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향기

[스크랩] 어옹(漁翁)-유종원(柳宗元)

똥하 2009. 10. 15. 17:44

어옹(漁翁)-유종원(柳宗元)

고기 잡는 노인-유종원(柳宗元)

漁翁夜傍西岩宿(어옹야방서암숙) : 어옹은 밤을 서암 곁에서 묵고


曉汲淸湘燃楚竹(효급청상연초죽) : 새벽엔 맑은 상수를 길어다가 초죽을 태운다.


煙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부견인) : 연기 사라지고 해가 떠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欸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녹) : 어여차 한소리에 산수만 푸르러간다.


回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 : 하늘 끝 돌아보며 중류로 내려가니


岩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 : 바위 위로는 무심하게 구름만 쫓아간다

 

 

이 시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속하는 유종원(773-819)이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어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토로하기보다 경물 묘사를 위주로 하여 지극히 고요한 산수(山水) 자연의 일색(一色)과 한적한 어부의 일상을 조화롭게 그려냈다.


저 멀리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를 보자니 어부는 벌써부터 일어나 끼니를 때우고 서둘러 배 탈 채비를 하고 있나 보다. 어느덧 훤히 동이 트고 사물의 식별도 훨씬 용이해졌는데 어부의 모습은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끼이익! 단단히 힘을 주어 첫 노질을 했을 테니 자연 입 밖으로 ‘으라차!’ 하는 고함 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을 법하다. 고요히 숨 죽여 바라보다 일순간에 펼쳐지는 강산의 청량(淸亮)한 빛깔과 기운이 가슴 속까지 전율을 일으킬 정도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따라 어느덧 하늘 끝으로 떠나가고 있는 배와 그 뒤를 좇는 ‘무심(無心)’한 구름 또한 모두 ‘자유’롭지 않은 것이 없다.

 

* 傍(방) : 가까이 가다.
* 西巖(서암) : 영주(永州, 지금의 호남성 영주시(永州市))의 서산(西山).
* 曉(효) : 새벽.
* 汲(급) : 물을 긷다.
* 淸湘(청상) : 맑은 상강(湘江)의 물. 상강은 상수(湘水)라고도 하며 호남성(湖南) 남부에서 흘러나와 영주(永州)를 거쳐 동정호(洞庭湖)로 들어간다.
* 然(연) : 태우다. ‘燃(연)’과 같다.
* 楚竹(초죽) : 초 땅의 대나무. 영주(永州)가 옛날에는 楚(초) 지역이었다.
* 煙銷(연소) : 안개가 사라지다.
* 乃(애내) : 노 젓는 소리. 노 젓는 소리에 맞추어서 부르는 노랫소리로 보기도 한다.

출처 : telechae
글쓴이 : 含閒커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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