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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세끼, 서선생13

똥하 2010. 5. 29. 15:25

그런데 그가 구멍을 빠져나오는데 발바닥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적당한 쿠션이 너무 좋았다. 이것이 그와 스치로폴의 첫 대면이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앞발로 다시 한번 만져보았다. 좋았다. 그는 구멍의 벽면에 있는 하얀 스치로풀을 잇발로 물어 띁어보았다. 적당한 크기의 소리와 함께 잇빨이 앂피는 미묘한 감촉, 그는 계속 띁어 보았다.사각하고 떨어지는 명쾌한 덩어리들! 그는 계속 물어뜯다보니 그 재미가 솔솔했다. 한참을 물어 뜯다보니 구멍이 생기고뜯어진 스티로폴 알맹이들이 코 앞에서 바스락대는 소리도 좋았다. 그는 그것은 앞발로 끌어서  뒤쪽으로 보냈다. 배를 쓰치며 지나가는 무게도 없는 알맹이들의 따뜻한 감촉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그것을 뒷발로 차서 뒤로 보낼 때 꼭 그는 언젠인가 개울에 빠져 수영을 할 때의 느낌과 꼭 같았다. 그는 오른 쪽 뒤발로 판넬벽을 강하게 뻣팅겨 몸을 고정시킨 다음, 계속 구멍을 이어갔다. 그 재미에 그는 배가 고픈 것도 잊고 몰두했다. 얼마나 했을까 잠깐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에 들려오던 사무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갔다. '아 그래 내가 점점 더 고기쪽에 가까워 지는구나. 오케이! 되었다. 잘하면 가까이서 고기를 볼 수도 있고 냄새도 맛을 수 있겠구나. 그는 결코 내가 이렇게 벽 속으로 해서 다가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혹 아나 바닥에 떨어진 고기 한 점을 그들과 같은 시간에 먹을 수 있을 지도'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하는 것처럼 들렸다. '되었다. 이제는 나가는 구멍을 찾으면 되는데 어디로 가야하지' 그러나 그의 앞에는 깜깜한 절벽 스치로폴의 건조한 감촉이 있을 뿐이었다. 동서남북도 알 수 없고 위 아래도 알 수 없었다. '일단은 바닥으로 내려가보자. 바닥? 그래 이쪽이겠지'하고 그는 열심히 아래인 것 같은 방향으로 파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그것을 포기해야 했다. 숨이 가파 팔 수도 없었다. 스피로폴 알맹이들이 모두 밑으로 쏠리는 바람에 그는 스치로폴 알갱이 속에서 구멍을 파야했고 결국은 그 알갱이들이 그의 뒤를 차단하는 바람에 공기가 모자라 질식할 것 같았다. 그는 가픈 숨을 몰아쉬며 몸을 틀어 위쪽으로 헤험치듯이 스치로풀을 헤치며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치로폴 알맹이는 아무런 무게도 없어 그가 잡고 올라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는 한 참의 실강이 끝에 겨우 방법을 찾아내었다. 몸울 최대한 벽에 밀착을 시킨 다음 다리로 몸을 밀어 올려서 간신히 조금씩 올라 올 수 있었다.  그 순간에도 스치로폴 알맹이는 간단없이 그의 코앞에서 그의 호홉을 방해하고 있었다. 겨우 정점에 올라 왔을 때 그는 반은 얼이 빠져 있었다. 조그만 더 깊이 파고 내려갔더라면 올라오기도 전에 질실사하여 스치로폴 알맹이 속에서 차디찬 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혼이 나서 돌아가려고 파고 올라온 구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갑자기 방금 전의 생각이 나서 막 내려가려는 몸을 앞발로 벽을 짚어 겨우 막았다. 이제는 죽어나 사나 위로 뚫고 올라가는 방법 밖에 없다. 이제는 고기에 대한 생각은 천리나 만리나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살아야 한다. 생사의 문제였다. 과연 위에 나갈 구멍이 있기는 한 걸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의 체력도 고갈되어 있었다. 어쩌다 내가 여기까지 왔는가. 무엇하려고 왔는가. 그저 재미에 이끌려 물어 뜯다보니 이제는 오도 갈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어쩌면 먹을 수 있다는 애매한 이유를 가지고 그것을 자신의 재미에 대한 핑게와 자위를 하면서 기실은 죽음으로 가고 있는 지도 모르고 온 것이다. 스치로폴을 파기 시작한 순간 그는 파멸의 유혹을 받은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그 순간 ! 그 순간의 중요했다. '그렇구나 인생은, 아니 쥐생은 순간에 결정되는구나. 아 파기 시작한 후로도 수많은 순간이 있었는데 어찌 한번도 이것이 위험한 것이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단 말인가. 그 많은 순간 순간에 말이다. 나를 죽이는 것도 순간이지만 나를 살리는 것도 순간이다. 아! 그래, 지금도 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순간 나는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이미 지난 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해봐야 아무른 도움이 안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나도 모른다. 또 알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이고 그것만이 유일한 나의 재산이다. 그는 길의 정점에 오두마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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