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이별법

똥하 2009. 8. 28. 07:21

 

이별법


            - 류시화

      사랑이 오실 때의 그 마음보다 더한 정성으로
      한 사람을 떠나보냅니다
      비록 우리 사랑이 녹아내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각자의 길을 떠난다 해도
      그래도 한때 행복했던 그 기억만은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이 사랑
      그대가 주었던 슬픔은 모두 잊고
      추억의 상자에서 꺼내어
      아름다웠노라, 지극히도 아름다웠노라
      회상할 수 있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이별로 남게 되어
      지금은 견디기 힘든 아픔뿐일지라도
      사랑이 오실 때의 그 마음보다 더한 정성으로
      그대를 떠나보냅니다
      헤어지는 지금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로

      ================

      수많은 헤어짐으로 엮어지는 우리의 삶,
      누군가와의 이별과, 계절과의 이별...
      느낌은 다르지만 모두가 아쉬움을 남기지요
      떠나가는 계절앞에, 다가온 계절에
      아쉬움과 희망을 전하면서...
      내 그리움, 우리 님들의 아름다운 가을을 기원합니다 [은수기]
      ----------------------------------------------------------------------------

      우리는 항상 이별을 한다.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전주곡이다.

      물론 그 만남 또한 이별을 잉태하고 있지만,
      반짝이는 희망과 기쁨으로 맞이한 봄도

      놈염한 여름의 폭염을 지나 이제는 이별할 때,

      서늘한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서 있다.
      해마다 계절을 떠나 보낼 때의 감정은

      새로 올 계절에 대한 설렘보다는

      못다한 시간에 대한 회한이 앞선다.

      친구야!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오늘 오후에는

      햇살 반짝이는 교외로 나가 보렴.

      한결 높아진 하늘, 나무잎에 부서지는 맑은 햇살,

      그리고 서늘한 바람...
      두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펴렴.
      지구라는 이름의 뱃전에 선 오직 한 명,

      너의 귀전으로 별빛도 흐르고

      영겁의 세월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내년의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햇살 맑은 가을 뜨락에 나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