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내 남자의 사랑법

똥하 2011. 11. 12. 11:51

내 남자의 사랑법 - 이미란

 

돌아누운 그의 등줄기 사이로 마른바람이 분다

그 바람벽에 살을 묻고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온전한 그림자의 알몸을 그의 등에 비비며

축축한 암술로 돋아나는 회한을 가닥가닥 엮어서

그의 등에 암각 된 성난 슬픔의 뿌리를 토닥이다가

잃어버린 모성의 숲 내 비린 젖무덤 사이에

이 세상 가장 편안한 숨을 내려놓게 해주었던가?

 

미안한 당신, 이라고 불러본다

 

내 남자의 등에 접혀진 얼룩무늬의 날개를 본다

나달나달하게 삭은 깊은 뒤란의 날개 속엔

오랜 세월의 먼지 속에서 골라낸 성근 햇빛과

달의 골수로 길러낸 사향노루의 주머니와

첩첩한 소금창고 속 항아리 밑에 묻어둔

그만의 황홀한 비문이 숨어있을 것이다

그 맨홀 속 같은 그리움의 뚜껑을 열고 들어가

별빛을 조명삼아 뒹굴어본 적이 있었던가?

 

미안했고 미안했던 당신, 이라고 불러본다

 

밤의 창문이 가로등 불빛을 포개며 돌아눕는다

저만큼 밀려난 등과 젖가슴의 간격이 휑하다

그의 등을 타고 온 마른바람의 숲이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구석기시대처럼 멀고 먼

야생의 무덤 같은 동굴의 입구를 지키고 서있다

거기 한 사나이의 꿈이 굽은 세월로 박혀있다

전생의 못다 푼 밀렵의 화살을 당기며

동굴 속 벽에 사향노루의 들판을 새겨 놓는다

거꾸로 도는 시계를 따라 해바라기처럼 퍼져가는

 

내 남자의 등에 매달린 빛나는 암각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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