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스크랩] 예불과 사시마지

똥하 2015. 6. 11. 16:32

예불과 사시기도 / 예불은 어떤 의미에서 하는 것인가요?

 

① 예불의 시작과 중국문화

 

사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산사의 새벽예불이다. 예불에는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의 두 가지가 있다.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의 가장 큰 차이는 새벽예불이 주불전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치면, 그 다음으로 군소전각으로 전개되는 내려가는 하향식 구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는 저녁예불이 상향식으로 전개되는 것과는 반대가 된다. 이는 중국문화권에서 집안의 어른에 대한 문안인사를 하는 것과 같은 관점과 형식이다.

 

붓다 당시 인도에는 당연히 예불이 없었다. 그러나 불교가 종교화되면서 모종의 의례적인 부분이 발생한 것은 당연하다. 특히 불상이 발생하는 기원전후부터는 붓다에 대한 상징이 존재하게 됨으로 인하여 예불과 같은 종교의식이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잔타나 엘로라 석굴 등의 사원구조를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구조에는 단순 집회공간이 아닌 종교의례적인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승가라는 단체생활에 있어서 예불과 같이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규칙적인 부분은 화합과 관리의 양 차원에서도 공히 필연성이 있다. 즉, 예불은 단순히 신앙적인 차원을 넘어서 조직의 유지관리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종교문화는 불교의 중국전래와 함께 중국으로 전해지며, 이후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유교적인 문안인사의 방식과 결합하여 하나의 특징적인 의식으로 완성된다고 하겠다.

 

② 예불의 구조

 

새벽예불과 같은 경우는 도량석으로 시작된다. 도량석이란 주변을 깨우고 밤기운을 물리쳐 맑게 정화하는 의식이다. 기능적으로는 과거에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도량석을 통해서 기상을 알리는 것이며, 산사에서는 소리를 통해서 산짐승들을 쫓는 역할을 한다.

 

도량석 이후에 불전사물을 울리고, 마지막 끝으로 주불전 안에서 소종을 치면서 내리는 것으로 예불의 도입부는 끝이 난다. 그 뒤에 주불전 안에서의 본격적인 예불이 전개된다. 조계종을 기준으로 요즘예불은 일곱 번 절을 하는 7정례를 하고, 본사급에서는 9정례를 하는데, 전체적으로 상당히 간소하다. 그러나 과거에는 향수혜례나 사성례 등을 했기 때문에 예불시간이 길었다.

 

오늘날의 7정례는 이승만 정권 때 불교가 정화개혁을 완성한 이후, 1955년 월운스님이 완성한 것이다. 그러므로 7정례의 유례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9정례는 이러한 7정례에 본사의 개산조에 대한 의례 등이 첨가된 것으로, 변형된 7정례로 이해하면 되겠다.

 

7정례의 구조는 석가모니와 불법승 삼보에 대한 예를 합하여 4번이고, 나머지 3번은 대승보살과 불제자들, 그리고 선종의 조사에 대한 예로 되어 있다. 즉, 교조와 이상인격에 대한 예의표현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본존에 대한 예불이 끝나면 신중단을 보고 『반야심경』을 독송라는 것으로 전체가 마무리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중단에도 예불을 올리고 『반야심경』을 독송했는데, 성철스님이 ‘승려가 신중단에 절을 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하여 절을 하는 의식이 간소화됐다. 즉, 신들은 깨달은 존재가 아니니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듣고 진리를 자각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신도들도 절을 하지 않고 신들을 가르치는 구조가 되었으니, 이렇게 되면 굳이 신중단을 만들어 이들을 신앙대상으로 삼는 의미자체가 없다고 하겠다. 즉, 가르치는 대상에게 기원을 말하고 무언가의 바램을 이루어주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구조를 형성한다는 말이다.

 

저녁예불은 아침예불에 비해 도량석 등이 없으므로 좀 더 단순해진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조는 일치한다고 하겠다.

