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향기

[스크랩] 한시1

똥하 2009. 10. 15. 18:03
700   哭內  곡내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울다 
     任叔英  임숙영 1576~1623

 
大抵婦人性   대저부인성   대저 부인의 성품이란
貧居易悲傷   빈거이비상   가난하면 상심하기 쉬운건데
嗟嗟我內子   차차아내자   불쌍한 나의 아내는
在困恒色康   재곤항색강   곤궁해도 늘 안색이 온화하였지

 
大抵婦人性   대저부인성   대저 부인의 성품이란
所慕惟榮光   소모유영광   영광 누리는 걸 좋아하는데
嗟嗟我內子   차차아내자   불쌍한 나의 아내는
不羨官位昌   불선관위창   높은 벼슬을 부러워하지 않았지

 
知我不諧俗   지아불해속   세속과 못 어울리는 내 성품을 알아서
勸我長退藏   권아장퇴장   나에게 은거하기를 권유했었지
斯言猶在耳   사언유재이   이 말 아직 귀에 쟁쟁하여라
雖死不能忘   수사불능망   떠나고 없어도 어찌 잊으랴

 
惻惻念烱戒   측측념경계   이 밝은 경계의 말 맘에 늘 담아두고
慷慨庶自將   강개서자장   잊지 않고 스스로 지켜 가리라
莫言隔冥漠   막언격명막   저승이 멀리 있다고 해서는 안 되지
視我甚昭彰   시아심소창   나를 저리 환히 내려다보고 있는 걸

 

 701向無爲寺次子中韻  향무위사차중운  無爲寺로 향하며 둘째아들에게 
    林悌  임제 1549~1587

 
孤村犬吠客歸時   고촌견폐객귀시   客이 돌아가니, 외딴 마을엔 개가 짖고    
日暮白煙生竹籬   일모백연생죽리   해 저무니, 흰 연기 대나무 울타리로 피어오르네
前路更憐蕭寺近   전로갱린소사근   앞 길은 절이 가까워지니 더욱 바빠지고    
一聲微磬渡溪遲   일성미성도계지   희미한 종소리 들으며, 천천히 개울를 건너네

 

702 浿江曲  패강곡   대동강 노래
    林悌   임제 1549~1587

 
離人日日折楊柳   리인일일절양류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꺽어
折盡千枝人莫留   절진천지인막류   천 가지 다 꺽어도 가시는 임 못 잡았다 
紅袖翠娥多少淚   홍수취아다소루   어여쁜 아가씨들 눈물 때문일까 
烟波落日古今愁   연파락일고금수   안개 물결  지는 해에 근심만 가득하다

 
703 喜慶樓     희경루
    林悌   임제 1549~1587

 
樓鍾報淸曉   루종보청효   누각의 종은 맑은 새벽을 고하고
山雨送微凉   산우송미량   산 비는 서늘한 기운을 보내는구나
肺病猶耽酒   폐병유탐주   폐병에 오히려 술을 탐하고
身閑不計程   신한부계정   몸은 한가로와 갈 길을 따지지 않네

 
704 書感  서감    감회의 글 
    林悌   임제 1549~1587

 
歲月日以往   세월일이왕   세월은 나날이 흘러만 가고
時序忽已暮   시서홀이모   시절도 홀연히 저물어간다

 
我懷自료慄   아회자료률   내 마음 저절로 구슬프구나
中宵聽秋雨   중소청추우   깊은 밤 가을비 소리 들리니

 
凄凄襲深林   처처습심림   처연하게 깊은 숲만 적시고
蕭灑不入土   소쇄부입토   시원하게 땅에 스며들지는 않는구나

 
沈思集百感   침사집백감   생각에 빠지니 온갖 감회가 모여들어
撫襟惟三歎   무금유삼탄   가슴을 만지며 자꾸 탄식만 한다

 
平生四海志   평생사해지   평생 넓은 뜻을 품고서
十載文字間   십재문자간   십년 간 글 읽으며 보냈는데

 
發憤無所成   발분무소성   한껏 노력했으나 이룬 것은 없으니
逝將招吾魂   서장초오혼   죽어서 내 넋이나 불러보리라

 

705 無語別  무어별     말없는 이별
    林悌   임제 1549~1587

 
十五越溪女   십오월계녀   열다섯 아리따운 소녀가
羞人無語別   수인무어별   남이 부끄러워 말없이 작별하고
歸來掩重門   귀래엄중문   돌아와 중문을 닫아걸고서
泣向梨花月   읍향이화월   배꽃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흐느끼네


 
706 浿江曲  패강곡    강의 노래
    林悌  임제 1549~1587

 
浿江兒女踏春陽   패강아녀답춘양   대동강 아가씨 봄나들이 나섰다가
江上垂楊正斷腸   강상수양정단장   강위에 버들 드리워, 애가 끊어지는구나
無限烟絲若可織   무한연사약가직   한없는 안개 실로 길쌈할 수 있다면야 
爲君裁作舞衣裳   위군재작무의상   님 위해 춤 출 옷을 마르재어 지으련만

 


707 山園小梅   산원소매    산속 밭에 작은매화
    林逋(北宋)  임포 967~1028

 
중芳搖落獨暄姸   중방요락독훤연   온 꽃이 흔들려 떨어진 후  홀로 아름답고
占盡風情向小園   점진풍정향소원   작은 동산을 향한 풍치 있는 맘 다 차지하네

 
疎影橫斜水淸淺   소영횡사수청천   성긴 그림자 맑고 얕은 물에 비스듬히 기울고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그윽한 매화 향기는 달빛 어린 황혼에 떠도네

 
霜禽欲下先偸眼   상금욕하선투안   서릿새는 내리려고 먼저 주위를 훔쳐보고
粉蝶如知合斷魂   분접여지합단혼   흰나비가 알게되면  魂 끊어지기 적합하네

 
幸有微吟可相狎   행유미음가상압   다행히 시를 읊조리고 함께 친할 수 있으니
不須檀板共金樽   불수단판공금준   단판악기나 금 술 항아리도 필요 없구나

                  

708 江頭   강두     강가에서
    吳洵   오순

 
春江無際溟煙沈   춘강무제명연침   끝없는 春江에 연기 자욱이 가라앉고
獨把漁竿坐夜深   독파어간좌야심   나 혼자 낚싯대 들고 밤늦도록 앉아있소
餌下纖鱗知幾個   이하섬린지기개   낚시 밥에 작은 고기 몇 걸렸겠지
十年空有釣鰲心   십년공유조오심   십년 낚시에 큰 고기 잡을 생각 없었소

 
709 食後  식후    밥 먹은 뒤
    吳숙  오숙 1592~1634

 
食後徐行向菜田   식후서행향채전   식사 후에 천천히 채소밭에 걸어가니
病妻隨後稚兒先   병처수후치아선   병든 아내 뒤따르고, 아이들은 앞선다
人生此樂餘無願   인생차락여무원   인생의 이 즐거움에 남은 바람 없으니
誰自勞勞送百年   수자로로송백년   그 누가 스스로 수고롭게 일생을 보려나

 


710 臨終偈    임종게
   烏石世遇  오석세우

 
生本不生   생본부생   태어남은 본래 태어남이 아니요
滅本不滅   멸본불멸   죽음 또한 본래는 죽음 아니네 
擦手便行   찰수변행   손을 뿌리치고, 문득 돌아가노니
一天明月   일천명월   하늘엔, 밝은 달만 떠 있네

 

711 堤上  제상     뚝방에서
   吳承恩  오승은

 
平湖渺渺양天光   평호묘묘양천광   잔잔한 넓은 호수에 하늘빛 출렁이다
瀉入溪橋噴玉량   사입계교분옥량   개울 다리로 쏟아드니 서늘한 옥빛이 치솟는다
一片蟬聲萬楊柳   일편선성만양류   버들숲 속에서 들리는 한 줄기 매미소리
荷花香裏據胡床   하화향리거호상   연꽃 향기 속에 호상에 걸터 앉았노라

 
712 悟道頌   오도송
   五祖法演   오조법연 ? ~1104

 
山前一片閑田地   산전일편한전지   저 산밑에 한 뙈기 묵은 밭
叉手정녕問祖翁   차수정녕문조옹   손 맞잡고 노인께 공경히 물었더니
幾度賣來還自買   기도매래환자매   몇 번이고 팔았다가 다시 산 것은
爲隣松竹引淸風   위린송죽인청풍   송죽에 이는 맑은 바람이 좋아서라네

 

713 詠雪  영설     눈
    吳澄(元)  오징

 
臘前鴻鈞歲已殘   납전홍균세이잔   시간의 수레바퀴 굴러 어느덧 12월
東風剪氷下天壇   동풍전빙하천단   봄바람이 얼음 썰어 천단으로 눈을 뿌리네


剩添吳楚千江水   잉첨오초첨강수   吳楚지방 천 가닥 강에 물을 보태고
壓倒秦淮萬里山   압도진회만리산   秦淮 강변  만 리에 산을 짓누르네

 
風竹婆娑銀鳳舞   풍죽파사은봉무   대나무 바람 받아 銀鳳이 춤추듯 하고
雪松偃蹇玉龍寒   설송언건옥용한   소나무 눈을 이고 썰렁하게 玉龍처럼 웅크렸네

 
不知天上誰橫笛   부지천상수횡적   누구일까  하늘 위에서 피리 불어
吹落瓊花滿世間   취락경화만세간   온 세상에  구슬 꽃 떨구는 이는

 


714 日暮泊村口   일모박촌구    날 저물어 마을입구에 서성이며    
    吳淸藻(淸)  오청조

 
夕陽西墮釣魚磯   석양서타조어기   夕陽은 서녘 낚시터 낚시에 떨어지고
兩岸行人喚渡稀   양안행인환도희   兩岸의 行人들 나룻배 부르는 소리 드물다
傍水柴門猶未掩   방수시문유미엄   물가의 사립문은 아직 닫히지 않고
聽他聲引鴨兒歸   청타성인압아귀   아이들과 오리를 부르는 소리 들리네

  

