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자료

글쓰기를 위한 한글맞춤법

똥하 2010. 3. 22. 20:40

글쓰기를 위한 한글맞춤법


Ⅰ 맞춤법

 

1. ‘안’과 ‘않’의 구별

먼저 아래의 글 가운데 뭐가 맞는지 맞혀볼까요.


 * 밥을 (안 / 않) 먹어서 그런지 무지 배가 고프네.

 * 밥을 먹지 (안 / 않)아서 그런지 배가 무지 고프네.


‘안 ’하고 ‘않’ 가운데 어떤 것이 맞는지 가장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안’이든 ‘않’이든 그 글자가 없다고 생각하고서 읽어봅시다. 없다고 생각하여 말이 되면 ‘안’이 맞고, 말이 안 되면 ‘않’이 맞습니다. 그럼 어디 한번 적용해 봅시다!


 * 밥을 (×) 먹어서 그런지 무지 배가 고프네.

 * 밥을 먹지 (×)아서 그런지 배가 무지 고프네.


어 떻습니까? 첫 번째 문장은 마치 영구나 종민이가 말하는 것처럼 어리버리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말은 되죠? 일단 말이 되니까 괄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글자는 바로 ‘안’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은 아예 말이 안 되죠? 그러니까 두 번째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글자는 바로 ‘않’이라는 것입니다.

‘안 ’은 ‘부사(副詞)’로서 ‘아니’의 줄임말입니다. 부사는 뒤에 오는 용언을 꾸며주는 것이기 때문에 빼도 되고 안 빼도 됩니다. 예를 들어, “그 집은 억수로 크다.”에서 부사인 ‘억수로’를 빼도 말이 되고 안 빼도 말이 되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안’도 부사이기 때문에 빼도 말이 되고 안 빼도 말이 되는 것입니다. 빼서도 말이 될 경우에는 바로 ‘안’이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사이기 때문에 뒤에 오는 말과 당근 띄어서 써야 합니다.

그 런데 ‘않’이라는 글자는 보조용언인 ‘않다’의 ‘어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어간이라는 것은 용언에서 뜻을 나타내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걸 빼버리면 말이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먹다’라는 어간에서 ‘먹’을 빼버리고 그냥 ‘다’라고 하면 뭔 말인지 알 수 없겠죠? 빼서 말이 안 되면 주저하지 말고 ‘않’을 쓰면 됩니다. 그리고 ‘않’은 어간이기 때문에 뒤에 오는 글자와 당근 붙여서 써야 됩니다.

정리하자면 ‘안’인지 ‘않’인지 헛갈릴 때면 그 글자를 없애봅니다. 그래서 말이 되면 ‘안’이고 말이 안 되면 ‘않’입니다.


용 언(用言)은 쓸 용(用)과 말씀 언(言)이 합쳐진 글자로 ‘두루두루 쓰이는 말’ 즉 ‘활용하는 말’이란 뜻입니다. 국어문법의 9품사 가운데 용언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동사’와 ‘형용사’가 있습니다. 용언이란 것은 이름 그대로 막 살아서 쓰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밥을 먹다.”에서 ‘먹다’가 용언이고 더 자세히는 동사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먹다’는 제멋대로 살아 있는 것처럼 막 변합니다. ‘먹다/먹고/먹으니/먹어서/먹자말자/먹을까’ 등등, 진짜 막 살아 움직이는 것 같죠? 요렇기 때문에 동사나 형용사를 두고 ‘용언’이라 하는 겁니다.

       ꏊ <용언>

      


어 간(語幹)과 어미(語尾) 그리고 어근(語根), 이 세 가지 용어에는 공통적으로 말씀 어(語) 자가 붙어 있습니다. ‘말씀’이란 우리가 평소에 쓰고 있는 여러 가지 ‘말[語]’을 의미합니다. 어간(語幹)은 ‘말의 줄기[幹]’라는 뜻이고, 어미(語尾)는 ‘말의 꼬리[尾]’라는 뜻이고, 어근(語根)은 ‘말의 뿌리[根]라는 뜻입니다. 어쨌든 어간, 어미, 어근은 ‘말’과 관련이 깊은 용어입니다. 다만 모두 ‘어(語)’ 자가 붙어 있긴 하지만 ‘어간’하고 ‘어미’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어근’은 나머지 두 개와 약간 다릅니다.

먼 저 '어간'과 ‘어미’는 용언에만 해당하는 용어입니다. 용언은 마음대로 활용을 하는 동사와 형용사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먹다’와 같은 동사는 ‘먹고/먹으니/먹었다/먹겠지/먹을까/먹지만’처럼 자유자재로 활용을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활용을 하더라도 변하는 부분이 있고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죠? 용언이 활용을 하는 중에 변하지 않는 부분인 ‘먹’을 가리켜 ‘어간’이라 하고, 변하는 부분인 ‘다/고/으니/었다/겠지/을까/지만’ 등을 ‘어미’라고 합니다.

