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있는 시

[스크랩] 너를 위한 노래 4 /신달자

똥하 2009. 4. 27. 03:53


너를 위한 노래 4 /신달자 바람 부는 겨울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쫓겨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긴 코트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느린 걸음으로 역두를 서성이고 싶다. 그대여 그런 날 새벽에 우연히 널 만날 수는 없을까 나는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약속 없는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탈 기차를 보내고 그 다음의 기차를 보내며 시린 가슴으로 떨고 있을 때 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너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찬비 뿌리는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역두를 서성이면 멀리 보이는 불빛들의 젖은 그림자 일렁이는 무늬 속으로 너는 보이고 그리고 없고 그러나 나 결코 떠나지 않으며 너를 기다리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비와 함께 떨어지며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참으로 어리석은 낭만을 믿으며 나는 겨울 역두에 서 있고 싶다. 늦은 밤 자정인들 어떠랴 축축이 젖은 채로 널 우연히 만날 수만 있다면.
출처 : ♥겨울꽃향기 // 체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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