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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불교강의-<9> 불교에 영향을 미친 사상(2)-베단타 학파(상)

똥하 2009. 3. 30. 23:01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9>불교에 영향을 미친 사상(2)-베단타학파(상)

- 베다경전 뿌리둔 범아일여 사상 -

- 우주본체와 개인 합일통해 해탈 -

 

인도의 모든 종교와 철학이 그렇듯이, 불교도 베다의 사상에 그 연원을 두고있다. 베다라는 말은 ‘지혜’를 뜻하며, 오랜 옛날부터 구전(口傳)되어 오다가 문자로 기록된 방대한 양의 경전들을 포함한다. 코란은 계시를 기록한 책이며, 성경은 여러차례의 협의과정(結集)에 의하여 공인받은 책들만 묶은 것인데 비해, 인도에서 베다의 신성(神聖)함은 유사(有史) 이전부터 확립되어 온 것이다.

베다는 찬가(讚歌), 기도, 주구(呪句), 연도(連禱), 주석, 명상, 제사, 가영(歌詠) 등을 집대성하고 있다. 그것은 신성(神性)의 작품으로, 하나의 세계가 소진될 때마다 브라만신(神)에게 계시된다. 브라만은 영원한 베다의 언어를 통하여 세계를 창조한다. 따라서 재창조되는 새로운 세계에서 실재로 ‘바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바위’라는 베다의 말이 필요하다.

 

인도 육파철학(六派哲學)에서 가장 중요한 학파인 베단타는 베다 경전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베단타는 ‘베다의 말미(末尾)’ 또는 ‘베다의 심오한 경지’를 뜻한다. 베다의 마지막 부분인 이 베단타는 ‘우파니샤드(奧義書)’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름을 딴 베단타학파는 우파니샤드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여 체계적인 해석을 하였다.

 

베단타는 종교적으로도 범신론(汎神論)적 다신교이며, 사상적으로는 일원론(一元論)이다. 사상적인 면에서 베단타는 그리스의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스피노자(Spinoza) 그리고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 철학에 가깝다. 베단타 이론에 따르면 세상에는 하나의 실재(實在)만 존재하는데, 그것이 객관적으로 인식되면 브라만(梵)이 되고 주관적으로 인식되면 아트만(我)이 된다. 그 실재는 비인격적이며 유일한 존재이다. 이 세계에도, 신에게도 복수성(複數性)은 존재치 않는다. 파르메니데스도 이 세계에는 다양성이 존재치 않는다고 말했다. 엘레아학파의 제논(Zenon)도 시간과 공간이 변화한다는 개념이 내부에서 모순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역설을 만들어 냈었다. 상카라(Sankara, 8세기 베단타철학자)는 단지 하나의 사고주체(브라만)이 존재하고 그 본질은 영원한 현재라고 믿었다.

 

브라만은 주기적으로 우주를 파괴하고 재창조한다. 그러나 이 파괴와 창조는 본질적으로 마술적이며 환각적인 작용이다. 베다에 이미 기록되길, 신은 마야(Maya, 幻)의 마력을 빌어 외부세계를 창조하는 마법사라고 한다. 우주의 주기적인 창조와 파괴를 설명하기 위해 2가지 이유가 제시되었다. 한편으로 이 창조와 파괴의 주기성은 들숨과 날숨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이해되고, 다른 한편 그것은 한가한 신성의 끝없는 장난으로 여겨진다. 헤라클리토스도 “시간은 주사위를 던지는 어린아이와 같다. 그러나 그 아이는 무서운 힘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17세기 독일의 신비주의자 안젤루스 실레시우스(Angelus Silesius)는 “이 모든 것은 신성의 장난이다”고 했다.

 

세상의 거짓된 본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상카라는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한 사람의 어리석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뱀으로 보이는 것이 실재로는 새끼줄이다. 그러나 그것이 뱀이든 새끼줄이든 실제로는 신(神)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우리는 무지(無知) 때문에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하고, 세계를 실재(實在)로 착각한다. 세계는 무지와 환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모두 본질의 겉면에 불과할 뿐이라고 상카라는 말한다. 마야(幻)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과 빛이 불의 속성인 것처럼, 마야는 신의 속성일 뿐이다. 신의 정확한 모습을 파악한다면, 환상 따위는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우주는 거대한 환영(幻影)이며, 육체, 자아, 창조주로서의 신의 개념 등은 그 환영의 부분적인 모습일 뿐이다.

사물의 비실재성을 강조하는 베단타철학은 결국 아트만(我)이 브라만(梵)을 철저히 인식하여 그와 합일함으로써 해탈에 이른다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가르친다. 베단타의 궁극적 가르침은 ‘네가 바로 브라만이다’로 귀결된다. 이것을 알게 되면, 인간은 비록 몸을 가지고 세상속에서 살지만 그것이 환영이란 것을 잊지 않는다. 신은 복된 자이며, 해방된 영혼 역시 그러하다. 이런 교설(敎說)들은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베단타의 가르침은 ‘네가 그것이다(Tat twam asi)’와 ‘나는 브라만이다(Aham brdhmdsmi)’라는 유명한 두마디로 요약된다. 둘다 대우주의 본체(梵)와 개인의 본질(我)이 일체라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이 말들은 세계를 만들었다가 부수는 영원한 본질이 우리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류 전체가 파멸되어도 한 사람만 살아 남는다면, 우주는 그로 인해 다시 복원될 것이다.

 

베단타의 다른 철학자들이 말하길, 인간의 근본적인 잘못은 자신과 육체를 동일시하여 감각적인 쾌락을 좇는 것이라고 한다. 그 욕망이 영혼을 세계에 얽어매게 되고, 이로서 계속 윤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베다가 알려주는 인간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곧 해탈의 길이다. 우리들은 창조주를 사랑해야지, 피조물을 사랑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