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18
<내 젊은 시절을 풍미했던 한 정치인의 부음을 신문에서 보다>
신문을 보다가 이름을 익히 아는 노 정치인이
오늘 새벽에 노환으로 죽었다는 기사를 보다
한 때는 정권의 실세로 이름을 떨쳤던
꽤나 유명했던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 채-
물론 관심도 없었지만-지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주검으로 나타난 것이다.
내 무관심에 대한 복수인 양
피 뚝뚝 떨어지는 내 2 ,3십대 젊은 시절을
그동안 갈고 간 듯한 예리한 칼날로 썩뚝 베어 들고
죽음을 향한 나의 껍질이 하나 벗겨져 날아갔다.
또 내일은 어떤 껍질이 떨어질까
껍질이 다 떨어지고 나면 죽음과 맞딱거리겠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쉬운 껍질이 되어
또 누군가의 추억의 시간을 짤라 내어
남은 시간을 한숨과 함께 증명시킬 것이다.
갑자기 껍질들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의 껍질이 소중하듯
남의 껍질인 나도 소중하구나
추억의 모든 것은 다 나의 껍질이구나
나의 인생은 남의 껍질이구나
껍질은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껍질인 줄 모른다.
하늘이 열리는 날
아름다운 꽃잎으로 져야 할 누군가의 껍질, 나의 인생
껍질이 떨어질 때 느낀 알사한 가슴의 통증은
내 지난 세월의 회환과
가벼운 내 존재의 무게에 대한 아픔이다.
'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선 (0) | 2010.01.07 |
---|---|
독선 (0) | 2010.01.07 |
추일무상(051105) (0) | 2010.01.03 |
답답함 (0) | 2009.10.18 |
추일무상051105 (0) | 2009.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