715 閨情   규정     아씨의 정
    玉峯李氏  옥봉이씨

 
有約來何晩   유약래하만   오신다고 기약하고 왜 늦으시나
庭梅欲謝時   정매욕사시   뜰에 매화 떨어지려 하는 때인데
忽聞枝上鵲   홀문지상작   문득 가지 위에 까치 소리 듣고서
虛畵鏡中眉   허화경중미   부질없이 거울 속의 눈썹 그리네

 

716 山雨  산우   산에 내리는 비
    翁券(宋)  옹권

 
一夜滿林星月白   일야만림성월백    밤사이 하늘에 별이 총총 밝았고
亦無雲氣亦無雷   역무운기역무뢰    비구름 몰리거나 천둥번개 친 일 없었네
平明忽見溪流急   평명홀견계류급    새벽녘 계곡물 급히 불어난 걸 보니
知是他山落雨來   지시타산락우래    산 안쪽 저편에 큰 비 내렸음을 알겠네


717 山居  산거    산에 살면서
    了菴淸欲(宋)  요암청욕 1288~1363

 
閑居無事可評論   한거무사하평론   한가하게 살아가니 남의 입에 오르내릴 일 없어
一炷淸香自得聞   일주청향자득문   한줄기 맑은 향이 넉넉하여라
睡起有茶飢有飯   수기유다기유반   자고 일어나면 茶 있고 배고프면 밥 먹고
行看流水坐看澐   행간류수좌간운   가다가 흐르는 물 보고 앉아서 구름을 바라본다

 

718 見道頌    견도송
   龍城大師   용성대사

 
五蘊山中尋牛客   오온산중심우객   五蘊山중 소 찾는 나그네가 
獨坐虛堂一輪孤   독좌허당일륜고   텅 빈집에 둥근 달이 훤히 비치는데 홀로 앉았도다
方圓長短誰是道   방원장단수시도   모나고 둥글고 길고 짧은 이것이 누구의 도이랴 
一團火炎燒大千   일단화염소대천   일단의 불꽃이 대천 번뇌를 태우는 도다

    


719    臨終偈    임종게
      龍城大師   용성대사

 
諸行之無常   제행지무상   모든 행이 떳떳함이 없고
萬法之俱寂   만법지구적   만법이 다 고요하도다
匏花穿籬出   포화천리출   박꽃이 울타리를 뚫고 나가니 
閑臥麻田上   한와마전상   삼밭 위에 한가로이 누웠도다

    
720  龍牙居遁  용아거돈     은거하며
     용아스님

 
何事朝愁與暮愁   하사조수여모수   어찌하여 아침시름이 저녁시름에 이어지는가
少年不學老還羞   소년불학노환수   젊어서 공부 안 하면 늙어서 부끄러워라
明珠不是驪龍惜   명주부시여룡석   여룡은 밝은 구슬을 아끼지 않는데도
自是時人不解求   자시시인불해구   지금 사람은 그것을 구할 줄 모른다네

 

721 石灰吟    석회음
    于謙(明)  우겸 1398~1457

 
千錘萬鑿出深山   천추만착출심산   천번 두드리고 만 번 뚫어 깊은 산 속에서 나와
烈火焚燒若等閑   열화분소약등한   열화 속에 불타도 태연하였네
粉身碎骨渾不파   분신쇄골혼불파   분신쇄골도 전혀 두렵지 않으리
要留淸白在人間   요류청백재인간   인간 세상에 청백하게 남을 수만 있다면

 

722 映湖樓  영호루   영호루를 노래하며
   禹倬(高麗)   우탁 1263~1342

 
嶺南遊蕩閱年多   영남유탕열연다   영남 땅에 노닌지가 여러해가 지났으나 
最愛湖山景氣加   최애호산경기가   호산땅의 경치 좋아 가장 사랑하였도다


 芳草渡頭分客路   방초도두분객로   꽃다운 풀 나룻터는 나그네가 헤어지는 길
綠楊提畔有農家   녹양제반유농가   푸른 버들 언덕가에 농가 몇 채 서 있는 데

 
風恬鏡面橫煙黛   풍염경면횡연대   바람 잔 수면에는 안개 자욱 빗껴 있고
歲久檣頭長土花   세구장두장토화   세월이 오래되어 담장 위에 이끼가 자라났네


雨歇四校歌擊攘   우헐사교가격양   비 개인 들녘에선 격양가를 부르는데
坐看林秒漲寒사   좌간임초창한사   앉아 숲위 바라보니 땟목 배가 오고가네

 

 
723  蟬  선     매미
    虞世南(唐)  우세남

 
垂유飮淸露   수유음청로   입으로 맑은 이슬 마시고
流響出疏桐   류향출소동   해성한 오동나무 가지 사이에서 시원스레 울어댄다
居高聲自遠   거고성자원   높이 있기에 그 소리 절로 멀리 퍼지는 것이지
非是藉秋風   비시자추풍   가을 바람 힘 빌어 그리 된 것은 아니라네

 

724 梅花圖   매화도
    운수평(淸) 

  
雪殘何處覓春光   설잔하처멱춘광   눈이 아직 남았는데 어디서 봄을 찾으랴
漸見南枝放草堂   점견남지방초당   초당 남쪽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벙그네
未許春風到桃李   미허춘풍도도이   봄바람이 복사꽃 살구꽃 피워내기 전에
先敎鐵幹試寒春   선교철간시한춘   무쇠 같은 가지에 상큼 향 먼저 번지네


725 懶翁土窟歌   나옹토굴가
    懶翁慧勤  나옹혜근 1320~1376

 
靑山林 깊은 골에 一間土窟 지어놓고
杜門을 半開하고 石徑에 俳徊하니
錄楊春三月下에 春風이 건듯 불어
庭前에 百種花는 處處에 피였는데
風景도 좋거니와 物色이 더욱 좋다.

 
그 중에 무슨 일이 世上에 最貴한고,
一片無爲眞 妙香을 玉爐中에 꽃아 두고
寂寂한 明窓下에 ??히 홀로 앉아
十年을 기한정코 一大事를 궁구하니
曾前에 모르든 일 今日에야 알았구 나

 
一段孤明心地月은 萬古에 밝았는데
無明長夜 業波浪에 길 못 찾아 다녔도다.
靈축山諸佛會上 處處에 모였거든
小林窟 祖師家風 어찌 멀리 찾을소냐.

 
靑山은 ??하고 綠水는 잔잔한데
淸風이 瑟瑟하니 어떠한 소식인가.
一理齊平 나툰중에 活計조차 具足하다.

 

千峯萬壑 푸른 松葉 一鉢中에 담아두고
百孔千瘡 깁은 누비 두 어깨에 걸었으니
衣食에 無心커든 世慾이 있을 소냐.

 
欲情이 淡泊하니 人我四相 쓸 데 없고
四相山이 없는 곳에 法性山이 높고 높아
一物도 없는 중에 法界一相 나투었다.

 
皎皎한 夜月하에 圓覺山頂 선듯 올라
無孔笛를 벗겨 불고 沒鉉琴을 높이 타니
無爲自性眞實樂이 이중에 가췄더라.
 

 
石虎는 舞詠하고 松風은 和答 할제
無着嶺 올라서서 佛地村을 굽어보니
覺樹에 曇花는 爛慢開 이더라.

 " 南無靈山會上佛菩薩 " 

 

726 因事示衆   인사시중
    牙元惠  아원혜  懶翁禪師 나옹선사 1320~1376

 
平生初志切隨之   평생초지절수지   부디 평생에 먹은 처음 뜻을 따르고
莫見他人好惡歸   막견타인호악귀   다른사람이 좋아하고 미워함에 흔들리지 말라
窄口懶開須得意   착구뢰개수득의   좁은 입을 게을리 열 때는 뜻을 얻어야 하고
幽房長閑爲忘機   유방장폐위망기   그윽한 방을 늘 닫아둠은 세속일을 잊기 위해서이다


時時有使情塵滅   시시유사정진멸   때때로 마음의 티끌을 멸하게 하고
念念無令道力微   념념무령도력미   생각생각에 도의 힘을 약하게 하지 말라
百歲光陰能幾白   백세광음능기백   백년의 광음인들 그 며칠 되는가
閑看浮世是兼非   한간부세시겸비   뜬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부질없다 보아라

 

727 靑山兮要我  청산혜요아   청산은 나를 보고
    牙元惠 아원혜   懶翁和尙 1320~1376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聊無愛而無惜兮     료무애이무석혜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728   虛菴   허암      빈암자
     懶翁 慧勤  나옹 혜근

 
四面元來無一物   사면원래무일물   사방에 원래 한물건도 없나니
不知何處擬安門   부지하처의안문   어디다 문을 낼지 알지못하네
這間小屋空空寂   저간소실공공적   이 가운데 조그만 암자  텅비어 있어
明月淸風掃白雲   명월청풍소백운   밝은 달  맑은 바람  흰구름을 쓸도다.


