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날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드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득일 줄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세상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세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을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갈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고려시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고려,조선 관직과 담당 부서 ㄱ (0) | 2017.09.19 |
---|---|
[스크랩] 고려조의 관직변천표(高麗朝 官職變遷表) (0) | 2017.09.19 |
[스크랩] 고려시대 재혼 여성 이야기 (0) | 2009.06.17 |
[스크랩] 풍수지리 밝았던 하륜 (0) | 2009.04.21 |
[스크랩] 원(元)의 중국지배와 고려와의 관계 (0) | 2009.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