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예불

똥하 2011. 12. 26. 02:19

예 불(禮佛)

“나태해지는 心身 꾸짖고 탐진치 씻어내는 수행”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제…” 새벽 3시, 도량송이 울려퍼지면 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산사의 아침을 깨우는 분수(焚修)스님의 도량송 목탁소리를 시작으로 종송(鍾誦), 예경, 축원 등으로 이어지는 의식을 예불이라 한다. 예불은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는 의식이다. 불교교리가 내용적인 것이라면 불교의례는 형식을 구성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실제 행해지는 수행법으로 지극한 신심의 표현이다.

지난 2005년 8월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순천 송광사 사시 예불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동국역경원장 월운스님은 〈통일법요집〉에서 “종교에 있어 의식은 개인에게는 신앙적 체험을, 교단적으로는 신앙의 동질성 확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불교의식은 다양한 근기의 중생들이 부처님의 교의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신앙화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 것이다. 누구든지 의식에 참여하고, 습의하면 부처님의 위의와 가르침을 깨닫게 되고, 부처님과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랜 세월 거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 말했다.

 

초기 불교교단에는 오늘날의 예불과 같은 별도의 의례가 없었지만, 오체투지나 탑을 도는 등 별도의 예경법이 있었다. 〈사분율〉에 따르면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갖다 대는 ‘두면례(頭面禮)’를 행한 두 상인이 최초의 예경법을 선보였다. 또 다른 예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범천왕이 중생들에게 설법하기를 청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오른쪽으로 세번 도는 예법인 ‘우요삼잡’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예불의식은 보조스님의 〈계초심학인문〉 가운데 ‘예불에 나아가되 모름지기 조석으로 근행하여 스스로 게으름을 꾸짖으며, 대중이 행하는 차례를 알아서 어지럽히지 말라’는 등의 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

 

아침예불의 순서를 살펴보면, 도량을 청정히 하는 도량석으로 시작된다. 새벽 3시 부전스님이 법당에 물을 떠올리고, 향과 촛불을 켠 후 법당 앞 중앙에서 목탁을 세 번 오르내린 뒤 목탁을 치면서 도량을 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에서 큰 소리로 목탁소리를 낸다. 자신의 구업을 청정케 하는 ‘정구업진언’, 동서남북 등 공간에서 법계에 머물고 있는 신들의 안위를 비는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등 진언 및 다라니를 외운다. 도량석을 돌고 나면 동서남북 사방이 평안해졌음을 찬탄하는 ‘사방찬’과 하늘에 가호를 바라는 ‘도량찬’을 외면 ‘도량송’을 마치게 된다.

 

도량석을 끝냄과 함께 낮은 소리로 종송을 한다. 종송은 지옥중생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며 진언, 염불, 후렴을 행한다. 이어 종고루에서는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을 차례로 친다. 단, 저녁 예불시에는 법고, 운판, 목어, 범종 순으로 행한다. 이를 울림으로서 짐승, 조류, 바다생물, 지옥 중생 등이 고통을 여의고 열락의 기쁨을 얻기를 기원하는 의미다. 순서로 가장 마지막에 타종하는 범종의 경우 아침예불은 28번, 저녁예불은 33번을 친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욕계, 색계, 무색계 28천과 도리천 33천에도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석문의범〉에서는 ‘아침예불 시에는 범종을 28번을 치는데 이는 부처님이 28개의 대인상(大人相)을 갖춘 것을 표시하며, 저녁예불 시에는 36번을 쳐 태란습화 사생(四生)과 유색, 무색, 유상, 무상, 비유상비무상을 합한 구류(九流)의 모든 중생들이 향을 피워 수행하는 예불공덕으로 모두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적고 있다.

 

지난 2001년 8월 울산 석남사 비구니스님들이 정성스럽게 새벽예불을 보고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타종 후 시작되는 예경의식은 다게(茶偈)와 예경문으로 구성된다. 다게는 불전의 다기에 청정수를 올린 후 감로다로 변화시켜 삼보께 올린다는 것이다. 다게를 올리는 게송을 왼 후 예경문 봉송이 시작된다. “지심귀명례…” 즉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다하여 예를 올립니다’는 말로 시작되는 예경문은 ‘귀명삼보’라 칭하기도 한다. 이 예경문을 봉송하면서 삼보전에 일곱 번의 절을 하게 되어 이를 ‘칠정례(七頂禮)’라고 한다. 이외에도 화엄종 및 선종, 정토종 사찰에서 사용되던 예경문이 있었지만, 현행 칠정례는 1955년 월운스님 등에 의해 기존 예경문을 종합 정리한 것이다.