어 간과 어미는 용언에만 사용되는 용어이고 활용과 상관없는 체언이나 관계언, 수식언과 같은 곳에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단지 조사 중에 유일하게 활용을 하는 서술격 조사 ‘이다’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어미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에 반해 어근은 용언이나 체언에 모두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사인 ‘치솟다’의 어간은 ‘치솟’입니다. 왜? 아무리 해도 활용하지 않으니까요. 당근 어미는 ‘다’입니다. 그런데 어간 ‘치솟’을 자세히 보면 ‘솟다’에서 나온 ‘솟’과 접두사인 ‘치’가 합쳐진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근은 바로 접사를 제외한 ‘솟’을 가리킵니다. ‘치솟다’에서 ‘치’는 ‘솟다’의 뜻을 강하게 해주는 접두사로서 없어도 그만이고 있어도 그만인 존재입니다. 줄기[幹]하고 뿌리[根]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대빵입니까? 뿌리가 더 대빵이죠?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것을 ‘어근’이라고 합니다.

체 언에 쓰이는 어근을 알아볼까요? ‘풋사랑’이란 명사를 예로 들어봅시다. ‘풋’이 무엇입니까? ‘풋고추’ ‘풋살구’ 등에서 쓰여 아직 덜 익었다는 뜻을 더해주는 접두사입니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접사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중요한 말이죠? 즉 뿌리[根]인 것입니다. 말의 뿌리니까 ‘어근’인 것입니다.

즉 어근은 용언과 체언에 두루 사용되는 문법 용어이지만 어간과 어미라는 용어는 용언에서만 사용해야 됩니다.

       ꏊ <어간과 어미 그리고 어근>




2. ‘돼’와 ‘되’의 구별


이것도 먼저 아래의 글 가운데 맞는 것을 골라보는 것으로 시작할까요.


 * 나 완죠니 새 (됐 / 됬)어!

학 생들이 어려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단 ‘돼’는 ‘되어’의 준말이라는 점만 분명히 알아두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 어떤 것이 맞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되어’로 바꾸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말이 되면 ‘돼’가 정답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한번 적용해 봅시다! 한번 바꾸어 봅시다!


 * 나 완죠니 새 되었어!


말이 됩니다. 그러면 “나 완죠니 새 됐어!”가 바른 표현입니다. 그럼 이 문장은 어떻습니까? 맞을까요? 틀릴까요?


 * 이거 한 따까리 해야 겠구마!


밑 줄 친 ‘돼’가 맞는지 틀린지 알기 위해서는 ‘되어’로 바꿔보면 됩니다. 바꿔보면 “이거 한 따까리 해야 되어겠구마!”이 됩니다. ‘되어겠구마!’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안 되언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안 되죠? 그러니까 당근 “이거 한 따까리 해야 되겠구마!”가 맞는 표현입니다.

정리하자면 ‘돼’인지 ‘되’인지 헛갈릴 때는 ‘되어’로 바꿔봅니다. 그래서 말이 되면 ‘돼’이고 말이 안 되면 ‘되’입니다.

단 하나 조심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로코롬은 안 되요ㅠㅠ”와 같은 경우에 ‘되’가 맞는지 틀린지 알아보기 위해서 “고로코롬은 안 되어요ㅠㅠ!”라고 해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죠? 그런데 이때는 “많이 먹어요.”나 “어서 죽어요.”나 “꼭꼭 씹어요”라고 할 때처럼 ‘되어요’가 바른 표현이기 때문에 “고로코롬은 안 되요ㅠㅠ”가 아니라 “고로코롬은 안 돼요ㅠㅠ”가 맞는 표현입니다. 



3. ‘사이시옷’의 쓰임

머리도 띵한데 문제부터 하나 풀고 시작합시다.


* 전(세 / 셋)집 급구!

‘전 세집’과 ‘전셋집’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사이시옷’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이시옷’을 한 마디로 풀이하자면 ‘사이에 있는 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뭔 사이냐면 ‘전세’라는 단어와 ‘집’이라는 단어의 사이라는 말입니다. ‘ᄉ’이 두 단어 사이에 있는 건 맞죠? 예를 들어, ‘햇살’이라는 단어에서는 ‘해’와 ‘살’ 사이에 있는 ‘ᄉ’이 바로 사이시옷이고, ‘샛강’이라는 단어에서는 ‘새’와 ‘강’ 사이에 있는 ‘ᄉ’이 바로 사이시옷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이 문제아 중의 문제아인 ‘사이시옷’이 왜 필요하며 또한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의 단어들을 한번 따로따로 소리 내어 읽어봅시다!


 * 전세

 * 집

“전 세!”, “집!” 좋습니다! 안 읽고 멍청히 앉아 있는 학생은 진짜 한 따까리 해야 되겠구마! 읽어보니까 별로 특이한 것은 없지요? 그럼 다시! ‘전세’와 ‘집’을 합쳐서 한번 읽어봅시다! 앞으로 [  ] 표시 안에 있는 글자는 발음했을 때 나는 소리라고 약속합시다.


 * [전세집]

 * [전세찝]


어 떻게 읽었습니까? 설마 [전세집]이라고 읽은 바보, 멍충이, 아유미는 없겠죠? 모두다 [전세찝]으로 읽었을 것입니다. 따로따로 읽었을 때는 [전세]하고 [집]인데 붙여서 같이 읽으니까 [전세찝]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ㅈ’ 소리 하나가 더 나지 않습니까? 그 ‘ㅈ’ 소리를 뭐라고 하냐면 바로 ‘사잇소리’라고 합니다. ‘사잇소리’는 ‘사이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전세찝]에서 ‘ㅈ’이 ‘전세’와 ‘집’ 사이에 있는 소리가 맞죠? 그 ‘ㅈ’을 사잇소리라고 합니다.