 

새벽예불이 밤새 안녕히 주무셨는지에 대한 문안이라면, 저녁예불은 안녕히 주무시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요즘 일부사찰에서 저녁예불 이후 주불전에서 철야기도를 하는 등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철야기도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붓다가 깨달으신 성도재일의 철야이다. 이는 붓다께서 각고의 노력 끝의 새벽녘 깨달음을 상징하고, 이러한 깨들음에 동참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 주불전에서 철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예전에도 만일萬日과 같이 30년 결사를 하고 여러 사람들이 이어서 주야로 염불하는 방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주불전에서 하지 않고 따로 염불당에서 하고는 했다. 이러한 염불당의 이름도 만일이라고 불리는 게 일반적이다. 즉, 그곳에서 하는 행위가 그곳의 명칭을 파생한 경우이다.

 

주불전에서 철야하지 않는 것은 불전의 주인은 붓다이고, 붓다를 중심으로 아랫사람이 맞추는 것이 예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산사람 중심이다. 이는 제사와 같은 의례에서도 목도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예란 윗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 점을 놓치는 것은 근본을 모르는 것이니 근본이 서지 않고서 어떻게 지말이 바르게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③ 사시기도의 의미

 

사찰의 주요의례 중 예불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시기도이다. 사시는 오전 9 ~ 11시까지를 가리킨다. 인도의 수행자들은 12시 이전의 오전에 한 끼만 먹는다. 이때가 대략 10 ~ 12시 사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과거 중국문화권에서는 시간을 2시간씩 끊기기 때문에 오시(오전11~오후1시)에는 12시가 넘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사시를 중심으로 이해되게 된다. 즉, 사시란 붓다의 공양시간이며, 이를 기념하는 불교의식이 바로 사시기도인 것이다.

 

사시기도의 구조를 보면, 먼저 법회의 연유를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삼보를 청해 모신 뒤에 공양을 올린다. 그리고 정근기도를 한 이후 축원을 해서 기원이 이루어지도록 간청한다. 전체적으로, 제사에서 신을 청하고(청신請神) 음식을 접대(오신娛神·희신戱神)한 후 신을 보낸 뒤(송신送神) 음복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이는 중국적인 관점의 영향에 의해 사시기도의례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붓다에게 올리는 공양을 마지摩旨라고 하는데, 이는 손으로 만져서 지었다는 의미다. 과거에 임금과 같이 존귀한 분들께 올리는 밥은, 쌀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서 불순물과 깨진 쌀 등이 없게 하여 밥을 지었다. 이를 만져서 지은 밥이라는 의미로 마지라고 한다.

 

또 오늘날은 밥만 올리지만 과거에는 발우에 반찬도 담아서 올렸다. 그런데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반찬을 올리는 풍습이 사라졌다. 사원경제력의 쇠퇴 등에 의해서 간소화된 것이다. 이 부분은 오늘날 다시 복구해도 될 것인데, 그런 노력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으로 물을 올리는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물이 아닌 차를 올렸다. 그러나 이 역시 사원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냥 물로 올리고, 차처럼 받아 주십사 하는 측면(아금청정수我今淸淨水 변위감로다變爲甘露茶)으로 변모된다. 물을 올리면서 하는 게송인 다게茶偈는 이러한 변모를 잘 나타내준다. 그런데 오늘날은 사원경제력이 차를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물을 올린다. 이 부분 역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측면이 아닌가 한다.

 

사시에서 중요한 부분은 음식을 공양 올리는 것과 공양이 끝난 뒤에 정근을 하는 기도부분이다. 정근은 본래 공양을 마친 뒤의 축원 전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밥을 직접해서 올리다보니, 그 시간이 약간씩 들쭉날쭉해지는 측면이 발생한다. 그래서 마치를 올리기 전에 정근을 해서 시간의 유도리를 주는 관습이 생겼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화되면서 요즘은 마지 전에 정근을 하는 것이 법칙과 같이 되었다.

 

그러나 어른에게 밥을 올리고 나서 공양을 빨리 못하게 하는 것은, 불교를 차치하고라도 기본적인 예에 맞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어떤 이들은 절을 하면서 먼지를 날린다. 밥상 앞에 두고 절하지 않는 것은 가정교육에 속하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윗사람에 대한 불경함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찰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참으로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예의는 상식에 기초하는 것이니, 자신의 기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이전에 제발 상식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출처 : 원주불교대학
글쓴이 : 산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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