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공사 시
산당정야좌무언(山堂靜夜坐無言)
적적요요본자연(寂寂寥寥本自然)
하사서풍동림야(何事西風動林野)
일성한안여장천(一聲寒雁唳長天)
산당에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적적하고 요요한 것이 본래가 자연이로구나
어찌하여 서풍은 동쪽 숲으로 불어드는가
한 소리 찬 기러기 구만리 장천을 울리는구나
송나라 야부도천 선사의 선시입니다.
산당에 고요한 밤에 묵묵히 홀로 앉아서 선정에 듭니다.
고요하고 고요한 것이 산승은 삼매에 들어 그 흔적이 없고 자연만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몸은 비록 산당에 있어도 삼라만상의 오고감을 다 보고 들을 수 있지만 거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스스로 물어보고 스스로 대답합니다.
어찌하여 서풍은 동쪽 숲으로 불어드는가?
누구나 알고 있는 우둔한 질문 같아도 범인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답을 알 수 없고 한없이 의문이 더해가는 선가의 질문입니다.
스스로 대답을 합니다.
끼룩! 작은 소리가 아닙니다.
구만리 장천을 떨어 울리는 엄청나게 큰 소리입니다.
적적하고 고요한 경계를 깨는 천지를 뒤집어 없는 소리입니다.
한 소리 외로운 기러기 구만리장천을 떨어 울리는구나.
최고의 경계 즉 깨달음의 경계는 외로운 법입니다.
외롭다 못해 추운 것입니다.
여기서 기러기는 단순한 기러기가 아니라 바로 야부도천 자신을 의미합니다. 선사의 고고성이 구만리 장천을 울리지만 아는 이 그 몇이나 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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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요망연)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보신 화신은 허망한 인연이니 법신은 청정하여 그 끝이 없다네 천강에 물 있으니 천강에 달이요 만리에 구름 없으니 만리에 하늘이로구나. 보신과 화신은 망연을 여인 참불이 아니요, 법신은 청정하고 광대하여 끝이 없도다. 천강에 물이 있으면 천강에 달이요, 만리에 구름 없으니 만리의 하늘이로다.
금강경오가해중 종경스님의 게송으로 다음의 금강경 문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무릇 형상 있는 것은 한결같이 허망하다.
모든 상이 실상이 아님을 안다면 여래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보신불이나 화신불은 인연따라 나타나는 허망한 것입니다.
형상이 없는 청정하고 광대무변한 법신불만이 진실한 여래 즉 부처님이라는 것 입니다.
물속에 비친 달과 같이 인연을 따라서 허상으로 나투는 것이 보신불과 화신불인 것입니다.
마치 구름 한점 없는 하늘처럼 번뇌망상과 인연을 여의면 청정한 광명이 온 우주법계에 가득한 것입니다.
또한 그 광명으로 천지간의 삼라만상이 있는 그대로의 제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것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하는 것입니다.
삼신불(三身佛)은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불타관으로 법신불(法身佛), 보신불(報身佛), 화신불(化身佛)의 세 가지 몸, 즉 삼신(三身)으로 구분 합니다.
법신불은 진리를 마치 사람처럼 인격화한 부처님을 말합니다.
이 법신부처님을 비로자나불이라고 하는데, 진리 그 당체를 말하는 것으로 이 부처님은 마치 광명과 같아서 특별한 형상이 있을 수 없고 아무런 걸림이 없으므로 온 우주에 두루 편재하여 안계신 곳이 없으며 청정무구 그 자체이므로 이 법신 부처님을 일컫을 때는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고 합니다.
보신불은 보살이 한량 없는 오랜 세월 동안의 원을 세우고 그 원에 따라 수행하여 그 결과. 즉 수행의 과보로서 얻어진 몸을 말합니다.이렇게 오랜 수행으로 얻어진 복덕을 구족하신 원만한 부처님이라는 뜻으로 원만보신 노사나불이라고 합니다.불생불멸하는 부처님으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부처님이 계십니다.
화신불은 다른말로 응신불(應身佛) 또는 응화신(應化身)이라고 합니다.