 

예경문의 전체는 삼귀의의 내용을 확대시킨 것이다. 그 가운데 ‘나와 남이 일시에 불도를 이룰 수 있게 하소서’라는 염원은 불법승 삼보와 법을 전하는 선지식에 대한 예와 함께 그들의 원력을 되새겨 모든 중생이 큰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기를 다짐한다는 의미가 있다. 예경 이후 축원문을 외고, 중단예불과 반야심경 봉독으로 예불을 마친다.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 예불의 기원과 변천

 

부처님을 공경하는 의식인 예불은 제불보살을 공경하는 의미를 담기도 한다. 고대 인도에서는 상대방의 발등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는 ‘접족례(接足禮)’나 상대를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도는 ‘우요삼잡(右繞三)’ 등으로 상대에게 예경했다. 부처님에 대한 예경도 부다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이같이 이루어졌다. 〈사분율〉 30권에는 공양이 끝난 뒤 두 상인이 부처님 발밑에 머리를 대고 예배하여 재가신자가 되는 내용이 나온다. 〈사분율〉 33권에도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가죽신을 벗고 대중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한다”라고 했다.

 

고대 인도사회의 인사법서 유래

오체투지가 보편적으로 행해져

 

이처럼 부처님 당시의 예법은 부처님이 독창적으로 창안한 것이 아니라 고대 인도사회의 인사법이었다. 〈대지도론〉 제10권에는 “예를 표하는 데는 세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말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머리를 땅에 닿지 않게 숙이는 것이며, 세 번째는 머리를 땅에 대는 것이다.

 

이는 최상의 머리를 최하의 발에 닿게 함으로써 예를 표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오체투지는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권에서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예불방법이다. 특히 티베트 불교에서는 오체투지를 통해 먼 거리를 순례하는 기도법이 널리 행해진다.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에는 탑을 돌며 예불을 올렸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탑을 부처님과 동일한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부처님의 형상을 모신 불상이 만들어지면서 불상에 예경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따르는 다양한 의식이 갖추어졌다.

 

● 특색 있는 사찰 예불

 

1980년대 합천 해인사를 찾은 한 신부가 우연하게 새벽예불을 참여하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신부는 “한국불교의 저력이 예불의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해인사와 같이 총림(강원, 율원, 선원을 구비한 대가람)에서는 각 말사의 대중들 모두가 큰절 대웅전으로 와서 새벽예불을 올리는게 전통이다. 이때 대중들은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기 전까지 묵언을 하고, 손을 포개는 차수(叉手)를 하고 큰절로 향한다. 이때 대중들이 모이는 모습이 마치 기러기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안행(雁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렁찬 해인사

은은한 송광사

애틋한 운문사

 

새벽 도량석에서부터 사물을 치고, 큰 종을 치고, 법당에 소종을 치고, 목탁을 내리는(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산사에서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출하는 것과 같다. 특히 해인사의 예불에는 강원의 학인들이 대거 참여해 우렁차고 박력 있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여타 사찰보다 예불속도가 빠른 것도 특색이다.

 

순천 송광사의 예불소리는 국악인들이 음악CD로 발매할 정도로 경건하기로 유명하다. 음악테이프로 제작된 예불문 가운데는 송광사 스님들의 예불문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1988년에 예불문과 반야심경 등 불교의식에 신디사이저가 결합된 김영동의 명상음악 ‘선’에 나오는 예불의식 역시 송광사 예불소리다.

 

비구니 강원(승가대학)이 있는 청도 운문사의 새벽예불도 특색이 있다. 200여명의 비구니스님들의 목소리가 무반주 여성합창으로 법당 안에 가득할 때면 그 애틋하고 숭고한 어떤 음악과도 견줄 수 없다고 한다.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 예불과 기도의 상관성

 

예불과 기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결론은 예불은 기도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예불은 도량찬(도량석), 공양(다게, 오분향례), 예경(예불문), 발원(발원문), 회향(반야심경) 등 기도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아침과 저녁예불은 수행자가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고 원을 성취할 수 있는 정진력을 증장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아침예불은 “오늘 하루도 원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고 다짐하는 시간이고, 저녁예불은 아침에 발원한 것처럼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된다.

 

기도의 한 과정으로 부처님 공경해야

시간과 장소 구애없이 자기점검 중요

 

조석예불은 수행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사찰에서는 전 대중이 반드시 예불에 참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 불단을 모시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웃 불교권 나라들은 가정에 불단을 모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집 가까이 사찰이 있어 조석예불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정에서 예불을 모셔도 무방하다.

 

특별히 불상을 모시지 않더라도 경전이나 촛대, 향로, 염주 등으로 간단하게 장엄해도 좋다. 모든 불자들이 가정에 수행의 공간을 마련해 놓고 온 가족이 마음을 모으고 원력을 성취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자기다짐과 서원을 굳건히 하기 위한 점검법으로 아침저녁으로 불법승 삼보를 생각하고 예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이 때는 절을 하든, 염불을 하든, 참선을 하든 나름대로 정해서 단 5분, 10분이라도 자기점검 시간을 가지면 좋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장소가 아니라 마음자세다.

 

[불교신문 2282호/ 11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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