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신돈

[스크랩] 공민14년(1365년)을사 (원지정25년)

똥하 2006. 11. 28. 22:25

 을사년의 아침도 덕흥군문제와 함께 시작되었다. 덕흥군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화약이였다. 원에 김유를 보내 덕흥군의 송환을 청하였다. 원에서는 덕흥군이 등창이 났으니 낫는대로 곤장쳐서 보내겠다는 거였다.

 

 요사히는 왕은 그의 매일 밤 신돈의 거처를 찾았다. 이제 곧 태여날 원자를 생각만 해도 힘이 솟았다. 태여나기 전에 뭔가 확실한 구상을 하고 싶었다. 신돈이 이리저리 정처가 없다보니 왕은 궁성옆의 법왕방에 있는 김란의 집에 신돈을 거하게 하였다. 신돈은 혼자 왕과 만나 이야기 나눌 때도 많았으나 김란과 김란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이춘부가 거의 매일 김란의 집에 들렀다. 유교적 소양으로 무장된 이춘부는 얼굴이 너무나 고왔다. 갸름한 얼굴에 수염만 나지 않았다면 남장여인이라 해도 믿을 만 했다. 행동 또한 단아하여 사리가 분명하고 일처리가 매웠다. 신돈이 이춘부집에 탁발을 갔다가 이춘부를 보고 귀하게 될 상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신돈과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신돈에 감화되어 받들고 있는 터였다. 김란은 머리회전이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했으며 부지런했다. 그들은 신돈이 요구하는  정보를 수집하여 주었다.

 

 왕은 김란의 뒷별채에 오면 그저 힘이 솟았다. 신돈이 개혁안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젼을 펼쳐가면 공민왕은 젊은 날의 꿈이 다시 떠 올랐다. 그러나 날이 밝아 보평청에 출사하면 그를 싸고 있는 범강장달의 무장재추들의 구렛나루와 부리부리한 눈매만 보면 주눅이 들었다.꼬창꼬창한 유생관리들인 이인복과 젊은 간관들인 정추.이존오의 새초롬한 옆모습만 봐도 힘이 빠졌다. 그들의 입에서는 항상 '안됩니다. 재량하여 주시옵소서'뿐이였다.

 왕은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양 껄껄대며 웃고 저희들 끼리 농을 해대는 재추들을 보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국공주가 옆에 있을 때는 덜 하는 것 같더니 요즘 노국공주가 만삭이 되어 궁에 들어 눕고 혼자 나오니 더 심한 것 같았다. 어제도 왕이 보평청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알 터인데도 찬성사 이수산은 껄껄 웃으면서 음담패설을 일삼아  왕은 '이재상은 몸도 나이도 많은데 몸생각을 하셔야지'하면서 핀찬을 주었다.`

 

 정월 기묘일에 지진이 있었다. 하늘이 자기의 무능을 꾸짖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전의부령 임박에게 명하여 시정의 득실을 논해서 수일내 올려라하니 광대뼈가 튀어 나오고 염소수염에 수염엔 허옇게 술찌꺼미가 말라붙은 임박은 삐뚜러진 양건을 바로 잡더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하고는 몸에 맞지 않는 상(裳)을 끌면서 보평청 옆 대기실로 사라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조문을 쓴 편지를 올린다. "벌써, 공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모양이로군"쭉 읽어가던 왕이 순간 시선을 멈춘다.'대리정치라'왕은 혼자말로 조용히 되 씹는다.

 조문에는 몇가지 다른 개선 방안이 있고 대리정치란 단란에서는 '작금의 정치는 강호한 권신들이 도당에 모여 앉아 왕명마자도 천단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뭉쳐서 그들끼리 당을 지어 국정을 농단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제어하는 것은 현재 전하께서도 쉽지 않게 되었읍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규제와 통제없이는 원활한 국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는 바  이를 위하여 전하께서 나설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과다한 출혈이 요구되며 극한적 대립으로 가면 그 전말을 예단하기가 어렵읍니다. 이러한 까닦에 신은 전하께 대리정치를 권하고 싶읍니다. 전하의 이념을 이해하는 현자를 얻어서 국병을 맡겨 난마처럼 얽힌 이 국면을 타개하시옵소서. 이 대리정치의 장점은 전하와 권문과의 직접적 마찰이 없으며 만약 정치수행과정에서 불화음이 생기면 전하께서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아울러 만약 대리자가  수행과정에 회복하기 어려운 해를 당한다 하더라도 전하는 온전하게 다음 정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리자가 업무를 잘 수행하여 왕권이 서는 정상적인 정치형태가 되었을 때 그때 전하께서 역량을 펴시면 되는 것입니다. 현 정국이 전하의 마음에 들지 않고 또 개선의 방법을 찾지 못하셨다면 여기서 최선의 방법은 대리정치이옵니다. 라고 씌여 있었다.

 왕은 그기까지 읽고는 편지를 천천히 말아서  환관 최만생에게 주면서 철저히 소각하라. 그리고 임부령이 건의한 대로 성균관을 오경과 사서의 제(齊)로 나누고  과거는 중국의 000법을 따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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