‘사 이시옷’은 바로 ‘사잇소리’를 표시해주는 일종의 기호입니다. ‘사이시옷’이 붙어 있다는 것은 ‘사잇소리’가 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어 글자인 히라가나에 보면 ば나 ぱ와 같은 글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들은 [바]와 [빠]로 읽습니다. 왜 그렇게 읽어야 되냐면, 원래는 [하]로 읽어야 되는 は라는 글자 오른쪽 위를 자세히 보면 ゛요렇게 생긴 기호와 ゜요렇게 생긴 기호가 있죠?  ゛요렇게 생긴 기호는 ‘ㅂ’음 비슷하게 읽어야 되며,  ゜요렇게 생긴 기호는 ‘된소리’로 읽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ほ는 원래 [호]라고 읽지만 ぼ는 [보]로 ぽ는 [뽀]로 읽습니다.

그러니까 단어와 단어 사이에 있는 사이시옷은 사잇소리가 있다는 것을 표시해주는 하나의 기호인 셈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읽어야 되겠지요.


 * 귓밥 → [귀빱]

 * 맷돌 → [매똘]

 * 잇몸 → [인몸]


‘귓 밥’에서 ‘ㅂ’, ‘맷돌’에서 ‘ㄷ’, ‘잇몸’에서 ‘ㄴ’들이 모두 사잇소리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귓밥’을 [귇빱]이라고 읽는데 그렇게 읽으면 안 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이시옷은 사잇소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호이기 때문입니다. ‘옷’의 ‘ᄉ’음과 ‘귓밥’의 ‘ᄉ’음은 다른 것입니다. 하나는 실제로 발음해야 하는 음가이지만 하나는 단지 기호이기 때문입니다.

이 렇게 되면 이제 ‘전세집’과 ‘전셋집’ 가운데 어떤 것이 맞는지를 알아맞히는 것은 너무나 쉽게 됩니다. 한번 읽어보고 따로따로 읽었을 때와 비교해서 다른 소리가 더 나면 그냥 ‘ㅅ’을 붙이면 된다 이 말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정도만 조심하면 사이시옷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됩니다. 다음에 있는 글자가 맞는지 틀리는지 한번 맞혀봅시다!


 * 햇님

 * 촛점(焦點)


읽 어보니 [핸님]하고 [초쩜]이 되네요. ‘햇님’은 ‘해’와 ‘님’밖에 없었는데 읽으니까 사잇소리 ‘ㄴ’이 있고, ‘촛점’은 ‘초(焦)’와 ‘점(点)’밖에 없었는데 읽으니까 사잇소리 ‘ㅈ’이 있으니까 당근 둘 다 맞슙니다! 일까요? 아닙니다.

사 잇소리가 있다고 해서 모두 사이시옷을 붙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시옷은 두 단어가 ‘합성’할 때에만 붙일 수 있습니다. 접미사나 접두사가 단어 앞뒤에 붙는 ‘파생’의 경우에는 붙이지 않습니다. ‘해’는 단어이지만 ‘님’이 접미사이기 때문에 비록 사잇소리가 있더라도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 리고 한자어로만 이루어진 단어에도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습니다. 단 6개만 제외하고요. 사이시옷을 붙일 수 있는 6개의 한자어는 바로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밖에 없습니다. 특히 ‘숫자’나 ‘횟수’는 잘 외워 두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만 맞는지 틀리는지 맞혀 보고 사이시옷 공부를 끝냅시다.


 * 머릿말


꼭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머린말]이라고 읽으니까요. 그런데 표준어로는 [머리말]이 맞는 발음입니다. 사잇소리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당근 ‘머리말’이 바른 표기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헛갈리는 것으로는 ‘장맛비’가 있습니다. [장마비]로 읽지 않고 [장마삐]로 읽는 것이 표준 발음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첨가한 ‘장맛비’가 맞는 것입니다. 아차차! 마지막으로. ‘허리춤’이나 ‘허리띠’와 같이 뒤에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오는 경우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으니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 이시옷은 단어와 단어 사이에 있는 ‘ㅅ’이라고 했죠? 쉽게 말해서 단어라고 했지만 ‘자립 형태소’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달’이나 ‘바람’처럼 혼자 설 수 있는 형태소를 자립 형태소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치솟다’의 ‘치(접두사)’나 ‘멋쟁이’의 ‘쟁이(접미사)’'는 혼자 설 수 없기 때문에 ‘의존 형태소’라고 합니다. 사이시옷은 자립 형태소와 자립 형태소 간의 결합, 즉 ‘합성어’인 경우에만 첨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와 ‘빛’은 ‘햇빛’과 같이 사이시옷을 첨가할 수 있지만 ‘해님’의 경우에는 비록 사잇소리 ‘ㄴ’이 있지만 단어(자립 형태소)인 ‘해’와 접미사(의존 형태소)인 ‘님’이 합쳐진 ‘파생어’이기 때문에 읽기는 [핸님]으로 읽지만 표기는 사이시옷을 첨가하지 않고 ‘해님’으로 씁니다.