729 화두는 따로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懶翁慧勤  나옹혜근 1320~1376 

無端逐步到溪邊   무단축보도계변   생각 없이 걸어 시냇가에 이르니
流水冷冷自說禪   류수냉냉자설선   흐르는 차가운 물소리 禪那를 說하고
遇物遇緣眞體現   우물우연진체현   대하는 모든 것이 진리의 모습이니
何論空劫未生前   하론공겁미생전   화두는 따로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

 
730  歎世 1    탄세    세상을 읊다 
     懶翁慧勤   나옹혜근 1320~1376

 
世事紛紛何曰了   세사분분하일료   어지러운 세상 일 언제나 끝이 날꼬
塵勞境界倍增多   진노경계배증다   번뇌의 경계는 갈수록 많아지네


迷風刮地搖山嶽   미풍괄지요산악   미혹의 바람은 땅을 긁어 산악을 흔드는데
業海漫天起浪波   업해만천기랑파   업의 바다는 하늘 가득 물결을 일으킨다


身後妄緣重結集   신후망연중결집   죽은 뒤의 허망한 인연은 겹겹이 모이는데
目前光景暗消磨   목전광경암소마   눈앞의 광경은 가만히 사라진다

 
區區役盡平生圍   구구역진평생위   구구히 평생의 뜻을 다 부려 보았건만
到地依先不輓何   도지의선부만하   가는 곳마다 여전히 어찌할 수 없구나


731 歎世 2    탄세    세상을 읊다  
    懶翁慧勤   나옹혜근 1320~1376

 
乏眼光陰賑過去   핍안광음진과거   눈 깜박이는 사이에 세월은 날아가버리나니
白頭換却少年時   백두환각소년시   젊은 시절은 백발이 되었구나

 
積金候死愚何甚   적금후사우하심   금을 쌓아두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어찌 그리 미련한고
刻骨營生事可悲   각골영생사하비   뼈를 깍으며  生을 꾸려가는 일, 진정 슬퍼라

 
捧土培山徒自迫   봉토배산도자박   흙을 떠다 산을 북돋움은 부질없이 분주떠는 일이요
持楞酌海諒非思   지릉작해량비사   표주박으로 바닷물 떠내는 것 참으로 그릇된 생각이다

 
古今多少貪客     고금다소참객      고금에 그 많은 탐욕스런 사람들
到此應無一點知   도차응무일점지   지금에 와서 아무도 아는 사람 없구나


732 枕流亭  침류정    침류정에서
    廉興邦   염흥방  ? ~1388

 
金沙居士枕流亭   금사거사침류정   금사 거사의 침류정이여  
楊柳陰陰暑氣晴   양류음음서기청   버들 그늘 축축하니, 더운 기운 맑게 하네
洗耳不聞塵世事   세이불문진세사   세상일은 귀를 씻고 듣지 않나니
潺湲只有小溪聲   잔원지유소계성   졸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 소리뿐

 
733 歎世 4    탄세    세상을 읊다  
    懶翁慧勤   나옹혜근 1320~1376

 
死死生生生復死   사사생생생복사   죽고 나고 죽고 나며, 났다가 다시 죽나니
狂迷一槪不曾休   광미일개불증휴   한결같이 미쳐 헤메며 쉰 적이 없었네


只知線下貪香餌   지지선하탐향이   낚싯줄 밑에 맛난 미끼를 탐할 줄만 알거니
那識竿頭有曲釣   나식간두유곡조   어찌 장대 끝에 굽은 낚시 있는 걸 알리

 
喪盡百年重伎倆   상진백년중기량   백년을 허비하면서 재주만 소중히 여기다가
成久遠劫愆尤     성구원겁건우     오래고 먼 겁의 허물만 이뤄놓네

 
蒜思業火長燃處   산사업화장연처   업의 불길이 언제나 타는 곳을 돌이켜 생각하나니
寧不敎人特地愁   녕불교인특지수   어찌 사람들을 가르쳐 특히 근심하지 않게 하랴


734  警世  경세    사람들아 깨달아라
     懶翁慧勤   나옹혜근 1320~1376

 
終世役役走紅塵   종세역역주홍진   평생을 홍진 속에 허덕이느랴
頭白焉知老此身   두백언지노차신   백발이 되도록 늙는 줄도 모른다네
名利禍門爲猛火   명리화문위맹화   명리는 화를 부르는 무서운 불길
古今燒盡幾千人   고금소진기천인   옛부터 얼마나 많은 이가 타죽었나

 

735 甘露寺   감로사   감로사에서
    安裕  안유 1243~1306

 
一葉飛來鏡面平   일엽비래경면평   나무 잎이 날라와 거울같은 물위에 띄이고  
輝空金碧梵王城   휘공금벽범왕성   반공에 빛나는 황금색 푸른 색은 범왕성을 이루었네

 
嶺頭蒼翠排嵐影   령두창취비람영   고개마루 푸른빛은 남색초록빛을 띄어있고
石上潺湲帶雨聲   석상루루대우성   돌 위에 졸졸 흐르는 물은 비소리를 먹음었구나

 
日暖庭花粧淺綠   일수정화반천록   따사로운 햇살받아 비단인양 뜰에 꽃은 피고
夜량山月送微明   야량산월송미명   서늘한 밤 산위에 뜬 달은 희미한 빛을 밝혀준다

 

憂民未得전塗炭   우민미득전제암   백성들을 걱정하나 도탄에서 건저내지 못하니
欲向蒲團寄半生   욕향포단기반생   중들이 앉는 부들 방석에 앉아 반평생을 붙이려고 하였네

 

736 禪詩    선시
    冶父道川(宋)   야부도천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천길 긴 낚싯줄을 아래로 내린다
一波자動萬波隨   일파자동만파수   한 물결 일어나자 일만 파도 뒤따른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불식   고요한 밤 물이 차가와 고기 물지 않는다
滿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배에 가득 허공 싣고 달빛 속에 돌아간다

 
 
737 禪詩   선시
    冶父道川(宋)  야부도천

 
法相非法相   법상비법상   법상과 비법상이여
開拳復成掌   개권복성장   주먹을 펴니 다시 손 바닥이로다
浮雲散碧空   부운산벽공   뜬구름이 푸른 하늘에서 흩어지니
萬里天一樣   만리천일양   만리의 하늘이 온통 푸른 하늘이더라

 

738 禪詩    선시
   冶父道川  야부도천

 
山堂靜夜坐無言   산당정야좌무언   산 집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寂寂寥寥本自然   적적료료본자연   고요하고 고요해서 본래 이러하구나
何事西風動林野   하사서풍동림야   무슨 일로 서풍은 잠든 숲 깨워
一聲寒雁淚長天   일성한안루장천   한 소리 찬 기러기 장천을 울며 가는고

 

739 太平洋遇雨  태평양우우   태평양에서 비를 만난다
    梁啓超(淸) 양계초

 
一雨縱橫亘二洲   일우종횡긍이주   두 대륙에 걸쳐 비 자욱이 흩뿌리는데
浪渡天地入東流   랑도천지입동류   온 세상을 휩쓸어 동쪽으로 흐르누나
却餘人物淘難盡   각여인물도난진   인물 다 쓸어내지 못하고 남은 사람 하나 있어
又挾風雷作遠遊   우협풍뇌작원유   천둥번개 큰 뜻 품고 먼 길 떠난다네

 

740 曉過大皐渡  효과대고도  새벽 나루터를 건너며
    楊萬里(南宋)  양만리 1124~1206

 
霧外江山看不見   무외강산간불견   안개 자욱하여 강과 산 보이지 않고
只憑鷄犬認前村   지빙계견인전촌   닭이나 강아지 소리로 저쪽에 마을 있음을 알겠네
渡船滿板霜如雪   도선만판상여설   나루터 널판지에 서리가 눈 같은데
印我靑鞋第一痕   인아청혜제일흔   내 짚신 그 위에 첫 자국을 남기네

 

741 水中山花影  수중산화영    꽃 그림자
    楊萬里(南宋)  양만리 1124~1206

 
閉轎那知山色濃   폐교방지산색농    가마 문을 닫고서 어찌 산빛 진함을 알 수 있으랴
山花影落水田中   산화영락수전중    산꽃 그림자가 무논에 비치는데
水中細數千紅紫   수중세수천홍자    물 속의 꽃들이 꼼꼼히 세어보니
点對山花一一同   점대산화일일동    산꽃과 짝이 되어 하나하나 같은 모습.

 

742 八月十二日夜誠齋望月    팔월십이일야성재망월  
    (팔월이일 밤 성재에서 달을 보며)
    楊萬里(南宋)  양만리 1124~1206

 
재近中秋月已淸   재근중추월이청   한가위 가까워지면서 달 더욱 맑아
鴉靑幕掛一團氷   아청막괘일단빙   검푸른 하늘에 얼음 걸렸구나
忽然覺得今宵月   홀연각득금소월   내 문득 깨달았나니 오늘 밤 저 밝은 달
元不粘天獨自行   원부점천독자행   하늘에 붙어 있는 게 아니고 홀로 가고 있음을


743   觀蟻  관의     개미
     楊萬里(南宋)  양만리 1124~1206

 
偶爾相達細問途   우이상달세문도   어쩌다 서로 만나면 세세히 길을 묻는데
不如何事數遷車   불여하사삭천거   무슨 일로 또 집을 그리 자주 옮기는가
微軀所饌能多少   미구소찬능다소   작은 몸에 먹긴 또 얼마나 하길래
一獵歸來滿後車   일렵귀래만후차   나갔다 올 때마다 수레에 가득가득 싣고 돌아오는가


744 醉吟  취음    취하여 읊다
   楊萬里(南宋)  양만리 1124~1206

 
古人亡古人在     고인망고인재     옛 사람 죽었지만 옛 사람 살아있어
古人不在天應改   고인부재천응개   옛 사람 없다면 세상은 반드시 달라져 있을 것이네
不留三句五句詩   불류삼구오구시   삼구 오구의 시를 남기지 않았다면
安得千人萬人愛   안득천인만인애   어찌 천 사람 만 사람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으리

 
今人只笑古人痴   금인지소고인치   지금 사람은 옛 사람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뿐이지만
古人笑君君不知   고인소군군부지   옛 사람은 그대를 알지 못하는 그대를 비웃는다네
朝來暮去能幾許   조래모거능기허   아침이 오고 저녁이 감이 얼마나 되었으며
落葉花開無盡時   낙엽화개무진시   낙엽지고 꽃이 피는 것은 다하는 때가 없다네

 
人生須要印如斗   인생수요인여두   인생은 커다란 금인을 차지 해야 한다고 하지만
不道金槌控渠     부도금퇴공거구   쇠망치로 그 입을 억지로 여는 것은 생각지 못한다네
身前只解皺兩眉   신전지해추양미   살아 있을 때는 단지 두 눈썹 찡거릴 줄 알지만
身後還能更杯酒   신후환능갱배주   죽은 뒤에는 도리어 다시 술한잔 하리오

 
李太白阮嗣宗     이태백완사종     이태백과 완사종은
當年誰不笑兩翁   당년수불소양옹   그 당시에는 누가 두 늙은이를 비웃지 않았으리
萬古賢愚俱白骨   만고현우구백골   만고의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모두 백골이 되다
兩翁天地一淸風   양옹천지일청풍   두 늙은이 천지의 한 바탕 맑은 바람이 되었다네


