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보르헤스의 불교강의-<27> 불교와 윤리

똥하 2009. 3. 30. 23:33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27>불교와 윤리

 

네팔의 작은 왕국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나 정각(正覺)을 이룬 부처님의 가르침은 지난 2천5백년 동안 동양의 무수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침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동양이란 지역적 범주에서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부처님은 신분과 인종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길을 밝힌 것이다.

아래에 불교 경전에 전해지는 가르침을 인용한다.

 

 

증오는 결코 증오를 멈추게 할 수 없다. 사랑만이 증오를 멈추게 한다. 모든 옛 가르침이 이 점을 강조했다.

 

 

어느 전투에서 천명의 적을 굴복시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도 모르게 자기를 굴복시킨 사람도 있다. 이 중 진정한 승리자는 후자이다.

 

 

가슴속 불보다 더 뜨거운 불은 없다. 증오보다 더한 악은 없다. 육체에 끌려다니는 삶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마음의 평화를 능가하는 행복이란 없다.

 

 

이 세상에서 착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이 세상에서 격정을 끊고 욕망을 극복하는 것은 행복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기주의를 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최상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

 

 

행복이란, 무소유(無所有)를 깨닫고 진리를 구하여 지혜에 도달한 사람의 것이다. 가진 자가 겪는 저 고통을 보라. 스스로 사슬에 묶인 자가 거리에 가득하다.

 

 

이 세상의 온갖 고통과 슬픔은 모두 애욕(愛慾)으로 인해 일어난다. 따라서 이 땅에 대한 애욕을 버린 자는 자유롭고 행복하다. 만일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 세상의 그 무엇에도 애욕(집착)을 가지지 마라.

 

 

속마음에 진심(瞋心, 노하는 마음)을 품지 않고, 유형(有形)·무형(無形)의 그 어떠한 사물에도 구애되지 않는 자에겐 귀신들도 범접할 수 없다. 그의 마음은 공포의 먹구름이 걷히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우며 행복이 충만하다.

 

 

언젠가 부처님이 숲속에 기거할 때, 어느 재가신자의 외아들이 죽었다. 그 아이의 일가 친척들이 밤새 장례를 치르고 새벽녘에 옷이 흠뻑 젖은채 지나가다 부처님과 마주쳤다. 부처님이 어디갔다 오느냐고 묻자 아버지가 대답했다. “부처님, 하나밖에 없는 제 아들이 죽었습니다. 정말 명랑하고 사랑스런 아이였답니다.” 부처님이 말했다. “사랑스런 겉모습이 주는 즐거움에 한눈 팔고, 괴로움과 늙어감에 어쩔줄 몰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신(死神)의 수중에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밤낮으로 깨어 자신을 경책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외양에 이끌리지 않고, 고통의 뿌리를 송두리채 뽑으며, 극복하기 매우 어려운 죽음의 유혹을 물리친다.

 

 

어느 불한당이, 부처님이 악업(惡業)을 선업(善業)으로 갚아야 한다고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가 욕을 했다. 부처님은 묵묵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지쳤을 때, 부처님이 입을 열었다. “만일 누군가가 선물을 거절한다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되는가?” 그가 대답했다. “그야 물론 선물하려고 한 사람 것이 되겠죠.” 부처님이 덧붙였다. “네가 나에게 욕을 했는데, 내가 그것을 사양했으니 그 욕은 자네 것이 아닌가. 그 많은 욕을 붙들고 자네, 그래 앞으로 어찌 살아가려나?” 그 불한당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물러갔다. 그는 다시 돌아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어느 부처님의 제자가 엄격한 고행생활에 지쳐 다시 쾌락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했다. 부처님이 그를 불렀다.

 

“너는 옛날에 현악기를 잘 타지 않았느냐?”

 

“네, 그렇습니다.” 제자가 대답했다.

 

“줄이 강하게 매어졌을 때, 악기가 제소리를 내더냐?”

 

“아닙니다.”

 

“줄이 약하게 풀어졌을 땐 어떠냐?”

 

“역시 제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럼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게 적당히 매어졌을 때 제소리가 나겠구나?”

 

“네.”

 

“그래, 영혼도 마찬가지란다. 너무 힘있게 조이면 편벽해지고, 너무 약하면 나약해진다. 그러니, 악기 조율할 때처럼 네 영혼을 가꾸도록 하여라.”

 

 

강이 두 왕국의 경계를 이루며 흘렀다. 양국의 농부들은 그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어느해 가뭄이 들어 농사지을 물이 모자라게 되었다. 서로 물을 끌어 들이려다 시비가 일었다. 급기야 양편의 농부들이 편싸움을 벌였다. 싸움에 진 농부들의 편을 들기 위하여 군대가 충돌했다. 이에 질세라 상대편의 군대도 달려왔다. 마지막엔 양쪽의 왕까지 정예부대를 이끌고 와서 대치하게 되었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그 부근을 지나가던 부처님이 달려와 양 진영의 왕을 불러 모았다. 부처님이 왕들에게 말했다.

 

 

“저 강물과 여러분 백성의 피중 어느 것이 더 귀합니까?”

 

“예, 그야 물론 저 사람들의 피가 강물보다 귀합니다.”

 

“왕이여, 잘 생각해 보시오. 별것 아닌 것을 위해 고귀한 것을 희생시켜야 하는 지를! 전쟁이 일어나면 피의 강이 새로 생기겠지만, 저 강물의 수면은 조금도 올라가지 않을 것이오.”

 

 

부끄러움으로 뺨이 붉어진 양쪽의 왕들은 평화적으로 합의하여 강물을 나누기로 하였다. 며칠후 비가와서 다시 물이 풍족해졌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들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진리로 이끄는 최선의 윤리인 것이다.

 

   편역:김홍근 <외대강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