       ꏊ <합성과 파생 그리고 사이시옷>





4. ‘이/히’의 구분


한 글맞춤법 41항에 보면 “부사의 끝 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주 무책임한 규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 무슨 컴퓨터도 아니고 ‘이’로 나는지 ‘히’로 나는지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겠습니까. ‘이/히’를 아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먼저 ‘ㅅ’이 붙어 있는 것은 무조건 ‘이’를 붙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깨끗이, 따뜻이, 반듯이, 산뜻이’와 같은 경우인데 정확도 100%를 자랑합니다.

다 음으로 ‘ㅂ 불규칙용언’도 무조건 ‘이’를 붙이면 됩니다. ‘ㅂ 불규칙용언’이 뭐냐면 용언이 활용을 하면서 기본형에 있던 ‘ㅂ’이 탈락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번거롭다’라는 형용사는 활용을 하면서 ‘번거로워, 번거로우니’처럼 기본형에 있던 ‘ㅂ’이 탈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바로 ‘ㅂ 불규칙용언’이라고 하고 이에 속하는 것들도 무조건 ‘이’로 쓰면 됩니다. 그 예로는 ‘가까이, 고이, 날카로이, 대수로이’ 등이 있습니다.

다 음으로 첩어(같은 글자가 겹치는 말)는 ‘하다’를 붙여서 말이 되면 ‘히’를 붙이고 말이 안 되면 ‘이’를 붙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틈틈’과 같은 경우에 ‘하다’를 붙여보면 ‘틈틈하다’가 됩니다.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틈틈이’가 바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쓸쓸’과 같은 경우는 ‘하다’를 붙이면 ‘쓸쓸하다’가 되어 말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쓸쓸히’가 바른 표현이 됩니다. 단 이것은 정확도가 95% 정도 됩니다. ‘천천히’와 같은 예외가 있기 때문입니다. ‘천천하다’는 말이 안 됩니다만 예외적으로 ‘히’를 붙입니다.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헛갈릴 때는 표준어 41항에서 말한 것처럼 열심히 발음을 해 보든가 아니면 ‘하다’를 붙여서 말이 되면 ‘히’를 붙이고 말이 안 되면 ‘이’를 붙이면 됩니다.



5. ‘든/던’의 구분


아래의 문장 가운데 밑줄 친 부분이 맞는지 틀렸는지 한번 맞춰봅시다.


 * 퀴리 부인이 받았 상은 노벨상이다.

 * 좋 우리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서 로 바꿔야 바른 표현이 됩니다. 학생들이나 쫌 배웠다는 사람들도 열라 틀리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간단히 말해 ‘던’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말할 경우에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카더라’의 ‘더’와 같이 과거 시제를 표현하는 어미인 것입니다. 그리고 ‘든’은 이것이나 저것이나 상관이 없을 경우에 사용합니다. “치마를 입었든 바지를 입었든 여자라면 다 좋다.”와 같은 투철한 군바리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글자입니다. ‘던’과 ‘든’이 가지는 차이점만 확실히 알고 있으면 앞으로 틀릴 일은 없을 것입니다. 





Ⅱ 띄어쓰기


1.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a. 의존명사 ‘지’

공부하는 학생이든 쇼프로 TV에 나오는 자막이든 간에 가장 많이 틀리는 띄어쓰기가 바로 의존명사에 관한 부분입니다. 밑줄 친 부분에 주의하면서 아래의 문제를 풀어봅시다.


 * 그런 현상이 발생한 오래 되었다.

 * 얼마나 좋은 몰라!


무 엇이 맞고 무엇이 틀릴까요? 첫 번째는 틀리고 두 번째는 맞습니다. 밑줄 친 부분에 공통적으로 ‘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발생한지’의 ‘지’와 ‘예쁜지’의 ‘지’는 글자로 보면 똑같지만 문법적으로는 완죠니 다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앞의 ‘지’는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쓰이는 ‘의존명사’의 ‘지’이고, 뒤의 ‘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쓰이는 ‘지’와 같은 어미(語尾)에 속하는 ‘지’입니다.

의 존명사라는 것은 명사의 하위 개념으로서 ‘명사는 명사인데 의존하는 명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단어들과 당근 띄어 써야 합니다. 한글맞춤법 2항에 보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간 마후라’에서 ‘빨간’은 형용사이고 ‘마후라’는 명사이기 때문에 각각 띄어 씁니다. 또한 ‘그 사람’에서 ‘그’는 관형사이고 ‘사람’은 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하는 것처럼 모든 단어들은 원칙적으로 띄어 써야 합니다. ‘단어’는 간단히 ‘품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발생한 지’의 ‘지’는 국어문법의 9품사 가운데 하나인 명사 즉, 단어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되고, ‘좋은지’의 ‘지’는 단어가 아닌 단어의 일부분 즉, 어미에 해당하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합니다.

그런데 ‘지’가 의존명사인지 어미인지 어떻게 알아낼까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의 글들을 한번 보시고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 애 낳은 지 하루 됐다.

 * 학교에 간 지 10시간 됐다.

 * 그녀를 만난 지 한참 지났다.

 * 가출한 지 오래 되었다.