바로 중생들을 구제하시기 위하여, 교화 대상인 중생의 모습으로 응하여 나타나시는 생멸하는 부처님을 말합니다. 바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셔서 열반에 드신 역사상으로 실재하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바로 이 화신 부처님입니다. 이렇게 교화하시고자 하는 수백억 수천억 중생의 모습으로 나타나신다고 하여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삼신불은 부처님을 그 본질(體)과 현상(相)과 기능(用)으로 나누어서 표현한 것이지만 이 세 부처님은 실은 하나의 부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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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 詩人 黃山谷의 詩(山谷 黃庭堅)
萬里靑天(만리청천) 구만리 푸른 하늘
雲起來雨(운기래우) 구름 일고 비 내리네
空山無人(공산무인) 사람 없는 빈 산
水流花開(수류화개) 물 흐르고 꽃이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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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실에 흔히 쓰이는 글귀 (추사 김정희)
靜坐處 茶半香初 (정좌처 다반향초)
妙用時 水流花開 (묘용시 수류화개)
고요히 앉은 자리에 차를 반이나 마시도록 타는 향은 처음과 같고
고요히 흐르는 시간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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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流花開라는 말은 초의선사가 즐겨 썻다고 하는데
이후 다실 현액이나 그림의 제목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원래는 황산곡의 다음 시가 원전이라고 합니다
혹은 소동파가 水流花開란 구절을 먼저 썼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두사람이 하필 같은 시기의 인물이라 더욱 선후를 가리기가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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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정야좌무언 山堂靜夜坐無言
적적요요본자연 寂寂寥寥本自然
하사서풍동림야 何事西風動林野
일성한안려장천 一聲寒鴈唳長天
고요한 밤 산당에 말없이 앉아
적적하고 고요함이 본래 그대로인데
무슨 일로 서풍이 임야를 흔드나
한 소리 기러기가 장천을 울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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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탄거해수 毛呑巨海水
개자납수미 芥子納須彌
벽한일륜만 碧漢一輪滿
청광육합휘 淸光六合輝
답득고향전지온 踏得故鄕田地穩
갱무남북여동서 更無南北與東西
한 터럭이 큰 바다를 삼키고
겨자 속에 수미산을 드리운다.
푸른 하늘에 달 둥그니
맑은 빛이 육합에 빛나도다.
고향땅 전지를 둘러보니
다시 남북동서랄 것이 무언가
야부도천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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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파삼자배파문 借婆衫子拜婆門
예수주여이십분 禮數周旅已十分
죽영소계진부동 竹影掃階塵不動
월천담저수무흔 月穿潭底水無痕
노파에 적삼을 빌려 입고
노파에 문전에서 절을 하니
예의는 충분한 것 같아
대 그림자를 쓸어도
움직임은 하나도 없어
달이 연못을 뚫었지만
흔적조차 없구나.
야부도천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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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설사법 正人說邪法
사법실귀정 邪法悉歸正
사인설정법 邪人說正法
정법실귀사 正法悉歸邪
강북성지강남귤 江北成枳江南橘
춘래도방일반화 春來都放一般花
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설하면
邪法이 다 正法으로 돌아오고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설하면
正法이 다 사에 돌아가리라
강북에선 탱자가 되고 강남에서 귤이 된다.
봄이 오면 모두 같이 꽃이 필걸세
야부도천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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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유구개시망 有相有求皆是妄
무형무견타편고 無形無見墮偏枯
당당밀밀하증간 堂堂密密何曾間
일도한광삭태허 一道寒光爍太虛
상이 있고 구함이 있음은 이 모두 妄 이요
無形 無見은 치우친 소견에 떨어짐이로다.
당당하고 밀밀하여 어찌 간격이 있으리오.
한 길 찬 빛이 큰 허공을 빛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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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발간조염 花發看朝艶
임조축만상 林凋逐晩霜
질뇌하태격 疾雷何太擊
신전역비광 迅電亦非光
꽃피어 아침의 고운 모습 보이고
나무들 낙엽 지니 늦서리 내리도다.
천둥은 어찌 그리 크게 치는 가
빠른 번개도 역시 빛이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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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산수시수불재심마처 山是山水是水佛在甚麽處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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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尺絲綸直下垂
一波纔動萬波隨
夜靜水寒魚不食
滿船空載月明歸
천척이나 되는 낚싯줄 곧게 드리움에
한 물결 일면서 많은 물결 따라 이네
밤은 고요하고 물빛 차고 고기는 물지 않으니
배에 가득 부질없는 듯 달빛만 싣고 돌아가네.
冶父道川 禪師
천척의 낚싯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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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척의 낚싯줄을 곧바로 아래 드리우니 한 물결에 실려 만 물결이 일어나 따르네 밤 고요하고 물 차서 고기 물지 않으니 배에 허공 가득 밝은 달을 실어 돌아오네 야부도천 선사, 천국으로 가는 시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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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늘 웃고 있어도
시끄럽지 아니하고
새는
항상 울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며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아니하고
달빛이
물밑을 뚫어도
흔적이 없네
---------------------------신재해중휴멱수 身在海中休覓水
일행영상막심산 日行嶺上莫尋山
앵음연어개상사 鶯吟燕語皆相似
막문전삼여후삼 莫問前三與後三
몸이 바다 가운데 있으면 물을 찾지 말고
매일 산위를 행하면서 산을 찾지 말지어다.
꾀꼬리 울음과 제비 지저귐이 서로 비슷하니
前三과 더불어 後三을 묻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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