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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