745  題畵詩 1
     梁彭孫  양팽손 1488~1545 
 

家住淸江上   가주청강상   집이 맑은 강가에 있어
晴窓日日開   청창일일개   맑은 날  매일 창을 열어 놓네

 
護村林影잡   호촌림경잡   마을을 보호하는 숲 그림자 에워싸고
聾世瀨聲催   농세뇌성최   세상사 귀먹게 한 여울 소리 재촉하네

 
客棹隨潮泊   객도수조박   객의 棹는 조수 따라와 배를 대고
漁船捲釣廻   어선권조회   고갯배 낚시를 걷고 돌아오네

 
遙知臺上客   요지대상객   멀리서 짐작컨데 臺위의 客이
應爲看山來   응위간산래   아마 산을 보려고 오고 있으리라

 
746 偶吟  우음   
    梁彭孫   양팽손 1488~1545

 
不識騎牛好   부식기우호   소 타는 즐거움을 알지 못했는데
今因無馬知   금인무마지   말이 없으니 이제서야 알겠네
夕陽芳草路   석양방초로   석양의 꽃 풀 우거진 길
春日共遲遲   춘일공지지   봄날 느릿느릿 함께 하네

 


747 夏日山居  하일산거   여름 날  산에 머물며
    漁玄機(唐)  어현기 843~868

 
移得仙居此地來   이득선거차지래   선인이 살던 곳을 옮겨 놓은 듯 
花叢自偏不曾栽   화총자편불증재   꽃들도 필곳에 피어나니 가꿀 필요도 없어라

 
庭前亞樹張衣桁   정전아수장의형   뜰 앞의 나무를 옷걸이로 삼아
坐上新泉泛酒杯   좌상신천범주배   새로운 샘물 앞에 앉아서 술잔을 띄워본다

 
軒檻暗傳深竹徑   헌함암전심죽경   난간은 가만히 깊은 대 숲길을 전하고
綺羅長擁亂書堆   기라장옹난서퇴   비단으로 길게 묶은 어지러운 책 무더기

 
閒乘畵舫吟明月   간승화방음명월   그 사이로 畵舫에 올라 명월을 노래하나니
信任輕風吹却回   신임경풍취각회   가벼운 바람 불면 부는대로 오면 오는대로 맡겨두노라

  ☞    각= 却.   舫= 배, 선박.

 

748  宿建興寺  숙건흥사   건흥사에서 묵으며
     呂人龍   여인룡

 
路入招提晩更深   로입초제만갱심   해질 무렵,  옛 절 길은 더욱 깊은데
萬山秋老薄寒生   만산추로박한생   만산의 늦가을  살랑 추위가 이네 
芙蓉枝上無多雨   부용지상무다우   연꽃의 잎 위엔  가랑비 내리고 
自把孤懷滴到明   자파고회적도명   외로운 심정은 물방울 맺혀  새벽을 맞네.


749 가난을 탄식하며 
    呂蒙正  여몽정 

 
十謁朱門九不開   십알주문구불개   열군데 붉은 대문 찾아가면 아홉 곳은 문마져 굳게 닫고
滿身風雪又歸來   만신풍설우귀래   온몸 가득 눈바람 맞고 돌아오니
入門懶妻兒面撥   입문나처아면발   집에 들면 처자얼굴 보기 민망하여
撥盡寒爐一夜灰   발진한노일야회   밤새껏 차가운 화롯불을 하염없이 뒤적인다

750  臨終偈   임종게
    悅堂祖誾   열당조은

 
緣會而來   연회이래   인연이 되니 왔다가
緣散而去   연산이거   인연이 다하여 가네
撞倒須彌   당도수미   수미산을 후려쳐 꺽어 버리니
虛空獨露   허공독로   허공이 홀로 드러나네


751 山寺夜吟   산사야음    밤 산속 절에서
    鄭澈   정철 1536~1593

 
蕭蕭落木聲   소소낙목성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   착인위소우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아
呼僧出門看   호승출문간    스님 불러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시냇가 남쪽 개울 나무에 달만 걸려 있다 하네


752 秋日作  추일작    가을 어느 날에
    鄭澈   정철 1536~1593

 
寒雨夜鳴竹   한우야명죽   밤에 찬 빗줄기는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   초충추근상   가을이라 풀벌레는 침상 가까이 다가오네
流年那可駐   유년나가주   흐르는 저 세월을 어찌 머물게 하리
白髮不禁長   백발부금장   길어지는 백발을 막을 수 없네

753 松江亭   송강정      강가 소나무 정자 
    鄭澈   정철 1536~1593

 
明月在空庭  명월재공정   밝은 달이, 빈 뜰에 비추는데
主人何處去  주인하처거   주인은 어느곳에 갔는가
落葉掩柴門  낙엽암자문   낙엽은 사립문을 가리고 
風松夜深語  풍송야심어   바람과 소나무는 밤 깊도록 소리를 내네

 
754 書湖陰先生壁二首.1 서호음선생벽이수   호음 선생 집 벽에 쓰다
    王安石   왕안석 1021~1086

 
茅첨長掃淨無苔   모첨장소정무태   마당은 깨끗하여 이끼 하나 없고
花木成畦手自栽   화목성휴수자재   밭두둑의 꽃나무는 몸소 키운 것이라네
一水護田將綠繞   일수호전장록요   한 줄기 냇물이 푸른 밭을 휘감아 돌고
兩山排달送靑來   양산배달송청래   푸른 산은 문을 밀고 들어오네

 ☞  첨= 처마첨. 畦= 밭두둑 휴.   달= 문 달.


755 梅花   매화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牆角數枝梅   장각수지매   담모서리 두서너 매화가지
凌寒獨自閑   릉한독자한   눈 속에 홀로 피었네
遙知不是雪   요지부시설   멀리 보면 눈도 아닌 것이
爲有暗香來   위유암향래   그윽한 향기를 풍기네

 
756  山中   산중    산속에서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隨月出山去   수월출산거   달을 따라 산을 나섰다가
尋雲相伴歸   심운상반귀   구름 찾아 함께 돌아오는데
春晨花上露   춘신화상로   봄 날 새벽 꽃에 맺힌 이슬
芳氣着人衣   방기착인의   그 향기가 옷자락을 적시네

 
757   游鐘山   유종산    종남산에서 놀며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終日看山不厭山   종일간산부염산   종일토록 산을 봐도 산은 싫지가 않아
買山終待老山間   매산종대노산간   산을 사서 그곳에서 늙어가리라
山花落盡山長在   산화락진산장재   산에 핀 꽃 다 져도 산은 그대로이고
山水空流山自閑   산수공류산자한   산골물 조용히 흐르니, 산은 마냥 한가하네

 
758 王荊公勸學文   왕형공권학문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讀書不破費   독서불파비   독서에는 비용이 들지 않고
讀書萬倍利   독서만배이   독서는 만 배의 이익이요
書顯官人才   서현관인재   책은 관리의 재주를 드러내고
書添君子智   서첨군자지   책은 군자의 지혜를 더해준다


有卽起書樓   유즉기서루   돈이 생기면 곧 서재를 짓고
無卽致書櫃   무즉치서궤   돈이 없으면 곧 책궤를 갖춰라
窓前看古書   창전간고서   창 앞에서 고서를 보고
燈下尋書意   등하심서의   등 아래에서 글의 뜻을 찾아라

 
貧者因書富   빈자인서부   가난한 사람은 글을 통해서 부유해지고
富者因書貴   부자인서귀   부유한 사람은 글을 통해서 귀하게 될 것이다
愚者得書賢   우자득서현   어리석은 사람은 글을 통해서 어질게 되고
賢者因書利   현자인서리   어진 사람은 글을 통해서 이롭게 될 것이다

 
只見讀書榮   지견독서영   다만 글을 읽어서 영화를 누리는 것을 보았어도
不見讀書墜   불견독서추   글을 읽어서 무너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賣金賣買讀   매금매매독   금을 팔아 책을 사서 읽어라
讀書賣金易   독서매금이   책을 읽어 금을 사기는 쉽다

 

好書眞難致   호서진난치   좋은 책은 정말 얻기 어려운 것이니
奉勸讀書人   봉권독서인   글 읽는 사람에게 받들어 권하노니
好書在心記   호서재심기   좋은 글은 마음에 기억해 둘 것을


 


 

816 가고 쉬지 않는 물
    映虛   영허 1541~1609

一波寒源淸且幽   일파한원청차유   한 줄기 싸늘한 물 맑고도 깊숙해 
環山橫野等閑流   환산횡야등한류   산 돌고 들 뚫어 한가로이 흐르네
涓涓自得朝宗勢   연연자득조종세   출렁출렁 스스로 가야할 곳 알아 
徒古于今逝不休   도고우금절부휴   예로부터 지금까지 가고 멈춤 모르네


817 苦寒行  고한행    춥고, 힘든 삶
    劉克莊  유극장 1187~1269

 
十月邊頭風色惡   시월변두풍색악   시월의 변방은 바람 기색이 심하고
官軍身上衣구薄   관군신상의구박   관군의 몸에는 의복이 얇아라

 
押衣勅使來不來   압의칙사래불래   의복의 칙사는 오는지 마는지
夜長甲冷睡難着   야장갑냉수난착   밤은 길고 갑옷은 차가워 잠들기 어려워라

 
長安城中多熱官   장안성중다열관   장안성 안에 고관은 많기도 한데
朱門日高未啓關   주문일고미계관   해가 높이 솟아도 붉은 대문 열리지 않는다

 
重重위箔施屛山   중중위박시병산   겹겹이 두른 휘장 병풍까지 둘러
中酒不知屛外寒   중주부지병외한   술에 취해 병풍 밖은 차가운 줄도 모른다

 

818 晩步  만보    저녁 산책
    兪吉濬   유길준 1856~1914

 
扶공晴始出   부공청시출   날이 개니, 지팡이 짚고 밖에 나가
眺望極平沙   조망극평사   끝없는 모랫벌을 아늑히 바라본다

 
澄水含天景   징수함천경   맑은 물에는 하늘 풍경 비추고
高雲載日華   고운재일화   높은 구름에는 햇빛 가득 비추네

 
紫泥山有券   자니산유권   紫泥山에는 언약이 있고
蒼壁樹因家   창벽수인가   蒼壁樹속에는 집들이 지어져 있네

 
好與寒梅看   호여한매간   겨울 매화 함께 보노라니 좋고 
江蹊不厭사   강혜불염사   강가 좁은길로 오래 걸어도 싫지 않네

 
819 賈婦怨  고부원   상인 아내의 怨恨   
    劉得仁  유득인

 
嫁得商人頭欲白   가득상인두욕백   상인에게 시집온 후 머리는 백발이 되려하나
未曾一日得雙行   미증일일득쌍행   이제껏 하루도  함께 다녀보지 못했네
任君逐利輕江海   임군축리경강해   님은 이익을 좇아 江海를  마음대로 다니지만
莫把風濤似妾輕   모파풍도이첩경   바람과 파도를 저처럼 가볍게 여기지 마소서


