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3> 전설상의 붓다(1)

똥하 2009. 3. 30. 22:38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3>전설상의 붓다(1)

 

붓다(佛陀)의 전설은 붓다가 누구였나를 보여주는 증거라기보다 붓다가 짧은 순간의 깨달음을 통해 도달한 경지에 대한 증거라고 여러 학자들이 지적했다. 학자들은 전설적이고 신화적인 이야기 속에는 불교의 핵심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동의했다. 전설은 우리에게 수많은 세대에 걸친 선인(善人)들이 믿어 왔고 또 지금도 많은 인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내용을 밝혀준다.

붓다의 전기는 하늘에서 시작한다. 보살(‘覺者’라는 뜻으로, 성불할 사람을 지칭. 여기선 전생의 붓다를 가리킴.)은 수많은 전생의 공덕에 의하여 신들이 사는 제4천(天)에 탄생한다. 그곳에서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환생할 시간과 땅과 왕국 등의 인간세를 굽어본다. 네팔 남부 지방의 카필라 성을 통치하는 숫도다나 왕의 왕비 마야(이것은 환영(幻影)인 우주를 창조한 마술적 힘과 같은 발음이다)부인을 어머니로 선택한다. 마야부인은 꿈속에서 여섯개의 상아를 가지고 눈같이 흰 몸에 루비처럼 붉은 머리를 한 코끼리가 옆구리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꿈이 깨자 왕비는 몸속에서 고통이나 이질감 대신 몸이 가뿐하고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신들은 부인의 몸속에 신궁(神宮)을 창조한 것이다. 그 경내(境內)에서 보살은 기도하며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춘상월 부인은 해산하기 위해 친정 콜리성으로 가다가 카필라와 콜리의 경계에 있는 룸비니 동산을 지나가고 있었다. 무성한 잎이 공작새 꼬리처럼 반짝이고 있던 무우수(無憂樹) 한그루가 부인의 머리위로 가지 하나를 늘어뜨렸다. 부인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가지에 달린 잎새를 받았다. 그 순간 보살이 깨어나 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다. 아기는 일곱발자국을 걸어가서 상하 좌우 전후를 둘러보았다. 우주에 자신과 동일한 인물이 없다는 것을 보고 난 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첫번째 자요, 제일 높은 자이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태어남이다. 나는 고(苦), 병(病), 사(死)를 멸(滅) 하겠다”

두조각의 구름이 몰려와 산모와 아기가 목욕할 수 있도록 찬물과 더운물을 부었다. 장님이 보고, 귀머거리가 듣고, 절름발이가 걷고, 악기들이 절로 울려퍼지고, 제4천의 신들이 기뻐서 춤추고 노래했다. 지옥의 죄인들은 그들의 고통을 잊어버렸다. 같은 순간, 미래에 그의 아내가 될 야소다라와, 마부와, 말과 코끼리가 태어나고 후에 그 그늘 아래서 붓다가 정각을 이룰 보리수도 태어났다. 아기 이름은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라는 뜻에서 싯다르타로 정해지고, 샤카족 가족 사이에선 고타마로 불렸다.

 

산모는 아기가 태어난지 이레만에 죽어 33인의 여신들이 살고 있는 하늘로 올라갔다. 예언자 아시타는 천신들의 환호성을 듣고 산에서 내려와 아기를 품에 안고 말했다.

“이분은 지극히 존엄하신 분이다.”

그리고는 아기의 몸에서 선택된 자의 상호(相好)를 확인했다. 두개골 가운데엔 왕관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눈섭은 소눈섭 같았다. 40개의 가지런하고 흰 치아, 사자같은 턱, 긴 두팔, 황금빛 피부, 손가락 사이엔 물갈퀴 등을 가지고 있었다. 발바닥에는 호랑이, 코끼리, 연꽃, 피라미드 모양의 메루산, 바퀴, 만자(卍字) 등의 각종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윽고 자신이 이미 너무 늙어버려 장래에 붓다가 설법할 법문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 아시타는 눈물을 흘렸다.

 

해몽가들은 마야부인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장차 태어날 아기가 왕위를 계승하면 세계의 주인인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될 것이며, 만일 출가하면 세계의 구원자(佛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숫도다나왕은 자신의 아들이 세계의 주인이 되게 하기 위하여 세개의 궁전을 짓고, 그 속에서 태자가 유한성(有限性), 고통, 죽음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태자는 언변술, 식물학, 문법, 격투기, 달리기, 멀리뛰기, 수영 등의 교육을 받고, 시험에서 항상 일등을 하였다. 특히 궁술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는데, 싯타르타가 쏘아올린 화살은 그 누구의 화살보다 더 멀리 날아갔고 화살이 떨어진 곳에서 샘이 솟아났다.(이 샘을 찾아 나서는 모험이 키플링의 소설 <킴 Kim>의 주제이다.) 이런 무훈(武勳)들은 훗날 불타가 악마를 굴복시키고 거둘 승리의 상징으로 보인다. 왕자는 19세가 되자 결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