워 먹었다” 부처님은 이야기 말미에 “그 상인이 바로 데바닷타이고, 난 그 거북이였다”고 말씀하셨다.

 

베살리 시(市)에서 부처님은 행실이 좋지 않기로 유명했던 여인인 암바팔리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으셨다. 그녀는 후에 자신 소유의 농원을 승단에 기증하게 된다. 이렇듯 부처님은 유녀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일체 중생을 근기에 맞게 교화했다. 45년의 긴 세월이 흐른 뒤 악신(惡神) 마라가 다시 부처님께 찾아왔다. 그리고 말하길 “이제 종단도 확립되고 승려의 수도 충분하니 그만 이 세상을 떠나시는게 어떠냐고 전했다. 부처님은 석달 뒤에 이 세상을 하직하겠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땅은 전율했고 태양은 어두워졌으며 폭풍이 몰려와 뭇생명은 겁에 질렸다.

 

전설에서는 부처님은 몇 천년이라도 살 수 있지만 자의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한다. 사후 부처님은 인드라 천(天)으로 올라 가서 불법(佛法)의 보호를 당부하셨다. 그 다음 용궁으로 내려가셔서 용왕으로부터 불법의 수호를 약속받으셨다. 신들과 용들과 악마들과 땅과 별의 정령들과 나무와 숲의 정령 등 모두가 부처님께 죽음을 거두시도록 간청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세상에서 무상(無常)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대답하셨다. 쿠시나가라에서 금세공(金細工) 춘다가 올린 공양을 드시고 병이 악화되었다. 부처님은 제자들과 작별하기 위해 목욕을 하고 물을 마신 후, 나무아래 누우셨다. 나무는 놀래서 갑자기 꽃을 피웠다. 부처님은 열반에 들기 전에 종단의 분열과 불화를 예언하셨다. 그리고 오로지 진리를 등불삼고 의지할 것을 당부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머리를 북으로 향하고 얼굴은 서쪽으로 바라보며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우신 채로 열반에 드셨다. 때는 죽음을 맞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인 저녁무렵이었다.

 

 

보르헤스는 생각하기를, 궁극적 진리는 이성적 논리보다는 오히려 신화나 설화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고 보았다. 작가인 보르헤스는 불교공부를 하면서 <불전(佛傳)>이나 <불소행찬(佛所行讚)> 등에 문학적으로 전승되어 온 부처님의 생애 이야기에 함축되어 있는 가르침에 주목했다.

 

그는 불교강의를 하면서 제일 먼저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전승 설화를 집약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보르헤스는 첫장의 소제목을 서구인 기준으로 ‘전설상의 佛陀’라고 붙였다. 편역자는 그대로 직역하였는데 한국 독자들의 오해가 염려돼 이번 호부터 제1장 제목을 ‘전기속의 佛陀’로 바꾼다.

 

편역 :김홍근 <외대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