820 牧童    목동
    유동양

 
驅牛赤脚童   구우적각동   맨 종아리에  소 타고 가는 아이
滿載秋山色   만재추산색   가을 산 빛 가득 싣고서
叱叱搔蓬頭   질질소봉두   풀어헤친 머리로 이랴 이랴 
長歌歸月夕   장가귀월석   맑은 달빛 속에서 노래하며 돌아오네


821 黃鳥歌   황조가   꾀꼬리 노래
    琉璃王  유리왕

 
翩翩黃鳥   편편황조   펄펄나는 저 꾀꼬리여
雌雄相依   자웅상의   암수가 서로 정답구나
念我之獨   염아지독   나의 외로움을 생각하니
誰其與歸   수기여귀   그 누구와 함께 돌아가리오

822 雪後  설후   눈이 내리고 나니
   柳方善   유방선 1388~1443

 
臘雪孤村積未消   납설고촌적미소   외딴 마을 섣달 눈이 쌓인 채 안녹으니
柴門誰肯爲相敲   시문수긍위상고   그 누가 사립문을 즐거이 두드리랴
夜來忽有淸香動   야래홀유청향동   밤이 되어 홀연히 맑은 향이 전해 오니
知放寒梅第幾梢   지방한매제기초   매화꽃이 가지 끝에 피었음을 알겠노라

 

823 述懷   술회     산속에 사는 맛   
    柳方善   유방선 1388~1443

結茅仍補屋   결모잉보옥   띠풀을 엮어서 지붕을 이고
種竹故爲籬   종죽고위리   대를 심어서 울타리 삼았네
多少山中味   다소산중미   그런대로 산 속에 사는 맛을
年年獨自知   년년독자지   해가 갈수록 혼자서 느끼네

    
824 齋居有懷   재거유회    고향집의 그리움
    柳成龍  유성룡 1542~1607

 
細雨孤村暮   세우고촌모   가랑비 내리는 외딴마을 저무는데
寒江落木秋   한강낙목추   강물은 차고 나뭇잎은 떨어져 가을이로세


壁重嵐翠積   벽중람취적   절벽은 첩첩 푸른 산기운에 쌓여 있는데
天遠雁聲流   천원안성류   하늘 저 멀리 기러기 우는 소리 흐른다


學道無全力   학도무전력   도를 배움에 전력하지 못하였음에
臨岐有晩愁   임기유만수   갈림길에 서서 때늦은 근심 있구나

 
都將經濟業   도장경제업   모두 經世濟民의 업을 행하고자 했음이니
歸臥水雲추   귀와수운추   돌아와 물과 구름의 한켠에 누워 있노라

                    
825 竹枝詞   죽지사
    劉禹錫(唐)  유우석 772~842

 
楊柳靑靑江水平   양류청청강수평   버들은 푸릇 푸릇, 강물은 잔잔한데
聞郞江上唱歌聲   문랑강상창가성   님은 강 위에서 노래를 부르시네
東邊日出西邊雨   동변일출서변우   동쪽에는 해 나는데 서쪽에는 비 오듯
道是無晴却有晴   도시무청각유청   무정한 듯 하면서도 오히려 다정하네

 

826  江上  강상      강가에서
    劉子휘   유자휘

 
江上潮來浪薄天    강상조래랑박천    강 위에 조수가 미려오고 물결은 하늘에 닿아
隔江寒樹晩生煙    격강한수만생연    강 건너 차가운 나무숲에 저녁 연기 일어난다
北風三日無人渡    북풍삼일무인도    북풍은 삼 일 동안을 불어대고 건너는 사람 하나 없고
寂寞沙頭一簇船    적막사두일족선    적막한 모랫벌에는 한 떼의 배들이 모여있다

 
827 江雪   강설    눈내리는 강가
     柳宗元(唐)   유종원 773~819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모든 산에는 새의 날음이 끊어졌고
萬徑人踪滅   만경인종멸   모든 길에는 인적마저 끊겼는데
孤舟蓑笠翁   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홀로 낚시질, 강에는 눈이 내리고


828 漁翁    어옹   고기잡이 노인
    柳宗元(唐)  유종원 773~819

 
漁翁夜傍西巖宿   어옹야방서암숙   고기잡이 노인이 밤에 서쪽 바위 옆에서 잤는데
曉汲淸湘燃楚竹   효급청상연초죽   새벽에 맑은 상수에서 물긷고 초 나라 대나무를 태우네

 
煙銷日出不見人   연소일출불견인   연기는 흩어지고 해가 올라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애乃一聲山水綠   애내일성산수록   한 소리 크게 외침에 산과 물이 푸르네

 
廻看天際下中流   회간천제하중류   돌이켜 하늘가로 물이 흐름을 보니
巖上無心雲相逐   암상무심운상축   바위 위에서 무심히 구름이 서로 쫓아가네

 
829 與浩初上人同看山寄京華親故 여호초상인동간산기경화친고   고향      그리움
    柳宗元(唐)  유종원 773~819

 
海畔尖山似劍芒   해반첨산사검망   바닷가 뽀죽뾰죽 칼날처럼 솟은 산
秋來處處割愁腸   추래처처할수장   가을되니 곳곳에서 수심 겨운 창자 에이네

 
若爲化得身千億   약위화득신천억   이 몸 천억 개의 몸으로 변할 수만 있다면
散向峰頭望故鄕   산향봉두망고향   봉우리 봉우리마다에서 고향을 바라볼 수 있으련만

 

830 公子行  공자행   귀공자의 노래
    劉廷芝  유정지

 
天津橋下陽春水   천진교하양춘수   天津橋 아래 봄 싣고 흐르는 물 소리 
天津橋上繁華子   천진교상번화자   다리 위엔 귀공자의 발자국 소리 
馬聲廻合靑雲外   마성회합청운외   말 울음 소리 구름 밖 멀리 사라지고 
人影搖動綠波裏   인영요동녹파리   푸른 물결속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 일렁인다 

 
綠波淸廻玉爲砂   녹파청회옥위사   푸른 물결에 씻기는 모래는 玉같고 
靑雲離披錦作霞   청운이피금작하   구름은 흩어져 바로 비단결같은 노을이 된다 
可憐楊柳傷心樹   가련양유상심수   가련한 버드나무야 애끓는 마음을 
可憐桃李斷腸花   가련도리단장화   가련한 복사꽃도 애닳은 꽃

 
此日오遊邀美女   차일오유요미녀   이 날을 미녀를 구해 함께 즐기리 
此時歌舞入娼家   차시가무입창가   기생집에 들어 노래와 춤을 추리다  
娼家美女鬱金香   창가미녀울김향   娼家의 미녀는 울금향   
飛去飛來公子傍   비거비래공자방   공자 곁을 따라 오고 가느니

 
的的朱簾白日映   적적주렴백일영   주렴엔 하얀 햇볕 비치고
娥娥玉顔紅粉粧   아아옥안홍분장   옥같은 얼굴, 붉은단장 어여쁘다
花際徘徊雙협蝶   화제배회쌍협접   꽃 사이로 짝지어 날으는 나비들 
池邊顧步兩鴛鴦   지변고보양원앙   못가엔 원앙새 오고 가는데 

 
傾國傾城漢武帝   경국경성한무제   漢武帝도 한때 이리 보내고 
爲雲爲雨楚襄王   위운위우초양왕   楚襄王도 한때는 이리 보내고 
古來容光人所羨   고래용광인소선   옛부터 고운 얼굴 부러워 하는것은 
況復今日遙相見   황부금일요상견   항차 서로 보는 이날 에서랴 

 
願作輕羅著細腰   원작경라저세요   원컨대 옷이 되어 그대 허리 감으리 
願如明鏡分嬌面   원여명경분교면   아니면 거울 되어 그대 얼굴 비추리 
與君相向轉相親   여군상향전상친   서로 만나 가까운 우리들이라 
與君雙棲共一身   여군쌍서공일신   그대와 함께 이대로 살아지이다 

 
願作貞松千歲古   원작정송천세고   소나무로 한 천년 살아지이다 
誰論芳槿一朝新   수론방근일조신   뉘라서 무개꽃을 원하오리까 
百年同謝西山日   백년동사서산일   백년을 이대로 살고지고 
千秋萬古北邙塵   천추만고북망진   천추만세후엔 북망의 티끌 되리

                 
 

831 逢雪宿芙蓉山   봉설숙부용산    芙蓉山에 잠들며 雪을 보니
    劉長卿 (唐)   유장경

 
日暮蒼山遠    일모창산원    해 저물녘 먼 산길에 지쳐
天寒白屋貧    천한백옥빈    추운 날씨에 가난한 초가집에 투숙하였네
柴門聞犬吠    시문문견폐    사립문 밖 개 짓는 소리
風雪夜歸人    풍설야귀인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이 밤 누군가  돌아오시는나 보다

 

832 秋雲嶺  추운령   산마루의 구름
    劉長卿(唐)  유장경 725 ~ 791

 
山色無定姿   산색무정자   산 빛 정하여진 모습 없어
如煙復如黛   여연복여대   안개 끼인 듯, 분 단장한 듯

 
孤峰夕陽後   고봉석양후   외로운 봉우리 석양볕에 솟아 보이고
翠嶺秋天外   취령추천외   가을 하늘 저만치로 산등성이 뻗었네

 
雲起遙蔽虧   운기요폐휴   구름 덮여 아득히 보일 듯 말 듯
江回頻向背   강회빈향배   강물은 굽이굽이 감돌며 흐르네

 
不知今遠近   부지금원근   가까워졌는지 멀어졌는지 알 길 없으나
到處猶相對   도처유상대   아무튼 내내 마주하면서 간다네

 