한 번 봅시다! ‘지’ 뒤에 보니 공통적으로 시간을 나타내는 말들이 나옵니다. ‘1초’, ‘10시간’, ‘한참’, ‘오래’와 같은 말들이 보입니까?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는 말들입니다. 이렇게 ‘지’ 뒤에 시간을 뜻하는 단어가 나오면 그 ‘지’는 의존명사이고 무조건 앞의 단어와 띄어 써야 합니다.



국 어문법에서는 우리말의 품사를 9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품사’란 말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마디로 ‘품사(品詞)’는 우리가 쓰는 말[詞]들을 품목[品]별로 즉 종류별로 모아놓은 것입니다. 입말이든 글말이든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말들을 용도에 따라 분류해보니 9가지 종류가 되더라는 말입니다. 품사의 종류는 나라마다 달라서 미국 같은 경우는 여덟 종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품사의 종류는 더 많아질 수도 있고 더 적어질 수도 있는 유동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가에 따라서 지금 당장에라도 품사의 개수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 리말에는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의 총 9가지 품사가 있습니다. 명사, 대명사, 수사는 문장 속에서 몸통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몸 체(體)’ 자를 써서 ‘체언’이라 하고, 동사, 형용사는 활용을 하기 때문에 ‘쓸 용(用)’ 자를 써서 ‘용언’이라 하고, 부사, 관형사는 뒤에 오는 글을 꾸며주기 때문에 ‘수식언’이라 하고, 조사는 몸통인 체언에 붙어서 그 체언을 주어(은/는/이/가)로 만들기도 하고, 목적어(을/를)를 만들기도 하고, 또는 관형어(의)로 만들기도 하는 등, 체언을 문장 속에서 특별한 관계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관계언’이라 하고, 감탄사는 ‘허걱’이나 ‘캥!’처럼 혼자서도 잘 쓰인다고 해서 ‘독립언’이라고 합니다.

각 각의 품사에 속해 있는 것들을 간단히 ‘단어’라고 알고 있으면 별 무리가 없습니다. 이 아홉 개의 품사에 속하는 단어들은 서로서로 띄어 써야 합니다. 맞춤법도 법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잘 지켜야 되겠죠? 이중에서 조사는 예외로서 앞의 체언에 붙여 씁니다. 또한 ‘어미’나 ‘접두사’, ‘접미사’ 같은 것들도 9품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띄어 쓰면 안 됩니다.

       ꏊ <품사와 단어의 관계>

       



       ꏊ <의존명사의 정체>

의존명사는 명사의 하위 개념으로 ‘의존하는 명사’라는 뜻입니다. 의존하기 때문에 옛날에는 ‘불완전명사’라고도 했습니다. ‘의존하는 명사’라는 말은 쉽게 말해 혼자서는 쓰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 존명사의 뜻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 “밥이 없다.”와 “것이 없다.”를 예로 들어 볼게요. ‘밥’이나 ‘것’이나 모두 뒤에 ‘이’라는 조사가 붙고 또 활용을 하지도 못합니다. 둘 다 명사의 특징을 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밥 이 없다.”의 경우에는 “먹을 밥이 없다.”라고 하든 “맛있는 밥이 없다.”라고 하든 아니면 그냥 “밥이 없다.”라고 하든 ‘밥’ 앞에 아무런 말이 없어도 됩니다. 이처럼 혼자 쓰일 수 있는 것을 의존명사와 대비하여 ‘자립명사’라고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명사는 자립명사입니다.

그 런데 ‘것’ 앞에는 반드시 어떤 말이 와야 되지 혼자서는 쓰일 수가 없습니다. 즉 “먹을 것이 없다.”든지 “줄 것이 없다.”든지 해야지 그냥 ‘것이 없다.’와 같이 ‘것’만 쓰이면 틀린 문장이 됩니다. 이렇게 명사는 명사이지만 혼자서는 쓰일 수 없는 것을 자립명사와 대비하여 ‘의존명사’라고 합니다.




  b. 의존명사 ‘만’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에는 ‘지’ 이외에도 ‘만’이 있습니다. 함께 알아두어야 헛갈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의 문제를 풀어봅시다! ‘지’도 유의하세요.


 * 떠난지 닷새에 소식이 왔다.

 * 너 알아라!  


‘떠 난지’는 왜 틀렸는지 알겠죠? 뒤에 ‘닷새’라는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가 나오기 때문에 ‘떠난 지’로 써야 합니다. 그리고 ‘만’ 앞에 시간을 의미하는 말이 쓰이면 그 ‘만’은 바로 의존명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닷새 만’으로 해야 됩니다. 이런 예로는 “이거 얼마 만인가?”에서 시간과 관련이 있는 ‘얼마’가 있기 때문에 ‘만’을 띄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만’에서 ‘만’은 무엇일까요? ‘너’라는 대명사 뒤에 붙어 있으니까 조사 아니면 접미사인데 ‘만’이라는 접미사는 없습니다. 이때 ‘만’은 한정을 의미하는 조사입니다. 조사이니까 당근 붙여서 써야 합니다.

