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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세끼,서선생18

똥하 2010. 8. 12. 19:16

여기가 어딘가. 마우스는 희미한 빛을 느끼면서 게씀츠레 눈을 떴다.

빛은 느껴지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승인 모양이구나.

그는 네발을 움직여 보았다. 움직임이 느껴지고 무언가 발에 와 닿은 느낌도 왔다.

그런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 저승에 오면 눈이 머는 것인가.

그는 앞발을 들어 눈을 비벼보았다.

무언가 흩어지면서 큰 괴물이 촉수를 세우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겁에 질려 얼른 눈을 감았다.

다음 순간 그는 그것이 벽에 뚤린 구멍의 단면임을 알았다.

"아! 내가 살아 있단 말이가" 그는 눈을 다시 크게 떠 보았다.

자신의 몸 중 머리부분이  벽의 구멍을 빠져 나와 있었다.

' 그렇구나'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 머리가

구멍 속의 스치로폴 알겡이들을 밀쳐내고 밖으로 나온 곳이었다.

"아하하! 내가 살아 있다니. 나는 살았다.

그는 몸을 바로하여 몸을 완전히 벽 속의 구멍에서 빼내  

사무실과 밖의 경계선,

처음 스치로폴의 깛는 맛에 매료된 그 위치에 오두마니 앉았다.

"아 싱그러운 이 공기! 이 공기가 바로 생명임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얼마나 부자인가! 이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그리고 가만! 따지고 보니 내가 살게 된 것은 스치로폴 알겡이로

가득차 있는 구멍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기에 떨어짐은 곧 죽음을 의미했는데

결국 죽음 위에 떨어져서 죽음을 벗어난 꼴이 된 것이다.

만약 그 때 흥가가 벽을 후려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깜깜한 벽속에서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구멍을 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끝이 없을 지도 모르지.

그러다 몇일이 지나면 배가 고파 힘없이 쓰려져

스치로폴 알갱이 더미 속에서 죽을 것이다.

그나마 그 정도 구멍을 뚫었기에 떨어져도 헤집고 니올 수 있었지

더 구멍을 파서 스치로폴 알갱이가 더 구멍에 쌓였을  때 떨어진다면

살아서 빠져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 죽음은 타의든 자의든 죽음보다 더한 강단과

죽음보다 더한 노력으로 만이 극복할 수 있는것이다.

나는 죽음으로 생명을 얻었다.

아! 이 생명!' 마우스는 앞 두 발로 공기를 한웅큼 잡아 코에 대어 보았다. 

'아! 흥가는 정말 나의 큰 스승 이다.' 그는 사무실로 통하는

구멍에 서서 사무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흥아! 고맙습니다"  그러자 사무실 안에서

흥아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아마 내 목소리를 들은는가 보다

그리고는  비자루를 집어 들더니 마우스 쪽으로 달려왔다.

이전 같으면 냅다 도망칠 것이었지만

지금은 흥가의 행동이 슬로비두어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 경계가 얼마나 큰 간극인 지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불쌍한 흥가! 내가 구멍의 저쪽으로 슬쩍 뛰어 내려 버리면

흥가가 아무리 잡으려해도 결코 잡을 수 없다.

이 구멍의 이쪽과 저쪽은 형아에게는

50미터는 족히 달려야 이을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나는 단 10센치로도 그 간극을 벌릴 수 있다.

인간이라고 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죽음을 경험한 터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을 다 포함해서

죽음을 경험한 유정체가 몇이나 될까.

일본에 어떤 호기심 많은 작가는

죽음을 경험해 보려고

스스로 자기의 배를 칼로 잘랐다고 한다.

근데 그가 경험을 한 것인지 아닌지는

그가 살아 돌아오지 않아 물어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죽음을 경험해 본 자의 여유로움,

달려오는 흥가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