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21> 라마불교(1)

똥하 2009. 3. 30. 23:24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21>라마불교(1)

 

라마불교는 대승불교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계급제도적, 제정일치적으로 특이하게 변형되어 나온 것이다. 부처님은 인도 북부와 갠지스 강변에서 가르침을 펼쳤지만, 라마불교는 티벳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였고 14세기에 황금기를 맞았다.

라마불교를 연구한 라이스 데이비드 등 대부분의 서구학자들은 이 종교체제와 가톨릭 교회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전생활불(轉生活佛)이라고 일컬어지는 달라이라마는 17세기 이후 티벳의 원수(元首)가 되어왔다.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1949년 집권한 후 티벳을 점령했다. 점령시 종교적 전통을 존중해 주겠다고 약정한 조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점령 후 티벳 고유의 문화적 체제와 관습들이 모두 뿌리 뽑혀졌다.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자 많은 신도들이 그를 따라가서 인도의 서북부 다람살라에 티벳 망명정권을 수립했다.

 

소승불교에는 수도승만 있지 사제계급은 없다. 반면 라마불교에는 뚜렷한 사제계급이 있어서, 두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위대한 왕)와 판첸라마(위대한 스승)는 중세 때의 가톨릭 교황들처럼 정신적인 권력과 함께 세속적인 권력도 행사한다. 주술(呪術)을 중시하는 고유신앙을 가진 티벳과 몽골인들은 사성제 같은 지고한 진리나 팔정도같은 엄격한 실천법에 쉽게 적응되기 어려웠다. 그들을 교화시키는 데에는 화려하고 복잡한 제례의식이나 번화한 염불의식 혹은 몸속 깊이 체득되어 있는 전통적 주술행위와 토착신앙을 융합한 종교형식이 필요했다. 버나드쇼는 “콩고의 토인을 기독교도로 개종시키는 일은 사실상 기독교를 콩고의 토인이 믿는 민간신앙으로 바꾸는 일이 되고 만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티벳인들은 외래종교를 고유의 정신체계와 융합시켜 독특한 혼합종교를 만들어 내었다. 거기에는 대승불교에 내재해 있던 다신(多神)적 체계와 주술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공산주의가 티벳을 점령하고 억불정책을 쓰기 전까지는 불교사원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 일반적으로 각 가정에서는 아들 중의 한명을 가까운 사원으로 보냈다. 팔구세 가량의 이들 소년들 중에서 소수만이 초심자로 받아들여지고 오랜 공부와 시험뒤에 정식 승려가 된다. 대개 수도원장들은 그 지방에서 가장 존경받고 권위있는 인물이 된다.

 

달라이라마가 열반에 들면, 사원 부근의 가난한 집에서 환생한다고 믿었다. 그 아이는 신탁에 의해 발견되고 법도에 따른 교육을 받는다. 가난한 집에서 환생한다는 사실은 무슨 민주적 전통에 의한 것이 아니라, 권세있는 집안으로 하여금 권좌의 계승문제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막자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티벳은 원래 관음보살의 교화의 땅으로 알려져 있어서, 달라이라마는 세대를 거쳐 전생(轉生)하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옴마니반메훔(오! 연꽃잎의 이슬이여)은 특히 달라이라마가 입적할 때 마치 연꽃잎에 맺힌 이슬이 바다로 흡수되는 것처럼 열반에 입적하는 것을 기리는 주문이다.

 

 

티벳에서는 다양한 신성(神性)이 경배된다. 여러 부처님들과 그 제자들, 보살들, 대승불교의 창시자 용수(나가르주나) 등과 함께 험악한 얼굴의 사천왕, 지옥의 왕이며 사자(死者)의 심판관인 염라대왕(그의 상징은 해골과 남근(男根)이다) 그리고 자연의 힘을 의인화한 여러 신들이 모두 경배의 대상이다.

 

티벳불교는 불교의 윤리 도덕적인 면을 강조한다. 선행은 사후 필히 보상을 받으며, 악행은 꼭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통불교가 자아라는 개념을 배제한 업(業)의 논리에 의지하는데 비해, 라마불교는 세대에서 세대로 윤회전생하는 개인적 자아의 영혼을 인정하는 편이다. 죽은 자는 이땅이나 아니면 육도(六道)의 어디에선가 환생한다는 것이다.

 

마귀들은 호시탐탐 인간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부적을 준비해 두는 것이 신중한 태도다. 이런 믿음하에 부적은 승려들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환자들을 위해서는 승려들이 독경을 통한 정신치료법을 실시하였다. 악귀를 쫓고, 병을 치료하며, 극락정토로 인도한다고 믿는 주문을 수시로 암송하는 일이 민간에서 널리 유행하였다. 가장 효험이 있다고 믿은 주문은 역시 옴마니반메훔이었다.

 

만트라(mantra)는 산스크리트어로 ‘문자’ ‘언어’의 뜻이다. 한자로는 ‘진언(眞言)’이라고 음역하며, 밀교에서는 ‘다라니(陀羅尼, dharani)’라고도 부른다. 만트라는 단순한 언어의 뜻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 말은 다른 나라에서도 번역되지 않고 원어발음 그대로 따라한다. 유대 신비주의 일파인 카발라에서도 성경의 글자에는 창조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해로운 말, 불길한 말, 싸움을 불러오는 말, 불같이 뜨거운 말, 행운을 불러오는 말, 친절한 말 등 힘을 내재하고 있는 말들이 있으며 그것들을 잘 배합하면 효능은 더 증대된다. 각각의 마귀마다 치명적인 말이 있고 승려들은 그 주문들을 알고 있다.

 

 

만트라는 음송되지만, 글이나 문양으로 쓰여져서 관상(觀想)되기도 한다. 숙소나 사원의 지붕을 장식하는 깃발에 그려지기도 하고, 옷이나 부적에 쓰여지기도 한다. 환자는 식이요법 중 만트라가 쓰인 종이를 먹기도 한다.

 

만트라를 독창(讀唱)하거나 관상하면 복을 쌓고 해탈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물론 사원에 시주하거나 가난한 사람을 돕는 선행을 병행해야 한다. 부자들은 대개 보석을 시주하고, 가난한 자들은 버터를 시주한다.

 

라마의 권력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정신적 권한과 세속적 권한을 모두 가진다. 국가의 모든 산물, 사형을 포함한 모든 판결권 그리고 신도의 현세적 운명뿐 아니라 미래의 삶까지도 결정한다.

 

라마불교는 임종의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죽음의 시간이 임박하면 승려는 죽음의 왕국을 여행하는 여러가지 지침이 담겨있는 경을 낭송한다. 화장이나 매장이 끝난 뒤에도 독경과 장례는 계속된다. 그 기간은 49일간 지속되며 죽은 사람을 나타내는 지방은 마지막에 태워진다.

 

육체적 죽음뒤 첫번째 바르도(bardo, 단계)는 깊은 잠의 기간으로 4일간 지속된다.

 

그뒤 영혼을 비추는 밝은 빛이 나타나고 그제서야 사자(死者)는 자신이 죽은 것을 안다. 만일 그가 해탈을 한 자라면 이것이 마지막 단계다.

 

 

諮 :김홍근<외대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