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너를 위한 노래 4/신달자

똥하 2009. 5. 7. 00:38

바람부는 겨울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쫒겨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긴 코트의 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느린 걸음으로

역두를 서성이고 싶다

 

그대여 그런 날 새벽에

우연히 널 만날 수는 없을까

나는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약속없는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탈 기차를 보내고

그 다음의 가차를 보내고

시린 가슴으로 떨고 있을 때

두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너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찬비 뿌리는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역두를 서성이면

멀리 보이는 불빛들의 젖은

그림자 일렁이는 무늬속으로

너는 보이고 그리고 없고

 

그러나 나 결코 떠나지 않으리

너를 기디리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비와 함께 떨어지며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참으로 어리석은 낭만을 믿으며 나는

가을 역두에 서 있고 싶다

 

늦은 밤 자정인들 어떠랴

촉촉히 젖은 채로

널 우연히 만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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