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멀리도 나는 왔구나.
산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강물도 흙이 되어 흐르지 않는다.
구름은 사방에 풀어지고
가까운 저녁도 말라 어두워졌다.
그대가 어디서고 걷고 있으리라는 희망만
내 감은 눈에 아득히 남을 뿐
폐허의 노래만 서성거리는 이 도시.
이제 나는 안다.
삶의 사이사이에 오래된 다리들
위태롭게 여린 목숨조차 편안해 보이고
그대 누운 모습의 온기만 내 안에 살아 있다.
하늘은 올라가기만 해서 멀어지고
여백도 지워진 이 땅 위의 밤에
차고 외로운 잠꼬대인가
창밖에서 떠는 작은 새소리,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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