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한 줌 앞에서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수 천 번 수 만 번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도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앞에서도
오늘 하루를 사무치게 살자
돌멩이 하나 앞에서도
모래 한 알 앞에서도
글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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