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나무는 -류시화

똥하 2010. 9. 23. 13:50

      나무는 -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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