어쨌든 ‘만’하고 ‘지’는 앞뒤에 시간을 의미하는 말과 함께 쓰이면 그 정체가 바로 의존명사로서 앞에 있는 단어와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참 고로, “그 책은 읽을만하다.”나 “한창 연구할만한 나이”에서 쓰이는 ‘만하다’는 '보조형용사'이기 때문에 앞의 단어와 붙여서 써도 되고 띄어서 써도 된다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보조형용사’나 '보조용언'에 대한 설명은 마지막 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c. 의존명사 ‘데’

여기서부터는 좀 쉽습니다. 우선 문제 풀이부터 시작합시다.


 * 너 요즘 공부하는데 어디니?

 * 공부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위 의 ‘데’는 공부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너 요즘 공부하는 데 어디니?”와 같이 띄어 써야 하고, 아래의 ‘데’는 ‘~하고 있는 중에’라는 뜻을 의미하는 어미의 일부이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합니다. ‘데’가 장소를 의미하는 말이면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띄어 써야 합니다.



  d. 의존명사 ‘번’

많 이 틀리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번’의 품사가 무엇이겠습니까? 명사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의존명사이고요. 예를 들어, “그를 본 적이 번도 없다.”에서 ‘도’라는 조사가 붙으니까 명사는 명사인데 ‘번’ 앞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허전하죠? ‘한’이라는 관형사가 ‘번’을 꾸며주어야 말이 됩니다. 그래서 ‘번’은 의존명사입니다. 아래의 문제를 풀어봅시다!


* 첫번째 문제의 답은 1이다.

여 기에서 한번 생각해봅시다. 여러분들에게 국어사전이 있다고 칩시다. ‘첫번째’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있을까요? 없을까요? 국어사전에는 단어만 나오기 때문에 ‘첫번째’가 단어라면 나올 것이고, 단어가 아니라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어사전에 ‘첫번째’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즉 ‘첫번째’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여러 개의 단어가 합쳐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단어는 띄어 써야 되죠?

‘첫 번째’가 국어사전에 없다는 말은(물론 ‘첫번’도 국어사전에 없고 ‘번째’도 없습니다) ‘첫’, ‘번’, ‘째’ 모두 각각 띄어 써야 됩니다. 그런데 ‘째’는 접미사이기 때문에 명사인 ‘번’에 붙여 씁니다. 그러면 ‘첫’은 무엇일까요? 명사 앞에 오면서 명사의 뜻을 정해주는 품사가 무엇일까요? 바로 관형사입니다.

그래서 문제의 답은 “첫 번째 문제의 답은 1이다.”입니다. 그래서 차례를 뜻하는 의존명사 ‘번’이 나올 때는 앞의 글자와 띄어 써야 합니다.    



  e. 의존명사 ‘뿐, 대로, 만큼’

‘뿐’과 ‘대로’와 ‘만큼’은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한 가지만 제대로 알아도 됩니다. 우선 문제부터 봅시다.


 * 이것이다.

 * 그냥 할이다.

 * 떡이든 밥이든 마음대로 먹어라.

 * 좋을대로 해라.

 * 나도 너만큼 키가 크다.

 * 먹을만큼 먹어라.


‘뿐 ’이든 ‘대로’든 ‘만큼’이든 앞에 체언이 오면 붙여 쓰고, 용언[동사, 형용사]의 관형형이 오면 띄어 씁니다. 체언에 붙여 쓴다는 것은 조사란 말이고, 용언의 관형형 뒤에 띄어 쓴다는 것은 명사란 말입니다. 물론 ‘뿐’이나 ‘대로’나 ‘만큼’이 혼자서는 쓰일 수 없는 관계로 명사 중에서도 자립명사가 아니라 의존명사이겠죠.

혹 시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무조껀 ‘뿐’이나 ‘대로’나 ‘만큼’이 용언 뒤에 오면 명사이고 체언 뒤에 오면 조사냐? 니가 무슨 점쟁이냐?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문법에서 용언의 관형형[좋을, 먹을] 뒤에 올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머리를 대굴대굴 굴려 봐도 명사나 대명사나 수사와 같은 체언밖에 없습니다.



2. 일반명사의 띄어쓰기


  a. 이름과 관련된 명사

단 체의 이름은 의미 단위에 따라 띄어 써야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 붙여도 상관없습니다. 예를 들어, IAEA라고 있죠?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를 줄여서 표기한 국제연합 산하의 기구입니다. 영어 공부도 함께 하고 아주 좋습니다. 이 IAEA를 어떻게 번역하고 어떻게 띄어쓰기를 해야 할까요?


 * 국제원자력기구

 * 국제 원자력 기구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띄어쓰기를 하려면 ‘국제 원자력 기구’라고 띄어 써야지 ‘국제원 자력기구’ 이런 식으로 띄어 쓰는 사람은 없겠죠? 의미 단위에 맞게 띄어 써야 합니다. 대학교처럼 하부 단위가 있는 단체의 경우에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문학과’라고 해야지 ‘연세대학교문과대학국문학과’로 쓰든가 ‘연세대학교문과 대학국 문학과’라고 썼다간 미친놈 취급받기 딱 좋습니다.

아래 문제도 풀어봅시다.


