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글

껍질

똥하 2009. 7. 29. 22:03

 

2009.6.18

<내 젊은 시절을 풍미했던 한 정치인의 부음을 신문에서 보다>

 

신문을 보다가 이름을 익히 아는 노 정치인이

오늘 새벽에 노환으로 죽었다는 기사를 보다

한 때는 정권의 실세로 이름을 떨쳤던

꽤나 유명했던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 채-

물론 관심도 없었지만-지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주검으로 나타난 것이다.

내 무관심에 대한 복수인 양

피 뚝뚝 떨어지는 내 2 ,3십대 젊은 시절을

그동안 갈고 간 듯한 예리한 칼날로 썩뚝 베어 들고

 

죽음을 향한 나의 껍질이 하나 벗겨져 날아갔다.

또 내일은 어떤 껍질이 떨어질까

껍질이 다 떨어지고 나면 죽음과 맞딱거리겠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쉬운 껍질이 되어

또 누군가의 추억의 시간을 짤라 내어

남은 시간을 한숨과 함께 증명시킬 것이다.

 

갑자기 껍질들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의 껍질이 소중하듯

남의 껍질인 나도 소중하구나

추억의 모든 것은 다 나의 껍질이구나

나의 인생은 남의 껍질이구나

 

껍질은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껍질인 줄 모른다.

하늘이 열리는 날

아름다운 꽃잎으로 져야 할 누군가의 껍질, 나의 인생

 

껍질이 떨어질 때 느낀 알사한 가슴의 통증은

내 지난 세월의 회환과

가벼운 내 존재의 무게에 대한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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