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홀로서기

똥하 2009. 7. 12. 07:14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품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이고 있다.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는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품을
      또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닳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 서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