 * 알프스산

 * 프랑스어

 * 타이완섬

 * 나일강

 * 그리스신화


모 두 띄어 써야 합니다. 외래어와 우리말이 함께 쓰일 때는 몇 가지(금메달, 노벨상 등)만 제외하고는 붙여 쓰면 안 됩니다. 만일 타이완 대신에 타이완의 우리말 발음인 ‘대만(臺灣)’으로 해서 ‘대만섬’으로 하면 맞을까요? 틀릴까요? 이때는 맞습니다. 어쨌든 바다[海], 강(江), 만(灣), 산(山), 어(語) 등을 외래어와 함께 쓸 때는 띄어 써야 합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도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표기하려면 ‘월 가(街)’로 해야 됩니다.



  b. 고사 성어와 관련된 명사

고 사 성어와 관련된 띄어쓰기도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프랑스 어’가 맞는 것처럼 실제 글쓰기에서 엄밀히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알아 둬서 나쁠 것은 없지요. 다음을 풀어봅시다!


 * 오비이락(烏飛梨落)

 * 관포지교(管鮑之交)


‘오 비이락’은 ‘오비 이락’으로 띄어야 하고 ‘관포지교’는 그대로 붙이는 것이 맞습니다. 고사 성어를 두 자씩 띄어 쓴다는 것이 황당하기는 합니다만 맞춤법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포지교’는 왜 붙여서 써야 할까요? ‘관포지교’에는 ‘~의’를 뜻하는 관형격 조사 ‘之’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비 이락’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와 같이 앞의 두 글자와 뒤의 두 글자가 분리될 수가 있어 띄어 써도 무방하지만, ‘관포지교’의 경우에는 ‘관포 지교’로 띄어 쓰면 “관중과 포숙 의 사귐”이 되어 곤란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로는 ‘오합지졸(烏合之卒)’도 있습니다.

‘지 ’가 있다고 하여 덮어놓고 붙여 쓰면 안 됩니다. ‘역지 사지(易地思之)’에서는 ‘지(之)’가 대명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 쓸 필요가 없습니다. 머리 쫌 굴릴 줄 아는 학생들은 “그렇다면 ‘문일지십’은 확실히 붙이겠네!”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일 지십(聞一知十)’의 ‘지’는 ‘知’이지 관형격 조사 ‘之’가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해야 될 것은 고사 성어를 한자로 쓸 때는 붙여 쓰고 우리말로 쓸 때는 띄어 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3. 보조용언의 띄어쓰기


보 조용언의 띄어쓰기도 학생들을 앵간히 속 썩이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먼저 보조용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봅시다. 아래의 두 문장을 자세히 보면 두 개의 동사가 각각 쓰이고 있지만 동사들 간의 띄어쓰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그는 우산을 접어 들었다.

 * 그는 옷을 입어보았다.


왜 그런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본용언’과 ‘보조용언’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보조’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왠지 시다바리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보조용언’이란 용언은 용언이로되 대빵 역할을 하는 용언이 아니라 시다바리 역할을 하는 용언이라는 뜻입니다. ‘보조용언’에는 당근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가 있습니다만 여기까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시 다바리 용언이 있으면 대빵 용언도 당연히 있겠네요? 대빵 용언을 바로 ‘본용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빵이니 시다바리니 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경우는 두 놈 가운데 한 놈의 힘이 약할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한 놈이 다른 놈에게 종속적인 관계에 있어야 대빵과 시다바리의 관계가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본용언과 보조용언이라는 개념도 두 개의 용언 가운데 하나의 용언이 종속적인 관계에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럴 경우에만 본용언과 보조용언이란 개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 론 대빵들끼리만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문장입니다. “그는 우산을 접어 들었다.”라는 문장에는 두 개의 용언이 있습니다. ‘접다’라는 동사와 ‘들다’라는 동사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두 동사의 힘이 아주 팽팽합니다. 그래서 우산을 차곡차곡 접어가지고 손에 들고 있다는 두 가지 동작 상태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동작이 두 가지 단계로 나눠지는데, 이를 간단히 ‘이중동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같은 경우에는 두 동사를 절대로 붙여 쓰면 안 됩니다. 따로따로 써야 된다 이 말입니다.

두 번째 문장이 바로 대빵과 시다바리가 함께 쓰인 경우입니다. “그는 옷을 입어보았다.”라는 문장에도 역시 두 개의 동사가 있습니다. ‘입다’와 ‘보다’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입어보았다’를 이중동작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옷을 다 입고 나서 거울을 보며 옷을 잘 입었는지 못 입었는지 살피는 이중동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중동작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동작을 ‘연속동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연속동작일 경우에는 붙여서 써도 되고 띄어서 써도 됩니다.

이 중동작은 두 개의 동작이 확연히 구분이 되지만 연속동작은 리마리오처럼 그냥 미끄러지듯이 하나로 이어진 동작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하나의 동사가 힘이 약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다바리가 대빵이 행동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과 똑 같은 이치입니다. 즉 하나의 문장에서 (본)동사가 두 개 쓰이고 있는지 아니면 본동사와 보조동사가 함께 쓰이고 있는지를 알려면 그 동작이 ‘이중동작’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연속동작’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글 을 쓸 때 붙여서 써야 될지 띄어서 써야 될지가 헛갈릴 때는 무조건 띄어 써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면 동사가 두 개 쓰일 때는 무조건 띄어 써야 되지만 본동사와 보조동사가 동시에 쓰일 때는 띄어도 되고 붙여도 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띄어 쓰면 머리 아픈 일은 없어지겠죠? 하지만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알아야 할 것은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알아서 남 주냐? 