833 送靈澈上人   송영철상인   영철상인을 전송하며
    劉長卿(唐)  유장경

 
蒼蒼竹林寺   창창죽림사   숲속의 죽림사
杳杳鐘聲晩   묘묘종성만   아득히 들려오는 저녘 종소리
荷笠帶斜陽   하립대사양   석양 등지고 삿갓 쓴 나그네
靑山獨歸遠   청산독귀원   청산으로 멀리 홀로 돌아가시네


 
834 代悲白頭翁  대비백두옹    노인을 대신하여 부르는 슬픈 노래 
    劉希夷   유희이 652~680

 
洛陽城東桃李花   낙양성동도이화   낙양성 동녘에 핀 복사꽃 
飛來飛去落誰家   비래비거낙수가   바람에 흩날려 뉘 집에 지는가  
洛陽女兒惜顔色   낙양여아석안색   낙양에 색시들 늙기 한되어 
行逢落花長歎息   행봉낙화장탄식   지는 꽃 바라보며 긴 탄식한다 

 
今年落花顔色改   금년낙화안색개   지는 꽃 따라 늙는 이 얼굴 
明年花開復誰在   명년화개부수재   明年에 피는 꽃엔 누가 남으리 
已見松栢최爲薪   이견송백최위신   보았노라 송백은 땔나무 되고 
更聞桑田變成海   갱문상전변성해   들었노니 상전은 碧海된다고 

 
古人無復洛城東   고인무부낙성동   동쪽 낙성엔 옛사람 자취도 없고 
今人還對落花風   금인환대낙화풍   바람따라 지는 꽃 서려워하는 사람들 
年年歲歲花相似   연년세세화상사   해마다 꽃은 피어도 같으나
歲歲年年人不同   세세년년인불동   사람은 해마다 같지가 않네 

 
寄言全盛紅顔子   기언전성홍안자   사랑하는 나의 청춘들이여
應憐半死白頭翁   응련반사백두옹   서럽지 않은가 늙은 이 몸이 
此翁白頭眞可憐   차옹백두진가련   늙은이의 센 머리 가련하구나 
伊昔紅顔美少年   이석홍안미소년   이래뵈도 옛날엔 소년이었대 

 
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왕손방수하   나무 아래 모여서 춤추는 귀공자 
淸歌妙舞落花前   청가묘무낙화전   지는 꽃도 모르고 노래만 부르네 
光祿池臺開錦繡   광녹지대개금수   푸른 빛 池臺엔 비단에 수놓아 걸고 
將軍樓閣畵神仙   장군누각화신선   누각엔 신선화 붙이던 장군 

 
一朝臥病無相識   일조와병무상식   병상에 누우니 알 길 없고 
三春行樂在誰邊   삼춘행락재수변   구십춘광도 즐길길 없어
宛轉蛾眉能幾時   완전아미능기시   그 곱던 얼굴엔 주름 뿐이요 
須臾鶴髮亂如絲   수유학발난여사   머리 흡사히 학머리 흰 털발 같구나 

 
但看古來歌舞地   단간고래가무지   古來로 놀고지고 하던 그 뜰에는  惟有黃昏鳥雀悲   유유황혼조작비   밤들자 새들만 서글피 울어댄다


 

835  翠鳥  취조    물총새
     陸龜蒙(唐)  육구몽  ~ 881

紅襟翠翰兩參差   홍금취한양참차   붉은 옷깃  푸른 날개 알록달록 고운데
徑拂煙花上細枝   경불연화상세지   안개 꽃길, 날아와 가는 가지 앉았다
春水漸生魚易得   춘수점생어이득   봄물이 불어나 고기 잡기 쉬우니
不辭風雨多坐時   불사풍우다좌시   비바람도 싫다 않고 앉았을 때가 많구나


836   田家詞  전가사   농가의 노래
      陸萬中  육만중 

 
蒼蒼瞑色生田陂   창창명색생전피   밭 언덕에 짙푸른 어둠 깔리고
黃犢前行荷삽隨   황독전행하삽수   황소 앞세우고 삽 매고 뒤따른다
顚倒小兒出門語   전도소아출문어   아이가 넘어지며 문을 나와 하는 말
쇄遲新麥不成炊   쇄지신맥불성취   새 보리가 덜 말라 밥이 덜 되었어요

 
837 劍門道中遇微雨   검문도중우미우  검문도에서 보슬비를 맞으며
    陸游   육유 1125~1210

 
衣上征塵雜酒痕   의상정진잡주흔   옷에는 먼지와 술 자국
遠游無處不消魂   원유무처불소혼   먼 나그네 길에  혼이 녹지 않은 곳 하나 없다
此身合是詩人未   차신합시시인미   이 몸은 정녕 시인밖에 안 되는 것일까
細雨騎驢入劍門   세우기려입검문   가랑비에 당나귀 타고 검문에 들어선다


 838 游山西村  유산서촌   산서촌에서 노닐며
     陸游  육유 1125~1210

 
莫笑農家臘酒渾   막소농가납주혼   시골 술이 걸다고 웃지들 마소
豊年留客足鷄豚   풍년유객족계돈   풍년이라 손님에게 닭 정도는 낼 수 있소


山重水復疑無路   산중수복의무로   산 넘고 물 건너 길이 없나 했더니
柳暗花明又一村   유암화명우일촌   버드나무 무성하고 꽃이 활짝 핀 데 마을이 또 있다

 
蕭鼓追隨春社近   소고추수춘사근   퉁소 불고 북 치니 봄 제사가 가까운데
衣冠簡朴古風存   의관간박고풍존   의관은 소박하여 옛 풍속이 남아 있다

 
從今若許閑乘月   종금약허한승월   달구경 하는 것을 이제부터 허락하면
주杖無時夜叩門   주장무시야고문   지팡이 짚고 아무 때나 문을 두드리겠소.

 
839 得詩題紙窓  득시제지창   종이 창에 시를 한 수 적으며
    尹?(朝鮮)  윤기 1741~1826

 
得詩題紙窓   득시제지창   시 한 수 떠올라 종이 창에 적으니
紙破詩亦破   지파시역파   종이가 찢어지면 시도 없어지겠지

 
詩好人應傳   시호인응전   시가 좋으면 사람들 입으로 전할거고
詩惡人應唾   시악인응타   시가 나쁘면 사람들 퇴퇴 침뱉을 거야

 
人傳破何傷   인전파하상   전해진다면 여기서 없어진들 무슨 걱정이며
人唾破亦可   인타파역가   침뱉을 거라면 또한 없어져도 어떠하리

 
題罷騎馬去   제파기마거   다 적고 말에 올라 훌쩍 떠나니
後人誰知我   후인수지아   뒷세상 사람들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리

 

840 黃原雜詠  황원잡영   누런 벌판에서
   尹善道(朝鮮)  윤선도 1587~1671

 
蓬萊誤入獨尋眞   봉래오입독심진   봉래산 잘못 들어 홀로 참된 곳 찾고보니
物物淸奇箇箇新   물물청기개개신   물물마다 맑고 기이하며 낱낱이 신비롭다 

 
초壁?存千古意   초벽묵존천고의   깍여 서있는 바위벽은 천고의 뜻 간직한 듯
穹林閑帶四時春   궁림한대사시춘   하늘을 가린 무성한 나무들 사시에 봄기운 띠었구나

 
那知今日岩中客   나지금일암중객   어찌알리오, 오늘 바위 속에서 노는 이 객이
不是他時畵裡人   부시타시화리인   다른 때에는 그림 속의 사람이 되지 않을까

 
塵世추喧何足道   진세추훤하족도   속세의 시끄러움을 어찌 이르려 하랴
思歸却파列仙嗔   서귀각파열선진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도리어 뭇 신선들 성낼까 두렵네

841 木槿  목근    무궁화
   尹善道(朝鮮)  윤선도 1587~1671

 
甲日花無乙日輝   갑일화무을일휘   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一花羞向兩朝輝   일화수향양조휘   한 꽃으로 두 해님 보기가 부끄러워서다
葵傾日日如憑道   규경일일여빙도   날마다 새 해님 향해 숙이는 해바라기를 말한다면
誰辨千秋似是非   수변천추사시비   세상의 옳고 그름을  그 누가 따질 것인가

 

842 遣懷   견회     마음을 풀다  
    尹善道(朝鮮)  윤선도 1587~1671

途中逢一犬   도중봉일견   길에서 한 마리 개를 만났는데
尾長而色白   미장이색백   꼬리는 길고 빛깔은 희었다
兩日隨我馬   양일수아마   이틀 동안 내 말을 뒤따라오면서
下馬繞我석   하마요아석   말에서 내리면 내 신발 둘레를 돌곤 하였다

 
摩之終不懋   마지종불무   불러도 끝내 오려고는 하지 않고
掉尾如有索   도미여유색   꼬리를 흔들며 찾는게 있는 듯 하였다
奴婢차投飯   노비차투반   종들은 좋아라 밥을 던져 주고는
爭思逐兎策   쟁사축토책   다투어 생각하기는 토끼 쫓을 궁리였다

 
今朝忽不見   금조홀불견   오늘 아침 문득 보이지 않자
一行深歎惜   일행심탄석   모두들 몹시 애석해 하였다
來何不待招   래하불대초   오는데 어찌 부르기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去何不待斥   거하불대척   가는데 어찌 쫓기를 기다리지 아니하는가

 
造物於人世   조물어인세   조물주는 인간세상에서
百事渾戱劇   백사혼희극   온갖 일이 모두 다 희극이로다
得之不足喜   득지부족희   얻었다고 기뻐할 것도 없고
失之不足책   실지부족책   잃었다고 법석 떨 것도 없다

 
人之生與死   인지생여사   사람의 삶과 죽음도
與此何殊跡   여차하수적   이와 더불어 무엇이 다르랴
乃知化去兒   내지화거아   알겠도다 세상을 떠나가 버린 아들은
是我八年客   시아팔년객   나의 8년 동안의 손님이었음을

 
因此頓有悟   인차돈유오   이로 말미암아 문득 깨달음 있으니
진胸氣如釋   진흉기여석   가슴 메우던 기운이 비로서 풀리는구나
無乃舊仙侶   무내구선려   아니 어쩌면 옛날의 신선 친구가
哀我悲懷迫   애아비회박   나의 슬픈 마음 절박함을 애달파함인가

 
爲之遣此物   위지견차물   그래서 이 강아지를 보내어
以開迷惑膈   이개미혹격   미혹된 가슴 열어 주었구나
路傍沙水明   노방사수명   길가에 모래와 물 깨끗하고 
我意還有適   아의환유적   내 마음은 다시 편안해진다

 

843  途中  도중    길을 가다가
    윤계 1622~1692

 
日暮朔風起   일모삭풍기   해 저물어 삭풍이 일고
天寒行路難   천한행로난   날이 추워 길 가기 어렵네
白烟生凍樹   백연생동수   흰 연기 얼어붙은 나무에서 피어날 제
山店雪中看   산점설중간   산 속의 주막이 눈속에 보이네


844  귀먹으니 편안하다
     尹推  윤추 1632 ~1707

 
言寡方知自耳聾   언과방지자이농   내가 말이 왜 줄었지
耳聾誠有寡言功   이용성유과언공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人雖語大吾安聽   인수어대오안청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我亦聲微彼不通   아역성미피불통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謙謙終日坐   묵묵겸겸종일좌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廖廖寂寂一堂空   요요적적일당공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平生駁雜多尤悔   평생박잡다우회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天奪其聰幸此翁   천탈기총행차옹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人皆勸我使治聾   인개권아사치농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吾曰吾聾亦有功   오일오농역유공   귀머거리로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요
衆口喧嚆聞亦厭   중구훤효문역엽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同心聲氣?猶通   동심성기묵유통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이도 통한다오

 
旣難聽語還無語   기난청어환무어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非是逃空却喜空   비시도공각희공   말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此理方知知者少   차리방지지자소   이런 이치 아는자 세상에 몇 안 될거야
競相提耳笑愚翁   경상제이소우옹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845  原州途中 원주도중   원주 가는 길에
     尹豊性  윤풍성

 
山盡野開十里强   산진야개십리강   산이 다하니 들판이 십여리 훤히 펼쳐지고
隨風麥浪似河黃   수풍맥랑사하황   보리는 바람따라 황금빛 물처럼 물결친다 
兩三中有新茅屋   양삼중유신모옥   두셋 중에 나타나는 새로 지은 초가집들
一色難分又夕陽   일색난분우석양   온통 같은 빛이라 분별키 어려운데 夕陽이 진다

 
846 漢上題韋氏莊  한상제위씨장    한강의 위씨 별장
   戎昱  융욱

 
結茅同楚客   결모동초객   친구와 함께 풀을 엮어
卜築漢江邊   복축한강변   한강 가에 집을 지었도다

 
日落數歸鳥   일락수귀조   해가 떨어지면 새들은 돌아오고
夜深聞구舷   야심문구현   밤이 깊어져서는 뱃 두들기는 소리 듣는다

 
水痕侵崖柳   수흔침애류   버드나무 언덕에는 물이 든 흔적
山翠借廚煙   산취차주연   부엌 연기를 빌어 산이 푸르도다

 
調笑提筐婦   조소제광부   광주리 인 아낙을 당기며 웃으면서 묻나니
春來蠶幾眠   춘래잠기면   봄 오고나서 누에는 몇 잠 잤는가

 

847   雨晴  우청    비 갠인 뒤
    王駕(唐)  왕가

 
雨前初見花間예   우전초견화간예   비 오기 전엔 꽃 속의 꽃술이 예쁘더니
雨後全無葉底花   우후전무엽저화   비 온 뒤엔 잎새 사이에 꽃 한 떨기 없네
蝶紛紛過墻去來   접분분과장거래   벌 나비 훨훨 담장 넘어 날아가는데
却疑春色在隣家   각의춘색재인가   아마도 봄이 이웃집에 있다고 생각된 게지


848 暮春游小園  모춘유소원    봄날 저녘  뜰에 노닐며
    王淇(北宋)  왕기 1019~1085

 
一從梅粉褪殘장   일종매분퇴잔장   매화 시들고 나니     
塗抹新紅上海棠   도말신홍상매당   해당화가 새빨갛게 물이 들었네
開到茶미花事了   개도도미화사료   들장미 피고 나면 꽃 다 피는가 하였더니
絲絲天棘出每墻   사사천극출매장   찔레꽃 가닥가닥 담장을 넘어오네.

 
849 雨過山村  우과산촌   비개인 산촌
   王建(唐)  왕건

 
雨裏鷄鳴一雨家   우리계명일우가   빗속에 한두 집에서 닭이 울고
竹溪村路板橋斜   죽계촌로판교사   대나무 자란 시골길 개울에 널빤지 걸쳐 있네
婦姑相喚浴蠶去   부고상환욕잠거   시어머니 며느리 함께 누에 치러 나가고
閑着中庭梔子花   한착중정치자화   마당 가운데 한가로이 치자꽃이 피었네

 

850 十五夜望月奇杜郞中  십오야망월기두랑중    보름달 밤에
   王建(唐)  왕건

 
中庭地白樹棲鴉   중정지백수서아   뜨락에 달빛 부서져 내리고, 까마귀 가지 위에 잠이 들 무렵
冷露無聲濕桂花   냉로무성습계화   차가운 이슬  소리 없이 계수나무 꽃을 적시네
今夜月明人盡望   금야월명인진망   이 밤 밝은 달을  세상 사람 모두가 바라볼 텐데
不知秋思落誰家   부지추사락수가   시름겨워하는 이 그 누구일까

 
851 送春   송춘    봄은 가는데
    王令(宋)  왕령 1032~1059

 
三月殘花落更開   삼월잔화락경개   삼월 막바지, 꽃 지고 꽃이 피네
小첨日日燕飛來   소첨일일연비래   처마 끝에 제비 날아드는 계절
子規夜半猶啼血   자규야반유제혈   소쩍새 이 밤을 피맺혀 우는데
不信東風喚不回   불신동풍환불회   가는 봄 되돌릴 수 없음을 믿지 않아서 일테지

  
852  春遊   춘유     봄 놀이
    王令(宋)  왕령 1032~1059

 
春城兒女縱春遊   춘성아녀종춘유   봄날 성안 아녀자들 봄을 따라 즐기고 
醉倚層臺笑上樓   취의층대소상루   취하여 층대에 의지하고 웃으며 누대에 올라가네 
滿眼落花多少意   만안낙화다소의   눈에 가득 떨어진 꽃잎에 마음 졸이는 일 많으니 
若何無개解春愁   약하무개해춘수   어찌 봄날의 수심을 풀어주는 이 아무도 없는가


 
853 山中  산중    산중에서
    王勃(唐)  왕발 650~676

 
長江悲已滯   장강비이체   장강은 흘러가는데 어이  이내 몸 타향에서 머무는가
萬里念將歸   만리념장귀   고향길 아득히 그리운 일만 리
況屬高風晩   황속고풍만   늦가을 소슬한 바람에
山山黃葉飛   산산황엽비   이산 저산 단풍잎이 흩날리는  때

 
854  縱使千乘君  종사천승군   누구나 다
    王梵志(唐)  왕범지 590~660

 
縱使千乘君   종사천승군   제아무리 높은 사람이라 하여도
終齊一個死   종제일개사   끝은 모두 하나의 죽음이오
 

縱令萬品食   종령만품식   제아무리 산해진미 차려 먹어도
終同一種屎   종동일종시   결국은 다 같은 똥이로다

 
釋迦窮八字   석가궁팔자   석가모니는 평생 여덟 글자를 궁구하였고
老君守一理   로군수일리   노자는 하나의 이치를 지켰더라데

 
若欲離生死   약욕리생사   삶과 죽음의 미혹에서 벗어나려면
當須急思此   당수급사차   서둘러 이 점을 깊이 생각하여야 하리

 
855  山居春日  산거춘일    산속 봄날
    王伯  왕백 1277~1350 

 
村家昨夜雨몽몽   촌가작야우몽몽   지난 밤 시골집에 비 보슬보슬 내리더니
竹外桃花忽放紅   죽외도화홀방홍   대숲 밖 복숭아 꽃이 활짝 붉게 피었네
醉裡不知雙빈雪   취리불지쌍빈설   술에 취하여 귀밑 머리 흰 줄 모르고
折簪繁악立東風   절잠번악립동풍   꽃가지 꺾어 머리에 꽂고 봄바람 앞에 서있네

 

856 泛海  봉해    출렁이는 바다
    王守仁  왕수인

 
險夷原不滯胸中   험이원불체흉중   한 번 겪은 일은 마음에 두고 생각을 않나니
何異浮雲過太空   하이부운과태공   뜬구름이 하늘을 지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네
夜靜海濤三萬里   야정해도삼만리   고요한 밤 삼만리 파도결에
月明飛錫下天風   명월비석하천풍   밝은 달빛  석장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네


857  山中示諸生  산중시제생   산속 제자들에게
     王守仁(明)  왕수인  

 
溪邊坐流水   계변좌유수   시냇가에 앉아서 흐르는 물 바라보니
水流心共閒   수류심공한   흘러가는 물 따라 내 마음도 한가롭네
不知山月上   부지산월상   산중에 달이 뜬 줄 몰랐는데
松影落衣斑   송영낙의반   소나무 그림자 옷자락에 얼룩이네

 


858 春江花月夜  춘강화월야   봄 강의 꽃 핀 달밤
    王錫  왕석

 
春江兩岸百花深   춘강양안백화심   봄 강 양쪽 언덕에 온갖 꽃이 짙게 피어있고
晧月飛空雪滿林   호월비공설만림   허공에 뜬 밝은 달에 숲이 온통 희다
爲愛良宵淸似晝   위애양소청사주   참으로 맑음이 낮과 같은 밤이 좋아서
獨來江畔試幽尋   독래강반시유심   홀로 강가에 와서 그윽함을 찾는다네

 
東風送冷春衫薄   동풍송냉춘삼박   東風의 찬 기운에, 봄 옷 아직 얇지만
花月堪憐難擲却   화월감련난척각   애처로이 견디는 꽃과 달을 외면하기 어렵다
孤月何能夜夜圓   고월하능야야원   외로운 달 어찌 밤마다 둥글 수 있나
繁花易遣紛紛落   번화이견분분락   한창 핀 꽃도 금새 분분히 지는 것을