Ⅲ 표준어

1. ‘웃어른’과 ‘윗어른’

표준어 가운데 중요한 것만 몇 가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먼저 다음의 문제를 한번 풀어봅시다!


 * (웃 / 윗)어른

 * (윗 / 위)층

 * (윗 / 웃)옷

 * (웃 / 윗)도리


웃 어른? 윗어른? 이것도 헛갈리고, 윗옷? 웃옷? 이것도 무척 헛갈립니다. 간단히 말해 아래 위 개념이 있는 것은 일단 ‘윗’으로 쓰면 됩니다. 예를 들면 ‘윗도리, 윗면, 윗사람’ 등이 있습니다. 요놈들은 모두 아래위의 개념이 있는 것으로 ‘아랫도리, 아랫면, 아랫사람’이라는 상반되는 의미의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층’이나 ‘쪽’과 같이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뒤에 오는 경우에는 ‘윗’이 아니라 ‘위’가 붙습니다. 그래서 ‘위층’, ‘위쪽’으로 표기해야 됩니다.

아 래위의 개념이 없는 것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제에 나온 ‘웃어른’과 ‘웃옷’입니다. ‘웃옷’의 경우에는 ‘아래옷’이라는 말이 없고, ‘웃어른’의 경우에도 ‘아래어른’이 없기 때문에 ‘웃’으로 쓰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웃돈’이 있습니다. 이처럼 아래위의 개념이 없는 것은 ‘웃’으로 써야 됩니다.

위 에 나온 ‘웃돈’은 ‘위에 있는 돈’이 아니라 이사를 할 때 이삿짐 옮기는 사람들이 돈을 더 요구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웃옷’의 경우에도 위에 입는 옷이 아니라 두루마기처럼 하나 더 걸치는 옷을 가리킵니다. 위에 입는 옷은 ‘윗도리’라고 하죠. ‘웃도리’가 아니고요.

정리하자면 아래위의 개념이 있는 것은 ‘윗’으로 쓰며 그 중에서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뒤에 붙는 경우에는 ‘위’로 쓰며, 아래위의 개념이 없는 것은 ‘웃’으로 쓰면 됩니다.




2. ‘숫나사’와 ‘수나사’


숫 놈? 숫사자? 숫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고 억수로 헛갈리는 것 중에 하나가 ‘숫’이냐 ‘수’냐 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여 ‘수’로 쓰면 됩니다. 그래서 전부 ‘수나사, 수놈, 수사자, 수소’라고 써야 합니다.

그 런데 ‘숫’으로 써야 할 것이 딱 세 개 있습니다. 바로 ‘염소’, ‘양’, ‘쥐’입니다. 이 세 짐승들만 ‘숫’을 붙여야 되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무조건 외워야 합니다. 어쨌든 ‘염소’, ‘양’, ‘쥐’만 ‘숫’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로 표기하면 됩니다.

참 고로 ‘수’나 ‘암’의 경우에는 그 글자 뒤에 ‘ㅎ’음이 숨어 있다가(옛날에는 이것을 ㅎ곡용이라고 불렀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뒤에 ‘ㄱ’이나 ‘ㄷ’이나 ‘ㅂ’음이 오면 각각 ‘ㅋ’과 ‘ㅌ’과 ‘ㅍ’으로 바꿔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가 뒤에 오면 ‘수캐’와 ‘암캐’가 되고, ‘닭’이 뒤에 오면 ‘수탉’과 ‘암탉’이 되고, ‘병아리’가 되에 오면 ‘수평아리’와 ‘암평아리’가 됩니다. 조심하셔야 할 사항입니다.


3. ‘점장이’와 ‘점쟁이’

‘점 장이’냐 ‘점쟁이’냐 고것이 문제인데, 예상 외로 사람들이 많이 틀리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이것 말고도 ‘소금쟁이/소금장이’, ‘담쟁이/담장이’, ‘난쟁이/난장이’, ‘멋장이/멋쟁이’, ‘미쟁이/미장이’ 등 ‘쟁이’와 ‘장이’ 가운데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헛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간 단합니다. 이 글자를 아시는지요? ‘匠’ 바로 장인 ‘장’ 자입니다. 장인 즉 기술자란 말입니다. 표준어 규정 8항에 의하면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기술과 관련된 글에만 ‘장(匠)이’를 붙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있는 보기 중에서 벽이나 천정에 시멘트를 바르는 일을 하는 ‘미장이’만 ‘장이’를 붙일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쟁이’로 표기해야 됩니다.

그 렇다면 점을 치는 사람을 무엇이라 부를까요? 점장이? 점쟁이? 우선 이것부터 생각해봅시다. 점을 치는 것이 과연 기술일까 아닐까? “점은 기술이 아닙니다. 점은 사기입니다.” 사기 치는 것도 물론 기술의 일부이기는 합니다만 점쟁이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도사라고 생각하지 기술자라고는 생각하지는 않겠죠?



4. ‘셋째’와 ‘세째’

글 을 쓰다보면 셋째인지 세째인지 갈등을 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넷)째’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두 가지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기도 하였지만 요즘에는 ‘셋째’와 ‘넷째’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2nd는 ‘둘째’이고 12nd는 ‘열두째’라고 해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