 
搔首지주江水濱   소수지주강수빈   머리 긁으며 강 가장자리 서성이다가
月明忽遇弄珠人   월명홀우농주인   밝은 달에 홀연 고운 이 만나게 되었네
紅粧笑入花叢去   홍장소입화총거   붉은 단장 미소 지며 꽃 숲에 들어가
倂作江南斷腸春   병작강남단장춘   어우러져 江南의 애끓는 봄을 보낸다네

 
月轉江亭花影動   월전강정화영동   달 기우니 강가 정자에 꽃 그림자 변하고
數聲嬌鳥枝頭弄   수성교조지두농   나뭇가지 끝마다 곱디고운 새 소리들
侵曉分途踏月歸   침효분도답월귀   새벽 오니 헤어져 달 빛 밟고 돌아왔지만
連宵應作春江夢   연소응작춘강몽   밤마다 당연히, 봄 강의 꿈 꾸어보리 


859 强起  강기    억지로 일어나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寒堂耿不寐   한당경불매   차가운 방, 번쩍이는 불빛에 잠은 오지 않는데
녹록聞車聲   녹록문거성   덩컹덜컹 수레소리 들려온다

 
不知誰家兒   부지수가아   어느 집 자식인지 모르지만
先我霜上行   선아상상행   나보다 앞서 서리 내린 새벽길을 가는구나

 
歎息夜未央   탄식야미앙   아직 깊은 밤 중임을 탄식하며
呼燈置前楹   호등치전영   사람불러 기둥 앞에 등불 놓아두라 하였다

 
推枕强欲起   추침강욕기   베개 밀치고 억지로 일어나려다가
問知星正明   문지성정명   물어보니 별빛 한참 밝은 밤이라하네

 
昧旦聖所勉   매단성소면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려 성인은 힘썼으니
齊詩有鷄聲   제시유계성   시경의 제나라 시 중에 鷄聲이라는 시도 있었다

 
嗟予以竊食   차여이절식   아, 나는 밥 도둑질이나 하는 벼슬아치 신세이니
更覺負平生   갱각부평생   내 평생의 뜻을 저버렸음을 다시 깨닫는구나.

 
860 登飛來峰  등비래봉    비래봉에 올라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飛來山上千尋塔   비래산상천심탑   비래산 위 천 길이나 되는 탑
聞說鷄鳴見日昇   문설계명견일승   닭이 울면 해가 돋는 것 본다는데
不畏浮雲遮望眼   부외부운차망안   뜬구름이 시야를 가릴 나위도 없나니
自緣身在最高層   자연신재최고층   그건 스스로가 가장 높은 곳에 있음이라네

 

861  竹裏  죽리    대나숲 속
    王安石(宋)  왕안석 1021~1086

 
竹裏編茅倚石根   죽리편모의석근   대숲 속, 돌부리에 띠풀집 엮으니
竹莖疎處見前村   죽경소처견전촌   대줄기 성긴 곳으로 앞 마을이 보이네
閑眠盡日無人到   한면진일무인도   종일토록 잠 자도 잦아오는 이 없고
自有春風爲掃門   자유춘풍위소문   저절로 봄바람 불어 대문앞을 쓸어주네


862 讀史  독사   역사를 읽으며
    王安石   왕안석 1021~1086

 
自古功名亦苦辛   자고공명역고신   자고로 功名을 얻음엔 어려움이 따르거늘
行藏終欲付何人   행장종욕부하인   펼쳐내고 품는 일 끝내 누구에게 부탁하나


當時암담猶承誤   당시암담유승오   당시는 알지 못해 오해받기 십상인데
末俗紛운更亂眞   말속분운경란진   분분한 속인들은 어지러이 진실을 호도한다


糟粕所傳非粹美   조박소전비수미   술 찌꺼기가 전하는 건 참된 것이 아니니
丹靑難寫是精神   단청난사시정신   그림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것이 정신이로다

 
區區豈盡高賢意   구구개진고현의   구구한 서술이 어찌 현자의 뜻을 다 기록하나
獨守千秋紙上塵   독수천추지상진   나 홀로 종이 위의 천년의 먼지를 지키련다

 

863  山中諸示生 산중제시생    산중에서 제자들에게
     王陽明  왕양명 1472~1528

 
溪邊坐流水   계변좌류수   물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水流心共閒   수류심공한   흐르는 물을 보니 마음도 한가롭네
不知山月上   부지산월상   산 위에 달 뜬 줄 몰랐는데
松影洛依班   송영낙의반   소나무 그림자에 옷자락 얼룩진다


864  輞川閑居贈裴秀才迪   망천한거증배수재적
    王維(唐)  왕유 699~761

 
寒山轉蒼翠   한산전창취   쌀쌀한 산은 더욱 푸르고
秋水日潺湲   추수일잔원   가을 시냇물은 종일 맑게 졸졸 흐른다

 
倚杖柴門外   의장시문외   지팡이 집고 사립문 밖에 서서
臨風聽暮蟬   임풍청모선   바람을 쏘이며 저녁 매미소리를 듣는다

 
渡頭餘落日   도두여낙일   나루터엔  지는 햇빛이 남아있고
墟里上孤烟   허리상고연   동네엔 외로운 연기 오른다

 
復値接輿醉   복치접여취   다시 接輿와 만나 술에 취하고
狂歌五柳前   광가오류전   五柳선생 집 앞에서 노래 부른다

 
865 送元二使安西  송원이사안서  벗(元二)을 安西로 보내며
   王維(唐)  왕유 699 ~759

 
渭城朝雨읍輕塵   위성조우읍경진   渭城 아침비는 가볍게 먼지를 적시고
客舍청청柳色新   객사청청유색신   여관의 버드나무는 더욱더 푸르러고 싱싱하네
勸君更盡一杯酒   권군갱진일배주   그대여 다시 한 잔의 술을 쭈욱 마시게나
西出陽關無故人   서출양관무고인   서쪽으로 양관에 가면 친구조차 없을 것이네

 
866  渭川田家  위천전가   위천 땅의 농가
    王維(唐)   왕유 699~761

 
斜光照墟落   사광조허낙   지는 해 가난한 촌락 비추고
窮巷牛羊歸   궁항우양귀   좁은 마을길로 소와 양떼들 돌아온다

 
野老念牧童   야노념목동   촌로는 목동을 걱정하여
倚杖候荊扉   의장후형비   지팡이 집고 사립문에 나와 기다린다

 
雉구麥苗秀   치구맥묘수   꿩 울음소리에 보리 이삭 패고
蠶眠桑葉稀   잠면상엽희   누에잠에 뽕나무 잎이 줄어든다

 
田夫荷鋤立   전부하서립   농부는 괭이 메고 서서
相見語依依   상견어의의   서로 보며 나누는 이야기 아쉬워한다

 
卽此羨閑逸   즉차선한일   이런 정경에 한가함이 너무 부러워
창然吟式微   창연음식미   창연히 시경의 “式微”편을 읊어본다

 

867   新晴野望  신청야망   맑게 갠 들녘을 보며
      王維(唐)   왕유 699~761

 
新晴原野曠   신청원야광   갓 개인 날씨에 들은 더욱 넓고
極目無분垢   극목무분구   끝까지 바라보아도 티끌 한 점 없다

 
郭門臨渡頭   곽문림도두   성곽 문은 나루터와 마주해 있고
村樹連溪口   촌수연계구   마을 나무는 계곡 어귀까지 이어졌다

 
白水明田外   백수명전외   맑은 물은 밭 너머 저쪽에서 반짝이고
碧峰出山後   벽봉출산후   푸른 산봉우리는 산 뒤에 솟아있다

 
農月無閑人   농월무한인   농사철이라 한가한 사람 없으니
傾家事南畝   경가사남무   온 집안 사람들 남쪽 밭에서 일한다


868 宿疎陂驛  숙소피역   소피역에서
   王周  왕주 

 
秋染棠梨葉半紅   추염당리엽반홍   산 앵도나무 잎에 가을 물들어 반남아 붉구나 
荊州東望草平空   형주동망초평공   동쪽 荊州를 바라보면 풀은 허공에 닿았는데
誰知孤宦天涯意   수지고환천애의   뉘 알리오,하늘가에 뜻이 있는 외로운 벼슬살이
微雨瀟瀟古驛中   미우소소고역중   오래된 역에는 가는 비 부슬부슬 내리네

 
869 贈程處士 증정처사    정처사에게
    王績(唐)  왕적 585~644

 
百年長擾擾   백년장요요    일백 년 두고 세상은 시끄러운데
萬事悉悠悠   만사실유유    세상만사 모두 유유히 흘러가네


日光隨意落   일광수의락    햇빛은 지고 싶을 때 지고
河水任意流   하수임의류    강물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네

 
禮樂囚姬旦   예락수와단    禮樂은 周公을 가두었고
詩書縛孔丘   시서박공구    詩書는 孔子를 묶었다네

 
不如高枕上   불여고침상    베게 높이 베고 차라리
時取醉消愁   시취취소수    그때 그때 취하여 근심 잊도록 하세


870  閨怨  규원   규중의 원망
     王昌齡   왕창령 698~755

 
閨中少婦不知愁   규중소부불지수   규중의 젊은 아낙 시름을 몰라
春日凝粧上翠樓   춘일의장상취루   봄날에 화장하고 누각에 올랐더니
忽見陌頭楊柳色   홀견백두양류색   갑자기 길거리의 버들빛 바라보고
悔敎夫  覓封侯   회교부  부견휴   낭군을 벼슬 찾아 보낸 것 후회하네


871 春宮曲   춘궁곡     봄날 궁궐의 노래
    王昌齡   왕창령 698~755

 
昨夜風開露井桃   작야풍개노정도   어젯밤 바람에 우물가 복사꽃 피고
未央前殿月輪高   미앙전전월륜고   미앙궁 앞 궁전엔 달이 높이 떠 있네
平陽歌舞新承寵   평양가무신승총   평양에 춤추고 노래하던 새로이 임금이 은총 입고
簾外春寒賜錦袍   염외춘한사금포   주렴 밖 봄 날씨 차가워 비단 옷을 내리시네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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